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 있는, 믿고 보는 공연·전시 기대하세요"

최근 새로 선임된 경남도문화예술회관과 경남도립미술관 관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두 관장 모두 경남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지역 문화에 밝고 지역 예술인과 함께 호흡하기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영수(59) 경남도문화예술회관 관장은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진주지부 회장(1999~2006)과 진주문화예술재단 예술 총감독(2007~2013)을, 윤복희(65) 경남도립미술관 관장은 경남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를 지내며 미술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두 사람 중 지난 1월 2일 취임식을 하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서영수 신임 경남도문화예술회관 관장을 만나 앞으로 포부를 들어봤다.

관장실 한 편에는 각계 인사들이 보낸 화환이 가득했다. 책과 서류 등 잡동사니는 상자에 담겨 있었다. 빈 책장은 앞으로 차곡차곡 채울 계획인 듯했다. 경남도문화예술회관으로 출근해 업무 인계를 받은 서영수 관장은 시종 여유 있는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다.

서영수 경남도립문화예술회관 관장./김구연 기자

“1988년 경남도문화예술회관 개관 공연을 제가 제작했습니다. <내일 그리고 내일>이라는 작품인데 경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인, 무용인 등이 총출연했죠. 그리고 경남문화예술회관 6층에 진주연극협회, 진주 예총 사무실이 있는데, 제가 협회장을 맡으면서 오랫동안 그곳을 들락날락했습니다. 그래서 경남도문화예술회관 건물이 친숙하고, 업무 파악이 빠를 것이라고 봅니다.”

진주 출신인 서 관장은 1973년 경상대학교 농과대학 축산학과에 입학했다. 이듬해 1974년 경상대학교 ‘극예술연구회’와 진주 극단 ‘현장’의 창단 멤버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극단 현장은 지난 1974년 8월 30일 설립됐다. 이희대, 모왕갑, 손정수, 김용우, 황금, 서영수, 정대영, 김형규, 조희래, 조구환 등 17명이 창단했다. 같은 해 만들어진 경상대학교 극예술 연구회를 주축으로 한 경상대학교 극예술연구회와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서영수 관장은 1991년 (사)한국연극협회 진주지부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활발하게 협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사)한국연극협회 진주지부장(1995~1997)과 (사)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2004~2006)을 맡아 일했고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진주지부 회장도 약 7년 동안 역임했다.

이후에는 2007년부터 작년까지 진주문화예술재단 예술총감독으로 진주남강유등축제 총 책임을 맡았다. 지난해 진주남강유등축제의 모방 논란으로 갈등을 빚어온 진주시와 서울시가 축제발전 협력서에 합의하면서 해결점을 찾았는데, 그 중심에 서영수 관장이 있었다. 진주시와 서울시가 이날 합의한 축제발전 협력서의 주요 내용은 △서울등축제 명칭 변경 △축제의 주제와 내용 차별화 등 6개 항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등축제반대위원회 집행위원으로 1인 시위를 했었어요.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막후에서 조율을 해 상생안을 만들었습니다.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서울등축제’ 명칭에서 등을 빼고, 축제 콘텐츠도 완전히 바꾸고, 서울등축제를 기획할 때 진주 관계자 2명 이상을 포함하는 것이었죠.”

서영수 경남도립문화예술회관 관장./김구연 기자

-진주예총회장 시절, 개천예술제의 일부였던 유등축제를 특화했습니다. 어떠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진주예총에서 개천예술제를 주관하고 있었습니다. 개천예술제는 1949년 영남예술제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는데 최초의 지역 예술제였습니다. 이후 밀양과 경주 등 전국 수많은 예술제가 개천예술제를 따라 하기 바빴죠. 예술제가 지역별로 생기면서 개천예술제만의 매력이 없어졌습니다. 축제 내용이 대동소이했죠. 특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식점도 된장이면 된장, 순두부면 순두부 하나만 잘하면 인기를 끌잖아요. 무언가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바로 유등축제였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그때 당시 유등축제를 특화하자고 의견을 제시했을 때 회의적인 사람이 많았습니다. 진주예총 회장을 그만두고 2007년 진주문화예술재단에 몸을 담으면서 유등축제를 특화하기 시작했습니다.(웃음) 한번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스타일이라, 무작정 서울로 진주 출신 인사를 찾아가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받았고, 그때 당시 총 2억 원 정도 예산으로 축제를 열었습니다.”

-2002년부터 지금 형태를 갖춘 남강유등축제가 시작됐고, 2003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 예비축제, 2004년 문광부 육성축제, 2005년 문광부 우수축제, 2006~2010년 문광부 최우수축제를 거쳐 지난해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되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약 6~7년 동안 진주남강유등축제 총 책임자로 활동을 했는데, 경남문화예술회관 관장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습니까?

“사실 아무도 잘 모르는 이야기인데, 지난 2007년 경남문화예술회관 관장 공모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웃음) 언젠가 한번은 경남문화예술회관 관장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기회가 왔네요. 선후배 예술인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서영수 경남도립문화예술회관 관장./김구연 기자

역대 경남문화예술회관 관장 중 진주 출신이면서 예술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는 그가 유일하다. 지역 예술계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만큼 서 관장의 포부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서 관장의 임기는 2년이다. 올해 예산은 이미 책정됐고 기획 공연과 전시 계획도 모두 완료됐다. 게다가 웬만한 유명 공연은 다른 공연장에서 이미 1년 전에 유치해 빼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서 관장의 의지와 능력은 올해 하반기나 돼야 본격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

-연극인으로서 잔뼈가 굵습니다. 혹시 좋아하는 연극인이 있습니까?

