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300 : 제국의 부활

<300>의 후속작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300 : 제국의 부활>. 반가워하는 이가 적지 않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300>은 전쟁 영화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역사 전쟁물의 무게중심은 장대한 스케일과 역사적 의미에 쏠려 있었다. <300>은 실제 역사에 기록된 사실에 잔인성과 폭력성, 선정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마치 이것이 허구 혹은 SF인 듯 몽롱하게 충격적인 영상을 선보였다.

덕분에 사지가 잘려나가고(그뿐인가. 이를 슬로 영상으로 선명히 보여주던 친절함까지), 선혈이 낭자하고 대부분 등장 인물이 반나체로 스크린을 누벼도 이 전쟁 영화는 별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졌다. 그 스타일리시한 영상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강렬히 각인돼 있다.

노암 머로 감독의 <300 : 제국의 부활>은 '테르모필레 협곡의 전투'에서 장엄한 최후를 맞았던 레오니다스(제라드 버틀러 분)와 용사들의 시체를 비추면서 시작한다. 영화는 전작과 비슷한 시기의 이야기다. 전작이 스파르타의 시선으로 본 페르시아와 전쟁이었다면 이번엔 아테네의 시선으로 본 페르시아와 전쟁이다.

그리스 장군 테미스토클레스(설리번 스태플턴 분)를 중심으로 페르시아에 맞서는 그리스 연합군의 전투와 함께 살라미스 해전을 다루면서, 영화는 육지에서 해상으로 스케일을 넓히며 전작만큼 수려한 영상미를 뽐낸다.

"나는 관대하다"를 외쳤던 크세르크세스(로드리고 산토르 분)가 왜 신왕이 됐는지 설명하는 한편, 고르고 여왕과 배신의 아이콘 '꼽추' 등 전작의 주요 인물과 자연스레 퍼즐을 맞춰나가며 이야기를 확장해 나간다.

영화는 가히 '성인들을 위한 전쟁 영화'라고 부를 만큼 더욱 잔혹해졌고 선정성의 수위도 높아졌다. 전작에서 세련되게 그려졌던 슬로 영상도 남발했다. 그럼에도 영화의 강렬함이나 매력은 전편을 뛰어넘지 못하는 아이러니에 혼란스럽다.

이는 참수한 얼굴에 키스를 하는 잔혹성이나 난데없는 정사 장면, 카메라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낭자한 피로는 각인될 수 없는 <300>의 용맹스럽던 용사들이 전하던 감동이 빠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막강한 100만 대군의 페르시아에 대적하며 "스파르타"를 외쳤던 레오니다스 왕과 그의 최정예 300 용사들이 보여주던 용맹함, 그리고 오로지 전투에만 집중해 나가는 감독의 연출력이 주던 충격을 <300 : 제국의 부활>은 제대로 부활시키지 못했다.

테미스토클레스를 비롯한 그가 이끄는 아테네 군사는 카리스마를 작렬하던 레오니다스 왕과 300 용사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역부족이다.

오히려 그 자리는 상영 시간 내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페르시아 지휘관 아르테미시아(에바 그린 분)와 영화 마지막 복수심으로 적들에게 돌진하는 고르고 여왕이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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