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등 일부 지역 건물 공사재개…사업성 낮고 부담 커 재시동 불투명

지난달 25일 실종된 자폐성 장애 아동이 창원의 한 공사중단 건물에서 익사체로 발견되면서 도내 방치 건물과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경남 도내에는 2013년 말 기준으로 공사 중단 건축물이 모두 20곳이다. 대부분 건축주가 자금 부족으로 부도가 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20곳 중 창원 2곳과 진주, 거창, 창녕, 김해 각 1곳은 공사를 재개했거나 곧 재개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치 건물 현장에서는 분양성·자금 유동성 등 사업계획서 승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분양 후 공사비를 보전하겠다는 생각으로 공사를 시작해 뜻대로 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동산 관계자도 경매에서 낙찰을 받은 사람이 공사 대금이나 유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낙찰자 부담이 커 선뜻 방치 건물 매수에 나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젠 더이상 방치 건물 아니다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창원시 가음정동 건물은 1997년 시공사 라이프건설(주) 부도로 골조공사(9층) 완료 후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매매로 건물 소유주가 3번 이전되고 경매로 토지 소유권이 2번 이전됐다. 2013년 1월 4명 공동 명의로 건축주 명의 변경 후 그해 12월 설계변경 건축심의를 통해 공사가 재개될 예정이다. 이전 송원타운에서 창안오피스텔로 건축명을 바꾸고 오피스텔 468가구를 건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동산업계는 이곳에 오피스텔로 공사를 재개하는 것에 의아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공인중개사는 "창원 가음정동은 인근에 사무실이 많지 않고 서민층이 많아 오피스텔 수요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분양 상황 등은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시 성산구에 또 하나의 오래된 방치 건물인 중앙동 테크노엠시티(건물명) 공사 현장에는 공사 장비가 움직이고 펜스 사이로 인부들 모습이 보였다. 확인 결과 지하 5층, 지상 19층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IMF 여파로 부도를 맞은 건설회사가 공사를 중단한 이후 주식회사 영화라는 업체가 2011년 11월 1일 자로 건축심의를 받은 상태다. 시공사 등 관계자 변경 전 건축주 측에서 지하층 토류판 보강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인근에서 12년 동안 부동산사무소를 운영한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한 해 10팀 정도가 사업을 재개한다고 분양가 등을 묻고 다녔다. 그땐 안 믿었는데 건설사 직원 4명이 숙소 계약을 했다는 걸 듣고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느꼈다. 동방건설 직원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현 공사 중단 건물 자리가 오피스텔로 최적지라고 평가하며 분양가는 최근 분양한 라큐브 오피스텔과 비슷한 3.3㎡(평)당 650만~700만 원을 예상했다.

   

◇재개 가능성 높은 건물 더 있다

진주시 상대동(304-6번지)에 있는, 공정률 70% 상태에서 공사 중단된 건물은 2006년 말소된 한보종합건설 부도로 1998년 이후 방치됐다. 2013년 한 개인이 경매로 물건을 받아 재개 움직임이 있었지만 공사에 관여한 시공업체들이 한보종합건설측에 공사대금을 못받아 유치권 행사를 하면서 여전히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새 건축주가 재개에 큰 의지를 가지고 있어 공사 재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10년 공사 중단된 거창군 대평리 여관 건물은 건축주와 토지소유주가 같았지만 경매에 의해 토지 소유권이 이전된 상태다. 건축주는 곧 공사를 재개하려고 경매 낙찰자와 부지가격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주는 이미 많은 돈을 투자한 상태로 공사를 재개할 의지가 높고 금액 차이도 좁혀지고 있어 긍정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창녕군 거문리 부곡토비스콘도미엄(건물명)은 빠르면 이달부터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창녕군 관계자는 "지금은 다선건설이 건축주로 되어 있지만 다른 기업이 인수 받아 사업계획서를 이번 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전부터 사업성은 인정받은 곳으로 건축주가 여러 번 바뀐 건물이다. 부동산업계 역시 창녕군 부곡에는 오래된 콘도가 많아 새단장한 콘도에 대한 수요는 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2009년 4월 공사가 중단된 김해시 신문동 장유프라자도 건축주가 수개월 내 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혀 둔 상태다.

