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수박 위에 붙은 줄기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수확 철이 되면 줄기를 세 번 잘라야 한다. 곧 출하될 수박 줄기를 'T'자 형태로 남겨두기 위해서다. 이는 소비자들이 'T'자 줄기가 있어야 신선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줄기를 남겨두지 않고 자르면 신선도 떨어지는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 받아들인다.

하지만 'T'자 같은 긴 줄기는 수분·당분을 떨어뜨릴 뿐이다. 줄기가 계속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농민은 'T'자를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일손을 더해야 하는 처지다.

   

한 농민 말이다.

"T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줄기를 세 번 잘라야 하는데, 그 노동력이 엄청나거든. 조금만 남겨놓고 일자로 한 번만 자르면 수확도 훨씬 빠르지. 유통할 때도 줄기 상할까 걱정 안 해도 되고. 먹는 사람들 처지에서도 더 좋은 맛을 볼 수 있지.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T자 줄기를 여전히 선호하니…. 수박 값이 1만 5000원이라고 치면 그 절반인 7000~8000원은 줄기 값이라는 말까지 있잖아. 그동안 수박축제 때 이 부분에 대한 홍보를 많이 했는데, 인식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 것 같아."

일본에서는 줄기를 일자로 거의 다 자른 후 그 위에 생산 이력 라벨을 붙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구작업을 통해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수박 농민들도 당연히 그렇게 가길 크게 바라고 있다.

꼭지를 짧게 자르고 테이핑을 하면 줄기를 통해 수분·당분도 덜 빠져나가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맛뿐만 아니라 수박을 더 오래 보관하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모두 앞으로 수박 살 때 'T'자 줄기에 집착하는 것은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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