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 검색과 집중 검색, 사진을 보면 맛이 보인다

인터넷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음식점 정보를 얻는 주요 통로이자 수단이다. 가족·연인·친구·동료와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든 일이나 여행을 목적으로 찾은 어떤 낯선 지역의 맛집 정보를 캐기 위해서든 대부분 인터넷 검색창부터 먼저 두드려보기 마련이다.

한데 보통 그 결말이 어떠하신지. 만족스러운 한 끼로 노력의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기는커녕 실망과 분노만 한가득 안고 돌아가는 경우가 잦지는 않으신지.

사실 인터넷 맛집 정보는 너무 많아 탈이다. 맛이 있거나 말거나, 자신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과시하기 위한 ‘짱이에요~’ 같은 수사가 넘쳐난다. 누가 봐도 형편없는 음식인데 대체 왜 맛있다는 건지 도무지 근거를 알 수 없다. 특정 음식점과 ‘결탁’해 헛된 정보를 올리는 맛집 블로거들, 아예 직접 발 벗고 나서서 광고성 사진과 글을 도배하는 음식점도 수두룩함은 물론이다.

진정 맛있는 음식점을 찾고 싶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실패 확률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음식 하나하나 재료 하나하나 모든 정보를 ‘검증’한다는 자세로 다가서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정직하게 장사를 하는 곳인지 아닌지 100%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구분이 가능하다.

사진을 보면 맛이 보인다

역시 가장 중요한 분석 대상은 음식 사진이다. 블로거 등의 이런저런 품평은 앞서 말한 대로 과신하면 곤란하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자. 저렴한 가격에 한 상 쫙 깔린 상차림이, 다른 음식점에 비해 유독 그 부피가 어마어마한 음식이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는가. 뭐, 지나치지만 않다면(음식 낭비도 죄악이다) 풍족한 양이 마이너스 요인은 아니겠다. 그러나 맛없는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훌륭한 식사가 되지는 않는다. 대책 없는 물량 공세는 고통만 심화시킬 따름이다. 나물들은 질척질척 물기가 흥건하고, 냉동이 분명해 보이는 생선은 겉면이 바삭하게 제대로 구워지지도 않았으며, 균형과 조화에 대한 고려 없이 비슷비슷한 반찬만 가득하다면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게 현명하다.

균형과 조화?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김치찌개를 파는 집인데 반찬도 죄다 김치 종류인 집이 있다. 배추김치, 깍두기부터 겉절이, 무생채 등등. 매콤하고 칼칼한 음식이 중심 메뉴면 반찬은 이를 좀 다스릴 수 있는 양념이 적은 게 필요한데 주인장께선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다. 온통 새빨간 음식 천지다. 볶음밥에 계란국을 곁들여 내놓는 중국집도 무성의하긴 마찬가지다. 볶음밥에 이미 계란이 들어가 있건만, 볶음밥을 짜장에 비벼 먹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건만 역시 기본이 안 돼 있는 것이다.

마산 한 술집의 전어구이. 탄 듯 보이지만 겉면이 바삭하게 잘 구운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동우 기자

그렇다. 결국은 음식에 대한 안목이 선택한 맛집의 수준을 좌우한다. 안목이 있어야 수많은 거짓·거품 정보에 배신당하지 않는다. ‘안목’이라고 해서 무슨 대단한 감각을 말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음식 사진을 집중해 들여다보면 신선한 제철 재료로 조리했는지 안했는지, 직접 만든 것인지 아닌지, 제대로 조리가 됐는지 안 됐는지, 통조림 등 가공 식품이나 반조리 제품을 이용한 것인지 아닌지 정도는 어렵지 않게 식별할 수 있다.

스테이크 예를 들어보자.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진한 갈색이 아닌 회색빛이 많이 도는 스테이크가 종종 눈에 띈다. 당연히 세지 않은 불에서 구웠거나 적정 시간 동안 불판에 올려놓지 않은 불합격품이다. 냉장·냉동 상태의 고기를 그대로 팬에 올렸을 수도 있다. 고기 두께가 너무 얇거나 소스로 떡칠한 스테이크도 감점을 피할 수 없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고 육향이 물씬 풍기는 고기 맛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시 인터넷 음식 검색 순위 최상위권에 올라 있을 게 분명한 짬뽕의 레벨도 사진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대개 해산물 등 내용물의 종류와 양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짬뽕은 재료를 센불에서 재빨리 볶아야 불맛은 물론 내용물이 탱글탱글 아삭아삭 살아나는 음식이다. 서빙됐을 때 연기가 날 정도로 열기가 살아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데 일부 짬뽕 사진을 보면 마치 오래 끓인 다 식은 찌개 같다. 해산물, 야채 모두 흐물흐물 쪼글쪼글 모양이 죽어 있고 어떤 해산물은 냉동 티가 팍팍 난다. 100% 맛없는 짬뽕이라는 데 내기를 걸어도 좋다.

교차 검색과 집중 검색

사진에 대한 판단이 끝났으면 다음 단계는 교차 검색, 집중 검색이다. 해당 음식점 이름을 곧바로 검색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그러모은 뒤 보고 또 보며 검증해본다. 이렇게 하면 음식 맛이 꾸준히 유지되는 곳인지, 혹 초심을 잃고 대충대충 장사하며 돈벌이에만 집착하는 집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다. 되도록 가장 최신의 정보를 참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직접 음식점을 방문해 먹어본 결과가 성공적이었다면 좋은 정보를 제공한 블로거 등의 인터넷 주소는 가급적 기억 내지 저장해두는 습관도 들이자. 안목이 믿을 만하다는 이야기고, 따라서 다른 음식점을 찾을 때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 자체가 곧 진리는 아니다. 각종 해산물이 풍성하지만 불맛도 살아 있지 않고 여러모로 낙제점인 마산 한 중국집의 짬뽕. /고동우 기자

음식점 등이 직접 나서 ‘조작한’ 광고성 정보를 가려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지나치게 잘 나온 사진을 경계할 것. 빛과 구도, 디테일 등 모든 게 완벽한 사진을 찍으려면 찍는 사람의 실력은 물론 환경이 받쳐줘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전문 사진가, 음식점 주인 등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똑같은 사진이 이곳저곳 여러 블로그에 도배되는 경우도 있다. 역시 누군가 제공한 사진을 어떤 이유에서든 함께 돌려쓰고 있다는 이야기이니 신뢰도는 보나마나다. 먹는 사람 수는 분명치 않은데 갖가지 화려한 음식이 쫙 나열된 경우도 연출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인터넷 검색을 할 때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팁은 ‘지역+맛집’ 이런 식으로 검색하지 말고 좀 더 세밀하게 정보를 찾아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재료의 신선도가 생명인 음식이 있다. 특히 각종 해산물 요리들. 지역에 더해, 아구 수육이나 전복죽 같은 것을 검색어에 넣어 엔터키를 쳐보자. 아구 간의 싱싱함이, 전복 내장의 진초록색 기운이 철철 넘쳐나는 음식점이라면 ‘만사 제치고’ 하루라도 빨리 찾아가봐야 한다. 한 음식에 쏟는 정성과 감각이 이토록 극진할진대, 다른 음식도 당연히 맛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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