◇다른 용도로 활용 가능성 낮은 방치 건물

공정률 60%에서 2008년 공사를 중단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 서림 백병원 건축주는 신우종합건설이다. 의료시설로 허가가 났고 이미 골조가 다 세워진 상태로 설계변경이 어려운 상태다. 병원 형태로 이미 골격을 다 갖춘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돼 병원이 아닌 다른 형태로는 공사 재개가 힘든 상황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국도변에 위치해 예전에는 50억 이야기도 나왔지만 지금은 문의도 없는 상황이다. 용도 변경이 어렵고 철거 부담까지 안아야 하니 관심을 보이다가도 일반 부지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거제시 옥포동에 있는 거제관광호텔 공사 중단 건물은 국도 옆 외딴길 산 안에 있다. 건축주는 주식회사 천마렌트카로 공정률 10%에서 공사가 멈췄다. 거제시 관계자는 "건축주가 아파트를 건립할 사람에게 접촉할 것이라는 말은 전해지지만 확인은 안 됐다"고 말했다. 거제시 도시계획과에 문의한 결과 거제관광호텔 방치 건물이 있는 곳은 자연녹지구역으로 관광진흥법에 따라 호텔 건립은 가능하지만 아파트 건립은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책 없는 건물이 대부분

창원시 진해구 행암동 다세대주택 공사 중단 건물은 공정률 10%인 상태에서 2003년 2월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경매를 통해 건축주가 변경됐지만 사업성이 없어 방치된 상태다. 창원시 관계자는 건축주가 타지역에 살고 있어 "지인 통해 안전 조치하겠다"는 답변만 들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진주시 평거동 공동주택 공사 중단 건물은 24층 건물을 올리려 했으나 지하 골조공사를 하던 중간에 멈췄다. 건축주는 남강토건주식회사로 등록돼 있다. 남강토건 측은 2008년 공사가 중단된 이후 분양에 대한 부담감과 건설 경기 침체로 뾰족한 방법 없이 현장 점검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층 건물을 지으려다 3층까지 골조공사를 마친 통영시 도남동 공사 중단 건물은 건축허가를 받을 당시 사업주체는 진보건설이었다. 2000년 부도 후 토지를 경매로 처분하고 소유자가 바뀌었다. 이후 통영 조선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공사 재개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2013년 연락 당시 소유주는 재개하려 해도 경기가 하락세라 망설여진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공사 중단 건축물 중 공정률이 가장 높은 80%에서 공사를 중단한 사천시 정동면 예수리 골프연습장은 2006년 허가받았다가 2008년 2월 28일 관계자가 변경됐다. 지금은 골프연습장이 많아지면서 경기 침체를 이유로 그대로 방치돼 있다.

남해군 창선면 해마루 가족호텔은 건축주 산이래저(법인)가 공사하다 중단되면서 경매가 진행되고 맞물린 사람들이 많아 금전적으로 어지러운 상태다.

남해읍 남변리 공동주택 공사 중단 건물은 건축물 현황을 기록한 서류가 건축주·시공사의 잦은 변경으로 틈 없이 빼곡하다. 현재 101동과 103동 건축주는 일토주택건설주식회사로, 102동은 대한건설주식회사로 등록돼 있다. 시공자는 르네상스 종합건설에서 해림건설로 변경됐다가 2011년 2월 시공자가 포기한 상태다.

창녕군 부곡면 거문리산 코레스코 콘도미엄은 건축주가 주식회사 코레스코로 돼있다. 창녕군 관계자는 "본사는 문을 닫고 통화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창녕군은 절차를 거쳐 관광숙박사업 승인을 취소하고 원상복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공무원은 "자금력이 있는 사람도 한 건물에 물려 있는 사람이 많으니 쉽게 덤벼들지 못한다. 적합한 가격으로 경매에서 낙찰을 받으면 그전 있었던 관계가 사라지는 법이 있어야 방치 건물은 해결 될 것으로 생각된다. 공사 중단 건축물 매입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공사 중단 건축물이 민간 소유 건물이고 대부분 법정 소송 중이어서 공사 재개나 철거가 어렵다. 부동산 관계자들도 "공사가 중단된 이유도, 오랫동안 방치된 이유도 사업성이 적은 게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방치 건축물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지만 해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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