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이 여기 있구나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제주에는 맛있는 음식도 많다. 싱싱한 해산물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바다를 끼고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잘 모른다. 사방팔방이 바다이고 자신을 키워준 90%가 제주바다인 사람들은 그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주를 찾는 여행자에겐 이처럼 즐겁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제주는 맛으로도 사람을 잡는다.

해장은 ‘갱이죽’으로…

서귀포에 산 지 5년차 되는 ‘제주이민자’가 맛있는 죽을 먹으러 가자 졸래졸래 따라갔다.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라 했다.

“갱이죽이라고, 전복죽보다 훨씬 고소합니다. 해장용으로 아주 좋습니다.”

이름조차도 생소하다. 처음엔 ‘괭이죽’이라 하는 줄 알고는 여기가 바닷가니….

“괭이라면 바닷가 사람들은 갈매기를 괭이라고 하더만. 설마 그건 아닐거고…”

“여기 사람들은 바닷가 바위에 기어다니는 엄지 손톱만한 작은 게를 괭이라고 합니다. 그걸 삶아 작은 절구에 넣어 껍질째 빻아서 죽을 끓이는 거죠.”

/권영란 기자

그러고보니 안이 훤히 보이는 주방에서 절구 찧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2~30분을 기다리니 커다란 그릇에 죽이 나왔다. 그저 소박한 상차림이었다.

그런데 맛은? 아주 고소하고 담백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음식 이름에 생전 처음 먹는 괭이죽. 제주 사람들은 더러 술 마신 다음 날이면 ‘괭이죽’으로 해장을 한다. - 서귀포시 남원면 태흥리 ‘어부와 해녀마을’

갈치조림, 싱싱하니 이 맛이구나!

문어숙회와 해삼 멍게로 이미 소주 한 잔을 하고 난 뒤다. 감자를 함께 넣어 푹 졸인 갈치조림이 상 한가운데 올라오자 둘러앉은 사람들의 입에서 작은 환성이 터진다.

“아, 먹기도 전에 맛을 알겠는 걸.”

첫 맛은 밥을 먹지 않고 조림만 먹는다. 조림인데 간이 심심하고 과하게 달지 않은 맛이 입에 착착 감긴다. 밥그릇 뚜껑을 여니 아직 김이 솔솔 난다. 뜨끈뜨끈한 흰 밥에 뼈를 발라낸 갈치조림 한 조각을 얹어 먹는다. 같이 먹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움이 기득하다. - 서귀포시 ‘해궁미각’

/권영란 기자

싱싱함과 양과 값, 삼박자에 놀라라

전복죽이 작은 그릇에 나오고, 해삼 멍게 낙지 해산물이 나오고…. 딱히 양념을 넣어 조리하는 게 아니라 싱싱함이 맛의 전부인 것들이다. 쉴 새 없이 나왔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전복이 사람 수대로 나왔는데, 크기도 웬만한 대자였다.

“살아있는 전복을 통으로 먹다니…. 육지에서는 얇게 썰어 맛만 보라는 듯이 주는데.”

이런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는 전복은 아삭함이 느껴질 정도다. 중간중간 구운 생선과 해물튀김은 기본이고, 모듬회가 나온다.

/권영란 기자

8만원상이라고 했다. 3 사람이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매운탕과 알밥에는 도저히 손을 대지 못할 정도였다.

“이 정도면 육지에선 일식집에 가도 15만원은 하겠는데요.”

기어이 이런 말도 하게 된다. - 서귀포시 대정읍 ‘명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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