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SNS 등 매체 비중 확대 영입…전-현직 선후배 간 간섭 우려도

대규모 청중을 몰고 다니며 선거유세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디어디에 몇 만이 모였는지가 선거 판세를 움직였다. 그래서 세 과시를 위해 청중 동원에 캠프의 전 역량이 동원되기도 했다.

87년 대선과 92년 대선 당시를 떠올리면 된다. 광장을 가득 메운 구름 청중을 찍은 사진들이 당시의 선거 분위기를 말해 준다. 또한 '바보 노무현'을 낳았던 것도 이와 관련 있다. 2000년 4월 총선 당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텅 빈 공터 연설 장면은 지역감정의 벽에 부딪힌 정치인의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다. 이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에너지는 2002년 대선까지 이어졌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이 이젠 '옛날풍경'이다.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광장보다는 인터넷이, 유세보다는 TV토론이 그 위상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미디어 선거'의 시대로 넘어온 것이다. 선거 막판이면 대부분의 후보가 야외연설로 성대에 무리가 와 모기만한 소리로 겨우 목소리를 짜내던 풍경도 낯설어졌다.

이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목 관리보다는 TV토론에 매고 나갈 넥타이 색깔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청중을 울리는 연설문보다는 깔끔하고 시의 적절한 보도자료나 센스 있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 홍보 문구에 더 신경을 쓴다. 때문에 선거캠프의 구성도 달라졌다. 정책개발 못지 않게 홍보분야의 역할이 커진 것이다. 흔히 '공보단'이라 부르는 조직이 그것이다.

언론인들의 영입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한 후보 노출과 수용자들의 반응에 촉을 세우고 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박근혜 캠프 공보단은 언론인 출신들이 주를 이뤘다. 현재 새누리당 대변인인 박대출 의원은 서울신문 정치부장 출신이며 이 외에도 정성근 전 SBS 앵커, 김석진 전 MBC 팀장, 박선규 전 KBS 앵커 등이 그들이다.

이런 현상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6·4지방선거를 앞둔 우리지

   

역 선거캠프에도 다수의 언론인 출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도지사 선거에 나설 홍준표 지사의 캠프엔 MBC경남(이하 MBC) 보도국장을 역임한 바 있는 장효익 씨와 이태종 전 MBC 영상국장이 참여하고 있는데, 장 전 국장은 지난 보선에도 참여했다.

상대후보인 박완수 후보 캠프에도 홍보총괄본부장으로 주임환 전 MBC 보도국장이 참여하고 있으며 역시 MBC 상무 출신인 조남규 씨도 있다. 공교롭게도 양 후보 캠프에 MBC 출신들이 포진한 셈이다.

또한 창원시장 후보로 나선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 캠프에도 MBC 기획심의실장 출신인 신용수 씨가 합류했다. 그 외 눈에 띄는 언론인 출신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MBC 출신들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홍준표 도지사 캠프의 장효익 전 국장은 "TV토론 등이 중요한 시대니 방송의 원리를 잘 아는 방송기자 출신들이 많이 참여한 것 같다"며 원인을 분석했다.

박완수 후보 캠프의 주임환 본부장은 "언론과 후보 간의 가교역할을 언론인 출신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하며 개인적인 친분도 작용했다고 밝힌다. 20년 전부터 출입기자를 하며 후보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는 것인데 인간적인 친분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MBC출신들만 있을까?

주 본부장은 "KBS창원총국엔 지역연고 기자들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우리 지역의 한 방송기자는 "기자와 보도국장을 거쳐 퇴직까지 하고나면 딱히 언론인으로 할 일이 지역엔 없다. 신문과 달리 칼럼을 쓴다든가 하는 역할도 찾기 힘들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경남도민일보>에는 퇴직한 언론인이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거나 사설을 쓰고 있다.

캠프 내에서의 긍정적인 역할 외에 이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있다. 최근 청와대 대변인으로 간 KBS 앵커 출신 민경욱 씨의 경우도 그런 경우다. 흔히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라 정리하는 기자와 취재대상의 적절한 거리가 무너진 사례이기 때문이다. 오전에 KBS로 출근 했다가 회사 휴대전화를 들고 오후에 청와대로 출근했다는 일화는 쓴 웃음을 짓게 한다.

물론 우리 지역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정년퇴직한 후에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앞서 지적했듯 현실적인 배경도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넘기기엔 개운치 않은 면도 있다. MBC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후배들 입장에선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퇴직 후 활동을 제약하는 규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우회에서도 그런 움직임은 없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또한 대언론 관계라는 명목으로 언론계 선후배라는 인간관계가 보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란 법도 없다. 인근 부산지역의 유력한 새누리당 시장후보인 서병수 후보 공보단 구성은 전용성 전 부산MBC 사장, 김일규 전 부산일보 편집국장, 성현철 전 국제신문 편집국장인데 마치 부산지역 언론사를 한 군데씩 책임지고 있는 모양새다.

시민의 변호인인 언론인이 특정 후보의 캠프로 간다고 해서 그 역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캠프에 가더라도 끝까지 시민의 변호인으로 남을 때 좋은 후보, 좋은 당선인, 좋은 단체장이 생기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국가란 국민'이기 때문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