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죽, 사위는 국물, 딸·마누라·아들 친절 담당”
화정식당
화정식당은 시장 안에서 하는 소바집으로 김선화(59)·이종선(60) 부부와 큰딸 나영씨 부부, 아들 동환(30) 씨, 친척 최춘선 씨 등 온 가족이 함께 일하고 있다. 좁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본점과 별채가 있다.
“30년 전에 지은 걸 며칠 전에 리모델링을 끝냈어예. ‘의령소바’가 하도 유명하니 외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는데 아무래도 요새 사람들 취향에 맞춰야지예. 딸이 그래야 한다꼬 막 밀어붙이데예. 딸이 같이 하니까 우리 할 때하고는 다르데예.”
이종선(60) 아지매는 친정이 진주시 대곡면 가정리다. 그래서 가정띠기라고 했다.
종선 아지매는 처음에는 시장 난전에다 좌판을 깔아놓고 혼자서 시작했다.
“1979년인가 국수장사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시장 건물이 없고 장옥만 있었지예. 솥을 걸고 비니루 치고 팔 걷어 부치고 시작했는데 그 시절엔 국수가 한 그릇 20원이었어예. 처음에는 흰 국수로 했는데 한 달 동안 사람들한테 공짜로 주었어예. 울 아저씨는 화정 집에서 농사짓고. 그때가 국수 한 다발이 20원 할 때였나…. 나중에 울 아저씨가 같이 하면서부터는 직접 반죽을 해서 손으로 기계 돌려서 면을 뽑았지예. 한 10년쯤 지나서 집에 메밀을 심었는데 그때부터 메밀국수를 했어예.”
의령소바는 워낙 소문이 나 집집마다 장사가 잘 된다. 화정식당도 “여름에는 말할 것도 없이 장사가 잘 되고 평소에는 장날 토·일요일이 비교적 잘 된다”고 했다. 겨울은 아무래도 좀 뜸하다고 했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식당 안은 발 딛을 곳이 없었다.
“메밀은 군에서 농가에 지원해서 메밀을 심게 하는데 그걸 우리가 받기도 하고 물량이 모자라면 시장 상인들 한테 사기도 해예. 군에서 5500원, 시장은 7000원에 사지예. 다른 데는 모르것고 ‘의령소바’하고 우리는 군에서 지원한 걸 많이 하지예. 추수철에 500만원 씩 사서 저장창고에다 보관해서 사용하지예.”
의령소바는 메밀국수라고 할 수 있다. 차갑게 먹기보다 온면이 맛있다. 따뜻한 국물과 김가루, 야채, 양념을 살짝 얹은 것이다. 메밀비빔면도 비빔국수와 비슷했다.
“메밀소바는 반죽과 국물이 좌우합니다. 반죽은 100% 메밀이 아니라예. 메밀은 점성이 없어서 밀가루와 섞어서 사용해야 하지예. 하루 전에 미리 반죽을 해서 숙성을 해놓습니다.”
메밀과 밀가루 비율, 반죽 시간 등이 면의 식감이나 맛을 좌우한다. 거기에다 국물 낼 때 사용하는 멸치가 중요하다고 했다. 화정식당에서는 좋은 것을 사기 위해 삼천포에 가서 한 번 살 때 100~200만원어치 반건조 된 것 사온다. 그걸 다시 건조기에 말려서 냉장실에 보관한다.
“반죽은 하루에 한 포 정도, 멸치는 하루에 보통 2박스씩 사용하지예. 아끼지 않고 써야 국물 맛이 제대로 나는 기라예.”
화정식당 메밀국수는 5000원이다. 가격을 올리면 정작 시장에 오는 시골 사람들이 사먹지를 못한다는 게 이들 김선화·이종선 부부의 말이다.
“시장에는 싸고 맛있어야 합니다. 너무 인심이 야박하몬 오기가 싫다아입니꺼.”
화정식당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본채 밖 골목에 내놓은 따끈한 찻통이다. 20리터가 넘을까. 화정식당에서는 시장에 드나드는 누구든 먹을 수 있도록 매일 아침 문을 열기 전에 찻통부터 내놓는다고 했다.
“화정에 2000평정도 되는 농장이 있는데 거기서 나는 것들을 매일 새벽 장작불을 피워 가마솥에다 3시간 정도 푹 고우지예. 오미자 헛개 칡 홍화씨 메밀 구지뽕 해바라기씨 감초 등 한 10가지는 될 기라예. 시장 상인들이나 장보러 오는 사람들이 먹습니다. 여름에는 가마솥에 끓여서 식으면 얼음을 넣어서 시원하게 해놓지예. 인자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니까 오다가다 마시고해서 한 통 모자랄 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