“세상을 떠난 극작가 차범석(1924~2006) 선생과 김도훈 극단 ‘뿌리’ 대표 등입니다. 언제가 기회가 된다면 예전에 했던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군요. 취임 전 경남문화예술회관의 이미지는 어땠습니까?

“조용하고 정적인 이미지가 컸습니다. 지금도 예술회관 안팎을 보면 너무 조용하고 정적이지 않습니까? 저는 문예회관을 유원지처럼 북적이고, 크고 작은 공연이 활발하게 열리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문화예술회관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까?

“공연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줘야 합니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이란 이름에 걸맞은 차원 높고 격조 있는, 다른 문화예술회관과 차별성 있는 공연을 올릴 예정입니다.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본 공연은 볼만하더라’ 이런 소리를 듣고 싶어요. 벌써 올해 기획공연은 어느 정도 잡혀 있으니, 하반기쯤 다시 기획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영수 경남도립문화예술회관 관장./김구연 기자

-공연도 무용, 뮤지컬, 연극, 음악 등 다양하잖아요. 어떤 분야에 집중해서 기획 공연을 유치하겠다는 생각이 있나요?

“요즘에는 여러 분야가 뒤섞인 퓨전이 많아서 딱히 한 분야에 집중해서 공연을 열 수도 없는 것 같아요. 진주에 살면서도 경남문화예술회관에 한 번도 오지 않은 관객이 많은데, 작품 하나를 유치하더라도 관객이 즐겁고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작품을 우선 하고 싶습니다. 요즘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도 대중 가수들이 콘서트를 많이 하잖아요. 우리도 장르를 떠나서 좋은 공연이 있다면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마니아층을 위한 공연과 전시를 많이 할 것인지, 아니면 일반 사람들을 위한 공연과 전시를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골고루 해야겠죠. 관심도, 연령층, 남성과 여성 등이 골고루 충족할 수 있는 공연과 전시를 준비할 것입니다.”

-현재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총 1564석의 객석이 있습니다. 대규모 기획 공연을 하기엔 안성맞춤이지만 소규모 공연을 하기에는 너무 큰데요.

“역동적인 문예회관이 되려면 소규모 공연장이 필요합니다. 300석 규모의 소규모 공연장을 만들고, 회관 앞 진주 남강 야외무대와 회관 지하 1층을 연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싶습니다.”

서영수 경남도립문화예술회관 관장./김구연 기자

-그렇군요. 최근 경남문화예술회관에 차 마시면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생긴다고 하니까 기대를 해봐야겠습니다. 혹시 <경남도민일보> 1월 6일 자에 실렸던 기사를 봤습니까?

“어떤 내용이죠?”

-올해 경남도 예산 규모는 6조 6143억 원으로 전년보다 6.6% 증액됐는데 이 중 문화체육관광국 예산은 지난해보다 318억 원이 줄어든 1745억 원이라는 기사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아~올해 경남도 예산 규모는 작년보다 6.6% 증액되었으나 문화예술 관련 예산은 15%가량 줄어들었다는 기사 말이죠? 네. 봤습니다. 안타깝죠. 앞으로 콘텐츠 질을 위해서는 도나 의회를 설득해 예산이 증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도나 시에서 지원을 해주면 문화예술회관 입장에서는 질 좋은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고, 관객 입장에서는 그것을 합리적인 가격에 볼 수 있어 좋을 텐데….

“그렇죠. 몇 년 전쯤 김해문화의전당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5~6만 원을 주고 본 적이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12만 원 정도 하는 공연인 데 말이죠. 그만큼 김해문화재단에서 시민을 위해 투자를 한 거죠.”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융성을 창조경제의 든든한 토대”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문화예술이 가지는 힘은 엄청납니다. 우리가 예술회관을 대관해주고, 기획공연과 전시를 하는 것이 자그마해 보이지만, 이것 또한 우리 한류문화를 알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15년 전만 해도 중국 사람의 87%가 노키아 휴대전화를 사용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삼성 휴대전화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한류의 영향력이 큰 것이지요. 한국의 음악, 힙합, 무용 등이 모여서 한류를 만들었고, 한류는 중국 사람에게 한국의 문화, 사람, 상품을 좋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가 가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영수 관장은 경남문화예술회관을 ‘사람으로 북적이고 생동감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라면 ‘볼만 하다’는 평을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실, 경남문화예술회관 신임 관장을 인터뷰하면 누구나 이런 말을 한다. 그래서 서 관장에게 솔직하게 ‘이는 더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진주남강유등축제 예술총감독의 경험을 내세우며 자신을 “한번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스타일”이라고 내세웠다. 그리고는 “앞으로 경남문화예술회관이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진주 출신이면서 예술계에서 잔뼈가 굵은 서 관장의 호언이 2년 뒤 그대로 좋은 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문화예술계는 물론 도민들이 서 관장의 행보와 경남문화예술회관의 변화를 꾸준히 지켜보며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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