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 최근 종묘생산 성공 '양식 도입' 기대

3월 말. 남해군으로 향하는 길은 온통 벚꽃이다. 이 시기, 남해안 일대는 귀한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바로 '남해안 털게(왕밤송이게)'다.

남해안 털게는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여수~남해~사천~통영~거제 해역에 걸쳐 잡힌다. 생산량에서는 거제 해역에서 좀 더 많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털게로 더 이름 알리고 있는 곳은 남해군이다. 남해군 미조면 쪽에서 많이 나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방송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몇 년 전 털게는 예능프로그램 전파를 탔다. 남해군 한 어민은 이렇게 전한다.

"2011년 4월 KBS <1박 2일>에 나왔잖아요. 그러다 보니 찾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고 가격도 급격히 올랐습니다. 고기 잡는 사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털게잡이에 나섰고요. 얼마 전에는 KBS <6시 내 고향>에서도 촬영해 갔는데, 방송 나가고 나면 찾는 사람이 더 늘면서 가격은 또 오르겠지요."

미조면 어느 어민의 말이다.

"우리 어릴 때도 털게는 많이 볼 수 있었죠. 1960년대에는 잡은 놈들을 급랭해서 전량 일본에 수출했어요. 팔다 남은 것은 쪄서, 혹은 된장국에 넣어 먹었습니다. 물론 남해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그 맛을 봤을 리는 없지만, 고기 잡는 집에서는 익히 접할 수 있었죠. 그렇게 일본에 수출하다가, 국내 소비도 늘면서 점차 내수용으로 돌아갔죠. 이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니까요."

다리를 붙들고 늘어진 두 마리의 남해안 털게. /권범철 기자

일본 수출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한 연구도 있었다. 1991년 11월 언론보도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다.

'국립수산진흥원이 일본으로 수출하거나 호텔 등에서 고급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동·남해안의 특산종인 털게와 왕밤송이게의 양식기술에 필요한 생리 및 생태현상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이 당시 털게는 일본 수출용은 마리당 2만~3만 원에 팔았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고급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었는데 마리당 5만 원도 예사였다고 한다. 20년 전 물가를 고려하면 엄청난 가격이다.

당시 양식 도입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이후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최근 들어서 경남도수산자원연구소에서 종묘생산에 성공, 다시 대량생산에 한 걸음 다가서 있다. 남해안 일대뿐만 아니라 서해안을 끼고 있는 충청도 자치단체에서도 남해서 잡힌 털게를 가져가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통발로 잡는 털게. /남석형 기자

이제 제철이면 그 맛을 보기 위해 남해안까지 먼 걸음 마다치 않는 이가 수두룩하다. 남해 미조항 어느 횟집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일부러 찾은 이들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해안 꽃게, 동해안 대게·털게도 있지만 "남해안 털게 특유의 향은 비교될 수 없다"며 극찬한다.

가격은 잡히는 지역과 물량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웬만한 크기는 마리당 1만 원을 훌쩍 넘는다. 식당에서는 마리당 2만~3만 원에 내놓기도 한다. 3년 전 가격이 급등했을 때는 20~25마리인 한 대야가 60만 원에 팔려나가기도 했다고 한다.

횟집에서도 털게를 모두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어제는 내놓았더라도 오늘 물량이 없으면 일부러 찾은 손님을 달래가며 돌려보내야 한다.

남해안 일대에서는 3월 중순부터 한 달 남짓 되는 동안 많은 어민이 털게잡이에 집중한다. 이것만 해서 먹고 살 수는 없지만 아주 괜찮은 부업이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그물이 얽혀 어민 간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털게잡이한 이들 처지에서는 갑자기 뛰어든 어민이 달가울 리 없다.

예전에는 걸그물을 많이 이용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통발이다. 서해안 꽃게잡이에 많이 이용하는 통발을 똑같이 활용하는 것이다. 함정그물인 통발에 고등어·정어리 같은 미끼를 사용해 10~25m 물 아래 넣어뒀다가 다음날 꺼낸다. 하지만 개체 수가 많지 않다 보니, 빈 그물로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 털게 통발을 끌어 올리는 시간은 정해진 것은 없다. 위판장 경매 시간에 맞춰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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