젊은 고객을 잡아라, 점점 ‘젊어지는’ 시장통

주인도 젊고 ‘떡맛’도 젊어예!

젊다. 떡집 주인이 ‘새댁’이다.

“아지매라쿠기는 너무 젊어서…. 새댁이라 해야것네예.”

“아이고, 무신…. 이제 아지매지예. 스물아홉에 시작해서 이제 6~7년 됐나예, 결혼해서 둘이서 빨리 돈 모을라꼬 시작한 게….

‘우리들떡’ 배경미 아지매는 친정이 마산어시장에서 전통떡집을 오랫동안 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떡 만드는 걸 보면서 자라서 쌀을 찌고 빚고 하는 떡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지금도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장사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서정인 기자

“우리 집은 젊은 사람들 입맛에 맞게 만들려고 하지예. 제가 인자 삼십대 중반이니 젊은 사람들 입맛이나 취향을 잘 알고예. 아무래도 전통떡이라기보다는 퓨전으로….”

내 마음은 청춘이라니께

“내가 아침에 사부작 나가 봄처니 맹키로 캤다아이가.”

시장 안 농협 앞에서 옷을 겹겹이 입고 목도리를 친친 두르고 냉이를 다듬고 있다. 명서2동에 산다는 여든 네 살의 할매는 직접 다듬은 냉이 한 대야를 2000원에 사가라 했다.

“이거는 내가 밭둑에서 캐온 기라예. 팔룡동 쪽 산 밑에 가모는 새파랗게 마이 난다 안쿠나. 시장에 온제 오냐고? 오고 싶으몬 오고 오기 싫으몬 안 오제. 그래도 이 자리가 내 자리다아이가.”

젊다.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지만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이 봄처녀 같고 마음은 연분홍 봄빛이다.

역사가 짧은 만큼 더 경쟁력 있다

창원 명서전통시장은 ‘젊다’. 물론 젊은 상인들이 많아 한층 활기차 보이기도 하고, 다른 전통시장에서 보기 힘들만큼 현대적이어서 ‘젊어보이기’도 하다.

시장 골목에서 만난 ‘우리들떡’ 배경미 아지매나 여든이 넘은 할매가 싹싹하게 건네는 말에서 상인들 의지나 친절도가 엿보인다.

명서전통시장은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서 역사가 짧다. 창원이 계획도시로 들어서고 이곳에 주택가가 형성되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시작됐다. 명서동은 옛 명곡마을, 서곡마을, 지귀마을을 합쳐서 말한다.

“1987년 무렵 시장이 형성됐고 2005년에 정식으로 시장 등록이 됐습니다. 상가건물은 1984년 쯤 세워졌을 겁니다. 시장 형성 당시는 여기가 주택가였습니다. 지금도 사방이 주택가고, 상가지요.”

길게는 100년, 짧게는 수십 년 된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서 역사는 짧은 편이다. 그만큼 현대적인 시설에 젊은 상인들이 많은 편이다.

이곳 시장은 면적이나 규모도 크다. 간판정리가 잘 되어 있어 시장 골목을 돌다보면 자연스레 눈이 간다. 상가건물형의 장점이 돋보이기도 하다. 다른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농협, 목욕탕, 병원, 학원 등이 시장 안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주택가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주민들에게는 접근성이 좋다. 현재 공영 화장실은 없고 상가화장실을 개방하고 있다.

/서정인 기자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선호하면서 전통시장 이용을 꺼려하는 이유는 뭘까?

“명서전통시장이야 현재 넓은 주차장이 운영되고 있지만 주차문제도 그렇고, 비나 햇볕 가림막 지붕, 더위와 추위 등 대부분의 전통시장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최근 시장 현대화시설로 많은 부분이 보완이 되었지만, 여전히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은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고민은 누구보다도 깊다. ‘살 길’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명서전통시장은 요즘 사람들의 취향이나 소비 형태에 맞춰 다양한 생산, 판매를 고민하고 있다. ‘젊은’ 시장이 되기 위해서 소량 포장, 위생 문제, 가격과 원산지 표기 등 고객을 위한 꼼꼼한 전략을 세우고 상인들끼리 점차 변화하려는 의지를 북돋워가고 있다.

“콩나물도 500원 어치 달라고 하면 팔고, 두부도 반 모만 달라하면 그것도 포장해줄 수 있는 마인드가 생활이 되어야 합니다. 지속적인 상인교육을 통해 적극 권하고 있는 중입니다.”

/서정인 기자

동네 마실 나오듯 주민들로 북적이길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에 비해 공산품보다 농수산품이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아예 농수산물 중 몇 가지 품목을 특화하는 것도 방안일 것이다. 시장 인근 지역에서 무가 많이 나면 계약재배로 공동구입하는 것도 좋고, 무을 이용한 맛집, 주전부리 등 먹을거리도 개발하고, 그에 맞는 이벤트나 문화마당을 열어보는 것도 새로운 시도 일 것이다.

이곳 명서전통시장에서도 이런 노력은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오래뜰 쌀’은 명서전통시장이 내놓는 자체 브랜드다. 창원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백미를 대산미곡처리장에서 도정 매입하여 마트, 식당등지에 납품하고 있다. 오래뜰 쌀은 ‘햇살 좋은 날 햇살을 가득 담아 창원의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쌀’임을 내세우고 있다. 10kg, 20kg짜리 소포장으로 원하는 걸 고를 수 있다.

이곳 시장에서는 택배 배달 등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09년부터 도내 최초로 배송서비스를 시작해 고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시작한 지 이제 5년이 되었다. 상인회에서 직접 운영하는데 배송 차량으로는 다마스가 있다. 상인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차량이다.

“택배는 주로 떡집, 옷집, 야채집 등이 이용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런 가게에서 아무래도 단체 주문이 많으니까….”

또 장보기 도우미 서비스 제도가 있다. 맞벌이부부나 시장을 맘대로 보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운영이다. 3명의 도우미를 두고 있는데 앞으로 좀 더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서정인 기자

“90년대까지는 정말 좋았습니다. 2000년이후 대형마트 등이 들어설 때 너무 쉽게 생각했어요. 아차, 싶었을 땐 이미 대응이 늦었더라고요. 한 번 간 소비자를 다시 잡는 건 참 힘듭니다. 지금이라도 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확실히 잡아야지요.”

창원 명서전통시장은 ‘함께하는 시장, 보답하는 시장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만남’을 내세우고 있다. 또 가까이 있는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지역주민들과 함께한 다양한 행사들도 마련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시장이야 주민들이 동네 마실 나오듯이 시장을 둘러보고, 상인들도 지역공동체라는 연대의식을 마련해나가는 거지요. 365일 사람이 와글와글 북적북적대는 시장, 언제 다시 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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