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니’스 커피 / 이정훈(35) 씨

전통시장 안에 드립 커피를 하는 집이 있다고?

호기심이 일었다. 경남 전역의 시장을 돌아다녔지만 드립 커피집을 하는 곳은 없었다. 리어카로 이동하는 길커피거나 작은 점포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파는 곳은 있어도.

어떤 사람이 이곳에다 어떤 마음으로 커피집을 하고 있는지 사연과 생각이 궁금했다.

시장 앞 공영주차장과 다목적광장에서 가까운 커피집은 가게 앞 데크를 내어 다른 가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작은 ‘후니’스 커피’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권영란 기자

이정훈 씨. 구렛나루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그는 첫인상만으로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곳은 부모님 소유 점포입니다. 전에는 막창구이 등을 하는 연탄구이집이었고요. 이제 7개월째인데 아직은 할 만해요.”

정훈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업군인이었다. 8년 동안 해군특수부대에 있었다. 2006년 전역을 하면서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갔다.

“영화를 보는데 잘 알아듣지 못하고 그 느낌을 제대로 못 받겠더라고요. 그래서 갔어요.”

동기는 아주 단순했다.

1년 정도 거기 있다가 다시 호주에 8개월 있었다. 그는 럭비, 스쿠버다이빙, 인명구조 교관 등 바다에서 하는 스포츠, 레포츠 등은 다 하고 즐길 줄 아는 만능맨이었다.

정훈 씨가 커피에 대한 관심을 가진 건 호주에서였다. 한국으로 돌아와 커피에 대한 관심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콩을 직접 볶고, 직접 내려 마시고….

“부산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맛있는 커피집을 찾아다니고, 어떻게 하면 맛을 낼 수 있는가 고민하고…. 관심이 있으니 몸이 따라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정훈 씨는 가게 리모델링을 할 때 업자에게만 맡기지 않고 같이 일했다. 자신이 원하는 가게 분위기를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권영란 기자

“계속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니 어떤 커피 맛이 최상인지, 어떤 콩이 좋은지 자연스레 익히게 되더라고요. 프랜차이즈 커피는 맛이 균일하지가 않잖아요. 콩 상태나 그라인더 등 시스템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시간에 따라 다르고 하니 맛이 같을 수가 없어요. 체인점들끼리도 서로 맛을 비교하면서 어느 집 커피가 맛이 없다, 있다고 평을 하지만 프랜차이즈 커피는 커피 맛을 느낄 수 없는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등 한계가 있어요.”

핸드 드립 커피가 맛이 균일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정훈 씨의 말을 들으니 프랜차이즈 커피가 맛이 없는 이유를 조금 알 수가 있었다.

이곳에서 얼마동안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현실적인 스타일이라 잘 해낼 수 있다고 답한다.

“부모님이 진해에서 아구찜으로 유명한 ‘다정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장사라면 많이 봐왔지요. 식당을 하기 전에는 이곳 시장 앞에서 야채가게를 했고, 어렸을 때 부모님을 도와 야채배달도 다녔으니까요.” 

/권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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