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보다 내 얼굴보고 찾아오지예”

신신식육점 정명수 아재

“시장에서 장사한 지 20년입니다. 올해 같은 때가 없었던 것 같아예. 예전부터 시장 침체는 다소 느끼고 있었지만. 시장은 이제 미래가 없는가 싶네예.”

정 사장은 이번 설날이 정말 힘들었다. ‘명절 대목’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대형마트, 홈쇼핑 등이 소비자 시장을 다 치고 들어왔습니다. 대기업이 쳐들어오는데 무슨 수가 있어야지, 상생 방안이 필요해예. 이러다간 앞으로 전통시장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정 사장은 시장에 젊은 상인들이 많이 들어오고, 지하 어시장이 1층으로 올라오면 시장이 훨씬 활성화 될 것 같다고도 말했다. 또 시장 주변 상권이 너무 확대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시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며, 소비자를 시장 안으로 유입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고 상인들이 의욕을 가지려고 해예. 개인적으로는 지난해부터 상인교육도 열심히 다니고, 예술단 활동도 했어지예.”

정 사장은 클래식 기타 연주를 즐겨해 상인예술단에 들어가 활동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첫 번째 공연을 마쳤다.

시장 활성화에 대한 확신은 아직 미지수지만 정부가 투자를 하고 나섰고, 자신도 할 수 있는 한 적극 호응하고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선식육점

할매전통칼국수

번영회 사무실 앞에 있는 가게다. 점심시간이 되자 자리가 없다. 시장 칼국수하면 이미 이 집을 꼽을 만큼 소문나 있다고 한다.

“요기서 장사한 지는 인자 올매나 됐노? 몇 년 안 됐는데….”

주인 아지매는 김이 펄펄 나는 솥에 연방 면다발을 집어넣으며 대답할 새도 없다.

“이 집 칼국수는 아지매가 직접 반죽하는 기라예. 깔끔하게 하고 양도 넉넉히 주니까 사람들이 좋다 안쿠나예.”

옆에 있던 손님이 대신 말했다.

할매전통칼국수

진주상회

점호 한 쪽에 둥근 다라이에 있는 곡물들이 진열이 잘 되어 있다. 어느 시장이나 둥근 다라이는 가장 활용도가 높다. ‘진주상회’.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웬 아지매가 “와 그라는 기라예?”라며 다가선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친정이 진주라예?”로 이어졌다.

“아이라예. 집이 진주라예.”

잘못 들었는가 싶었다. 진주상회 아지매는 집이 진주 명석면인데, 매일 새벽 버스를 타고 진주에 온다고 했다. 어떻게 진해까지 매일 출근한단 말인가. 어림잡아 버스를 세 번은 갈아타야 하고 진주에서 진해까지 직행버스는 아침 8시경 한 번 있었다.

“저도 진주 신안동이 집인데 아침에 진해중앙시장 구경하려고 왔어예.”

아지매 금세 낯빛에는 반가운 기색이 뚜렷했다. 딱히 사연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농사지은 것들과 이런저런 곡물들을 팔고 있다고 했다.

“오늘도 많이 파시고, 날이 궂은데 조심해서 댕기이소.”

진주상회

쑥 파는 아지매

“여기 쑥도 찍어가세요.”

벌써 살찐 쑥이다. 새파랗게 물이 올랐다. 이제 입춘 지난 지 며칠 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침 일찍 밭두렁이나 산 아래 양지바른 곳에 가면 쑥이 많아예.”

눈매가 곱고 친절한 아지매는 쑥 다라이 2개와 몇 개의 다라이를 앞에 놓고 있다.

“오전에만 여기서 장사하고 오후에는 저기서 일해예.”

아지매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반찬 가게다. 남편은 군인이라 진해에 와서 살게 됐다는데, 일하지 않는 오전 시간에도 뭣이든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아지매였다.

2월초, 아직은 귀한 쑥이라 한 다라이에 5000원.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도 두 손은 계속 쑥을 가리고 있다.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물음에도 귀찮아하지 않는 아지매 때문에 시장이 더욱 정겹게 느껴졌다.

쑥 파는 아지메./권영란 기자

진해어패류

상호는 ‘진해어패류’지만 채소·조개류 등이 진열돼 있다. 건너 난전에 쪼그려 앉아 쑥을 다듬는 아지매를 부르더니 따뜻한 커피를 건네준다. 사진을 찍으려니 “아이고 엉망이라 안 되는데. 우리 집 물건이 좋으니 물건들만 찍어예”라고 피한다. “아지매, 예뻐요! 근데 웃으모는 더 예삘건데.”

선산횟집 정화자 아지매

“어시장에서 제일 나이 많은 분일 거예요.”

누군가 귀띔을 했다. 선산횟집 아지매는 이곳 지하 어시장 터줏대감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상인들 선진지 견학에도 열심히 다니고 의욕적이다. “나이 들어도 자기 할 일이 있고 일할 곳이 있는 게 어데고”라고 말한다. 선산횟집 아지매는 젊은 사람들보다 더 젊게 사는 듯했다. 얼굴 가득 웃음을 달고 있다.

선산횟집./권영란 기자

선영횟집 김용숙 아지매

선영횟집

53호횟집 설경아 아지매

53호횟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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