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맛집들이 오래된 시장을 살리겠네

장날인데 비가 와서 ‘재미 없네’

“우리 집 꺼는 한 번 묵어본 사람은 계속 주문한다아이가. 일본, 중국 다른 나라 가있는 사람들도 주문해서 보내준다예.”

40년 전통의 뻥튀기집이다. 장날이나 명절 되면 사람들이 뻥튀기 해달라고 들고 오기도 하지만 강정이며, 튀밥이며, 땅콩 등 뻥튀기한 것을 판다.

“쌀, 땅콩 전부 국산이라요. 강정 맹글 때 쓰는 엿에도 화학품 같은 거는 절대 안 섞지예. 화학품을 쓰면 단맛이 더 있고 잘 붙어있지만 먹을 때 이에 붙는 기라. 그걸 안 쓰모는 더 바삭하제.”

심준남(71) 아재가 말을 할 때마다 부인 상동띠기 아지매는 두 손은 엿을 바가지로 떠 튀밥을 섞으면서도 ‘하모, 하모’ 대답하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장날이지만 시장 골목은 다소 한산했다. 느닷없이 내린 비 때문에 나오지 않은 장꾼들이 많으리라. 장날을 벼르고 준비한 것들은 다음 장날을 기다리며 다시 고방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평소 같으면 바깥 노점에다 좌판을 펼쳤던 상인들이 시장 골목 중간중간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앉았다. 간간히 장 보러 나온 이들의 잰 걸음걸이가 눈에 띈다.

/권영란

“오늘은 이노무 비 때문에 고마 재미 보긴 영 글렀네.”

남산에서 왔다는 아지매는 집에서 삶고 말리고 다듬어 온 것들을 좍 펼쳐놓은 채 옆 점포에서 놀고 있었다.

‘이노무 비 때문에’ 이날 의령전통시장 취재는 ‘고마 접어야’ 했다.

점심으로 소바 먹고 망개떡 사서 집에 가네

다시 일요일 점심 무렵, 의령전통시장.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는 길목 ‘남산떡집’ 앞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줄을 서 있었다. 줄이 좀 짧아지는가 싶으면 금세 다시 길어졌다. 돌아서 나가는 사람들마다 종이상자를 두 개, 세 개 들고 있다. 국밥, 소바와 같이 의령3미 중 하나인 망개떡.

“지금은 인터뷰 못하고 나중에 오이소.”

/권영란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지만 주인 아지매는 잠시 시간을 낼 여유도 없었다.

떡집 문턱이 남아있겠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떡집 안을 살짝 엿보니, 열댓 명의 아지매들이 둘러앉아 계속 떡을 만들고 있다. 떡을 사는 손님들은 금방금방 만들어지는 떡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눈으로 먹고 입으로 먹는’ 망개떡이었다.

일요일 오후의 시장은 며칠 전 비 내리는 장날 때보다 훨씬 활기찼다. 등산차림으로 시장을 둘러보는 무리들, 아이들과 장 구경을 하는 가족들도 눈에 들어왔다.

“인구가 3만 명 정도인 동네지만 의령장은 장꾼들이 보기에는 큰 시장이라예.”

인근 지역 장날을 번갈아다닌다는 장꾼의 귀띔이다.

골목 하나를 돌아가면 소바집인 ‘화정식당’이다. 화정식당은 온 가족이 일손이다. 주인아저씨가 면을 담당하고, 사위는 육수와 배달 담당, 주인아지매와 딸은 손님맞는 친절서비스 담당, 아들은 주방과 손님 식탁을 드나들며 수시로 확인한다.

“이 집이 시장통에서 가장 오래된 소바집이지예. 싸고 양도 많아 시장 사람들도 잘 사먹고, 주말에는 외지 손님들이 많아 의령 사람들은 아예 평일날 오지예.”

의령읍 토박이라는 손님은 휴일에는 식사 시간 말고 찾아온다고 했다.

