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체험 운영하는 김상우 씨, 남해군수협 중매인 박대엽 씨

남해 바닷가 사람들에게 지금은 '꽃피는 철'이라기 보다는 '털게 철'이다.

남해군 이동면 원천마을. 남해관광안내도에는 횟집단지라고 되어 있지만 식당 몇 개가 듬성듬성 있을 뿐이다. 항구도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오전 10시가 되면 생기가 돋는다. 남해군수협 원천위판장이 있기 때문이다. 대형 위판장에 비하면 거래되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어종이 대야에 담겨 있다. 털게도 한 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한 상인이 16~17마리 되는 털게 한 대야를 손에 넣었다. 식당에서 내놓기 부족한 양이지만 물량 달리는 요즘이기에 이 정도도 감지덕지다.

위판장 너머로 한 남자가 배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남해어부체험'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우(47) 씨다.

김 씨는 일반인에게는 일정한 요금을 받고 자망·통발 체험을 하게끔 한다. 물론 김 씨는 고기 잡는 일이 주업이다. 털게도 빠지지 않는다.

김상우 씨는 어부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까운 바다에 있는 털게를 잡는다. /권범철 기자

"3~4월이 철인데, 지금 시기에는 조금 먼 바다로 나가야 털게가 있어요. 3월 이전에는 여기 연안까지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저는 멀리 나가지는 않고 가까이 있는 놈들만 잡습니다. 요즘 너도나도 잡는다고 난리인데, 나까지 손 보탤 필요 있나요."

김 씨는 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바다 아래를 가리켰다. 해초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걸 몰자반이라고 부르는데, 털게가 이런 곳에 많이 있어요. 이빨이 강해 이걸 뜯어 먹고 살아요. 그래서 이쪽 지역에서는 몰게라고 부르지요."

그는 수산고 줄업 이후 10년 정도 외항선을 탔다. 다른 일을 잠시 하다가 결국 다시 어업 쪽으로 돌아왔다. 연안에서 고기잡는 작은 어선은 부부가 보통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김 씨도 한때 아내와 함께 배를 탔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리 배를 타도 몸에 익지 않았다. 그래서 김 씨 혼자 나선다. 위안이라도 하듯 "요즘 배는 기계화가 잘 되어 있어서…"라며 양망기를 작동시킨다. 어제 넣어둔 통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기대와 달리 빈 것만 올라온다. 오히려 볼락·노래미 같은 고기가 대신 올라온다. 마침내 털게가 올라왔다. 김 씨는 털게 배를 보여주며 "이렇게 배꼽 부분이 둥글면 암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1시간 넘게 바다에 떠 있는 동안 10마리 채 안 되는 털게가 잡혔다. 그래도 워낙 비싼 몸값이기에 내다 팔면 쏠쏠한 수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김 씨는 배 위에서 바로 털게를 쪘다.

"솔직히 대게같이 한입 베어 먹는 재미는 없지요. 그래도 이 달곰한 특유의 향은 그 어느 것 못지않지요."

그는 하루 이틀 먹은 털게가 아니지만 "우리도 제철 아니면 이 맛을 못 본다"며 꽉 찬 알을 입에 넣었다.

육지로 돌아와 남해군 미조항 쪽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김 씨는 "미조에 가면 이 사람을 꼭 만나야 한다"며 사람을 소개해 줬다.

1991년부터 남해군수협 중매인으로 일하고 있는 박대엽(61) 씨다.

박 씨는 외항선 일등 항해사로 20년 넘게 바다 위를 누볐다. 그러다 보니 바다 아래 있는 것은 모르는 게 없다. 털게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우리 형님이 털게를 잡아 일본에 수출하는 일을 했거든요. 그때는 인근 여수 돌산 쪽으로 많이 나갔지요. 지금은 자망·통발을 이용하지만 과거에는 고데구리라는 소형기선 저인망으로 잡는 방식이었지요."

남해군 미조면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대엽 씨는 어릴 때부터 접한 털게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권범철 기자

박 씨는 고향 땅 미조면에서 횟집도 운영한다.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팀이 털게 맛을 본 곳이 바로 박 씨가 운영하는 횟집이다. 하지만 박 씨는 굳이 홍보용 사진을 내걸어 놓지도 않았다. 그런 것에 기댈 욕심이 별로 없다. 그냥 신선한 횟감 내는 것에만 신경 쓸 뿐이다. 횟감은 직접 눈으로 보고 들여온다. 그리고 밑반찬으로 나오는 것들은 대부분 미조에서 난 것으로 채운다. 털게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남해에서는 미조면과 남면 쪽에서 많이 나지요. 털게 단단해지는 시기는 미조 쪽이 좀 더 이르죠. 수심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박 씨는 횟집에 내놓는 3월 말 털게 시세에 대해 "큰놈은 3만 원, 작은 건 2만 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 20일 지나면 털게 장사는 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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