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랑 파고 짚 엮고…일년 내내 돌아가는 땅

남강 가 의령군 용덕면 부남마을 마을회관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마을회관 앞에 뽑아 놓은 어린 양파들을 보며 한숨을 쉰다.

"에휴~ 괜히 뽑아서 뭐하는 짓이고? 묵도 안 하고…."

무슨 사연인지 물었다.

"올해 양파 값이 엉망이라 밭에 있는 거 뽑아서 묵으라고 놔뒀는데 아무도 갖고 가지도 않네. 작년에 오리(AI) 때문에 양파가 안 팔려서 올해는 엉망인기라."

수박 취재를 위해 찾은 부남마을, 그러고 보니 양파 재배도 하고 있었다. 멀리 둑 아래로 수박 하우스들이 줄지어 있고 마을에 가까울수록 양파밭과 밀밭 면적이 꽤 된다. 사람 키만큼 자란 밀은 소여물로 쓰기 위해 키운다고 한다. 수박이나 양파를 심고 남은 자투리 땅엔 고추모종을 심기에 바쁘다.

이렇게 수박, 양파, 밀 등의 농사가 끝나면 밭에 물을 채워 논을 만들어 모를 심는다. 그리고 여름내 벼가 자라 추수를 하면 벼의 뿌리와 짚을 함께 뒤집어 다시 수박 등의 작물을 심는다. 짚과 흙이 거름이 되는 것인데 이는 연작 피해를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밭에 물을 채워 논농사를 짓고 나면 토양이 어느 정도 정화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일 년 내내 돌아가는 것이 여기 농사다. 그런 이유인지 할머니의 푸념은 이어진다.

예전 하우스와 요즘 하우스

"아이고 허리야 무릎이야…. 안 아픈 데가 없네. 수박 때문에 왔다고? 내가 그거 하다가 몸이 이래 됐다 아이가. 요새야 기계로 하우스 비닐이나 담요를 덮으면 되지만 옛날에는 일일이 손으로 다 했어. 덮는 담요도 그땐 손으로 짚을 엮어 만들었지."

고랑 파는 일이며 짚을 엮는 일까지 수박농사는 '골병' 드는 일이었다는 할머니. 과연 그 시절 수박농사는 힘들었다. 요즘처럼 비닐이 다양했던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하우스를 덮는 담요를 일일이 장대로 덮었다 걷었다 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함안과 의령에서 만난 농민들은 자식들에게 이 농사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만큼 지금도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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