화정식당 골목을 빠져나가면 전국에 체인점을 두고 있는 ‘의령소바 본점’이다. 겉으로 보기에도 널찍하고 깨끗한 식당 분위기는 현대적이고 위생적으로 보인다. 이곳 또한 식당 안이 발 딛을 곳이 없었다.

‘의령소바 본점’은 다른 소바집보다 메밀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가 있어 아이들과 같이 오는 가족 손님들이 많을 것 같았다. 거기에다
메밀쿠키나 메밀차 등 손쉽게 사갈 수 있는 것들도 눈에 띄었다.

먹을거리, 볼거리가 있어 참 좋아

의령전통시장은 작은 시장이지만 ‘시장 골목 정비가 잘 되어 있고 깨끗하다’는 게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설명할 순 없지만 왠지 푸근하고 정감 있다. 시골 장이라고 해선 다 그런 게 아닌데, 이곳 사람들의 표정이나 인심이 넉넉한 게 느껴졌다.

의령전통시장은 인구 3만 명이 채 안 되는 의령군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이곳은 시장 입구에 축협과 축협마트를 두고 있지만 아직 대형유통업체가 많이 들어서지 않아 장날인 3일과 8일에는 군내 12개면에서 봇짐을 이고 지고 몰려든다. 상가주택복합형 시장인 이곳에는 150여 개의 점포와 장날이면 나오는 100여 노점상이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 마찬 가지로 비어있는 점포도 제법이다.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이 시장은 언제 개설했는지도 정확치가 않다. 다만 1935년 무렵으로 추정하고 있다.

/권영란

이곳 시장 가까이에는 충익사, 의병박물관, 전통농경테마파크, 의령민속경기장, 정암루(솥바위) 등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들이 제법 많다. 또 의령읍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곽재우 장군 생가, 호암 이병철 회장 생가, 백산 안희제 선생 생가 등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이지만 나들이 나온 외지 사람들이 제법 많은 듯했다.

“자굴산을 찾는 등산객들도 이곳을 지나야 하니까 돌아갈 때는 여길 들리지예. 지리적 위치가 좋은 기라예. 그라고 참 좋은 기 소문난 먹을거리가 있다 아입니꺼.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면 사람들이 올매나 많다고예. 시장이 덕을 많이 보는 편이지예.”

의령 사람들은 소문난 먹을거리인 ‘의령3미’, 망개떡, 소바, 국밥을 ‘명품 먹거리’라고 했다. 이 ‘명품 먹거리’중 2가지를 이곳 시장에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의령전통시장의 활기에 한몫했다. 시장 안과 주변에는 골목마다 여러 곳의 망개떡집과 소바식당이 있다. 이런 먹을 게 있어 의령읍을 찾는 사람들이 많고 이곳 시장에도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많은 이유라고 했다. 60년 전통의 ‘종로국밥’은 시장에서 두어 블록 떨어져있지만 이 또한 외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요새 사람들은 맛있는 집을 찾아댕긴다 아입니꺼. 먹으러 와서 그것만 묵고 가지는 않지예. 가까이 시장이 있으니 그중에 반은 자연스럽게 찾아오지예.”

한 가지 특색만 있으면 더 좋겠네

소문난 먹을거리가 시장 안팎에 있으니 확실히 시장 이곳저곳에서 외지 사람들과 많이 마주쳤다. 나들이객이든 관광객이든 등산객이든 일단 이곳에서는 먹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없을 듯했다.

의령전통시장 사람들도 시장 활성화에 이들 ‘의령3미’가 한몫을 한다는 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 중에는 더러 좀 더 사람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좀 더 시장 상권이 균형적으로 살아날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 역력했다.

“의령시장에서만 있는 볼거리 특색 한 가지만 있으모는… 의령3미 맛보러 오는 손님들이 다 시장으로 올긴데예. 확실하게 ‘먹거리관광시장’으로 아예 만들든지….”  

/권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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