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중앙시장] 자꾸 발길을 끌어당기는 집

중앙 통로 입구에 제법 큰 속옷가게다. 정숙경 아지매. 이곳 시장의 이사로, 부녀회장으로 활동이 왕성하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였고, 활달하고 밝은 기운이 들어오는 손님마다 웃고 가게 만들었다.

“시댁 형제가 전부 경남 전역에서 속옷 가게를 하고 있어예. 시누이가 르네시떼에서 속옷매장을 하고 있고. 우리도 2003년 김해에서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시작했으니 이제 11년차이네예.”

숙경 아지매는 내의는 날씨가 추워야 팔리는데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 예상보다 장사가 안됐다고 말했다.

/권영란 기자

“장사 시작하고 3~4년은 정말 장사가 잘됐습니다. 정신없이 바빴지만 재미는 있었지예. 예전에는 크리스마스이브가 그때 만해도 명절이었어예. 진해는 경남에서 IMF가 없는 곳이라 했습니다. 군인들 월급날이면 시장통이 북적거렸어예. 군인들이 상사들한테 내복 선물한다고 문을 닫았는데도 내복 살 거라고 전화를 해대는 바람에 하룻밤에도 몇 번이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했지예. 2006년까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그 시절에는 명절때면 양말, 내복 등을 직접 군부대에 배달을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때야 명절 대목 하루 매상이 천만 원이었습니다. 밥 먹을 시간이 없었지예. 그 시절이 언제였던가 싶네예. 삼삼오오, 젊은 사람들이 시장에 많이 찾아왔지예.”

숙경 아지매는 그래도 요즘 다시 젊은 층 고객도 늘어나고 있고, 속옷 중에 아직은 내의가 가장 잘 팔린다고 했다.

“속옷은 겨울장사가 제일 낫습니다. 학기 초도 경기가 괜찮고. 아무래도 학생들 브라, 런닝이 잘 팔리고….”

중앙BYC는 숙경 아지매가 인수받기 전부터 속옷가게였고, 50년 된 자리라고 했다.

“워낙 오래된 가게라 손님들 중에는 연세 많은 분들이 많습니다. 시장에서는 메리야스가게는 이 집뿐이거든예. 한 분씩 돌아가시지만 그 딸이 고객이 다시 되기도 하고 손녀가 고객이 되기도 합니다. 한 번은 할머니 없이 손녀가 혼자 와서 대뜸 할머니 안부를 물어봤더니 3개월 전에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얼마나 울었던지….”

숙경 아지매는 속옷장사로 제법 재미를 봤고 지금도 잘 되고 있지만 먹고 살 정도라고 했다. 그녀는 “사람살이는 넘치게도 잘 안 준다.

딱 고만큼 주신다”고 덧붙이며 또 소리 내어 웃었다. 

/권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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