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득꾸득 말린 생선을 가지런히 엮어 한 두릅으로 만들어놓았다. 몸통이 기다랗고 주둥이가 뾰족하다. 꽁치와 비슷하지만 꽁치는 아닌 듯하다.

“아지매, 이거는 머시라예?”

“이것도 모리나예. 살림 초보가?”

순간 머쓱해지는데 아지매는 얼굴 가득 웃음을 달고 있다.

“이기 요새 맛있는 기라. 동해바다 가모는 요즘 이거 먹을라꼬 사람들이 많이 온다네. 꾸버도 묵꼬 찌저도 묵꼬…소고기 한 근 묵는 것보다 더 보약이라데.”

등푸른 생선으로 단백질이 풍부해서 어민들이 겨울내내 말리고 얼리고 해서 보약처럼 먹었다는 이것. 강원도 강릉, 고성 등 동해안에서 12~3월까지 많이 잡혀 만원어치를 사면 양동이로, 삽으로 퍼준다고 한다. 속초에서는 12월초 이것 축제를 연다하니 가히 짐작이 된다.“고등어조림처럼 멸치와 다시마로 다싯물을 내어 넓적한 무를 썰어 조려먹으면 밥 한 긄이 뚝딱이라예.”

생물로 먹어도 맛이지만, 꾸득꾸득 말린 것을 구어먹거나 조려먹어도 별미다. 동해안에서 나는 겨울별미이자 보약, 양미리

/권영란 기자

아지매, 이기 머하는 기라예?

시장 상인들에게 겨울은 유난히 추운 계절이다. 엉덩이를 붙이는 작은 바닥에는 전기요를 깔고 난로를 켠다. 하지만 이것도 점포 상인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노점 상인들에게는 가당찮은 일이다.

노점 상인 아지매가 허리께까지 담요를 덮고 있다.

“아지매 추운 데 난로도 없이 앉아있어예?”

그러자 마구 웃는다. 슬그머니를 담요를 걷어내더니 그 안에 난로를 보여준다. 온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작은 난로위에 큰 종이상자를 덮고 그 안에 다리를 넣고 다시 담요를 덮은 것이었다.

“아이고, 이런 방법이 있었네. 얼굴은 얼어도 밑에는 따뜻하겠네예.”
또 잠시 시장 골목을 돌다보니 벌써 파장을 하고 간 상인들이 한쪽에 정리해둔 것들이 눈에 띈다. 숯을 넣어 사용하는 작은 화로, 휴대용 가스렌지에 온가와 불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둥근 철판을 두른 것…시장 상인들이 추위를 이기는 방법들이다. 거기에다 이 작은 열기구들은 이미 식어버린 음식을 후다닥 데워 옆에 있는 상인들과 한술 나눠먹을 수 있는 주방기구이기도 하다.

/권영란 기자

이제 3월, 추위가 물러간 듯 하지만 새벽에 나와서 늘 한데서 일하는 상인들에겐 여름 무더위 말고는 일년내내 필요한 살림살이들이다. 추위를 이기는, 시장에서 꼭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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