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시장(18) 의령전통시장

관절염에 좋아 많이 찾는다고?

뒤로 돌아 앉은 채 수그려 일하는 아지매가 있었다. 어깨 너머로 슬쩍 보니 허연 닭발이다.

“아지매 머하는 기라예?”

“닭 발톱을 없애가꼬 깨끗이 손질해놔야 사람들이 사가제.”

돼지껍데기, 닭발은 동네 시장을 돌다보면 종종 눈에 띈다. 몇 년 전부터 언론에서 피부에 좋은 ‘콜라겐덩어리’라며 한창 추켜세우는 바람에 찾는 사람이 많아진 탓이다.

“이기 요새 젊은 사람들이 콜라겐이 많아 피부에 좋다고 마이 사가나보네예.”

“젊은 사람들도 사가지만 노인들이 더 마이 사가예. 이기 관절염에 아주 좋고 혈당 조절에도 좋고 추위 타는 사람한테도 좋다쿠데예.”
“그라모 이걸 사가지고 가서 우찌 묵어야되는 긴데예. 그냥 고추장볶음 해묵으면 됩니꺼?”

“아이라예. 볶음해 묵는 것보다 소주에 푹 고아 묵는 기 제일이라데예.”

닭발 1kg(가격 5000원 정도)에 소주 2L, 대파, 생강, 마늘을 넣어서 푹 고아 매일 한 술 씩 먹어도 되고, 식혀서 묵처럼 먹어도 좋다고 했다.

피부만이 아니라 관절염에 좋다는 이것, 닭발!

/권영란 기자

깡통들은 왜 줄지어 섰나?

시장 입구부터 웅성대는 사람들을 만났다. ‘40년 된 뻥튀기집’이다.

사람들을 비집고 목을 빼고 보니 주인 아지매는 어두컴컴한 안쪽에서 쌀강정을 만들고, 주인 아재는 밖에서 연신 기계를 돌리고 있다.

가만히 보니 모인 사람들 중 반은 일을 맡기러 온 사람이고 반은 장날에 만난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거다.

주인 내외는 일이 밀려들어 정신없는데 가게 앞 사람들 발치에는 네모난 깡통들이 나란히 줄을 지어 있다. 깡통에는 흰쌀이며, 검은콩이며, 현미 등이 얌전히 들어 있다.

“아재, 이기 머시라예?”

/권영란 기자

“튀울라꼬 순서대로 나래비 세워 놓은 기라요. 이리 맽겨놓고 지 볼 일 보러 가는 사람도 있고….”

“넘의 꺼랑 바뀌모는 우짤라꼬예? 이름도 없고 번호도 없는데예?”

“절대 안 바뀌제. 다 지꺼는 잘 찾아가제.”

뻥튀기 기계 속으로 들어간 검은콩이 연기를 뿜으며 쏟아져 나왔다.

툭툭 터진 것들이 2배 크기로 부풀어 나왔다. 고소한 냄새가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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