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장어 손질, 어머니는 ‘비법 양념장’ 만들어

꼼지락 꼼지락 꿈틀거리는 꼼장어. 김해시 내동 먹자골목에 있는 ‘꼼지락 꼼장어’는 기운이 없거나 입맛이 없을 때 생각나는 곳이다. 김해에 갈 때마다 찾는 곳 중 하나로 내동 먹자골목에서는 모자지간에 유난히 사이좋은 가게로도 유명하다.

솜씨는 닮는 법

‘꼼지락 꼼장어’의 손님맞이와 꼼장어 손질은 사장인 류한상(35) 씨 몫이고, 어머니 정정자(60) 씨는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눈이 큰 엄마와 눈이 작은 아들. 생김새를 봐서는 모자지간인지 알아보기 힘들지만 계속 보고 있으니 웃는 모습은 너무 닮았다. 웃는 모습만큼 아들은 어느새 엄마처럼 일하는 모습도 닮고 있었다.

/박정연 기자

“어머니가 민물장어 장사를 20년 넘게 해도 옆에서 거든 적도 없이 놀러 다니기 바빴는데 제가 이렇게 꼼장어를 만지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러면서도 류한상 사장은 “어머니가 주방을 맡아주고 있어 든든하다”며 “어머니 손맛은 예전부터 알아줬다”고 했다.

김해 부원동에서 민물장어집을 했던 정정자 씨는 쉴 때도 됐지 싶어 장사를 그만뒀으나 아들이 가게를 낸다니 두 팔 걷어붙이고 힘을 보탰다.

정 씨는 “장사하는 게, 특히 음식 장사라는 게 보통 일은 아니지만 하고 싶어하는데 말릴 수는 없다. 부딪혀 보고 힘들면 그만두겠지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먹자골목에서 4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단골손님을 만들어 가는 아들을 보면서 정 씨는 내심 대견하기도 하고, 일찍 장가를 들어 철든 아들을 보고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테이블 5개가 전부인 이곳에는 여름에는 손님들이 넘쳐나지만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다. 장어는 여름 보양식으로 알려진 데다 여름이 제철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젊은 20~30대 손님까지 즐겨 찾는데, 가게 앞 먹자골목에 간이용 테이블을 내놓아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겨울에는 40~50대 단골손님이 주로 찾는 속닥한 가게로 변신한다.

늘 표정이 밝은 류 사장과 어머니 손맛 때문인지 이 집 꼼장어만 먹으러 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힘이 들다가도 “다른 집보다 맛있다”는 손님들의 한 마디는 주인장의 피로를 날리고도 남는다.

꼼장어의 또 다른 이름 먹장어

가장 인기가 있다는 양념 꼼장어를 맛보기 전 가게 앞에 놓인 수족관 상태부터 주방에서 꼼장어 손질까지 살폈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공수한 꼼장어가 여름철에는 한 번에 20㎏씩 1주일에 3번 들어오고, 겨울철에는 1주일에 2번 정도 들어온다.

류한상 사장은 “꼼장어는 몸에서 끈적거리는 점액을 뿜어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점액을 걷어내야 한다”며 수족관에서 뜰채로 꼼장어를 잡아 올렸다.

/박정연 기자

꼼장어는 껍질을 잘 벗겨내는 게 관건이다. 처음 꼼장어 1마리 껍질을 벗겨내는 데 3분씩 걸리던 것이 4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1마리당 15초 안에 속살을 드러내게 만들 정도가 됐다.

“꼼장어를 껍질째 달라는 손님이 있기도 하지만 비릿한 맛 때문에 껍질을 제거하고 조리를 해요. 손님이 껍질을 따로 달라고 하는 경우 손질해 내놓고 있어요.”

핏빛이 도는 꼼장어 때문에 류한상 씨는 손님 옆 테이블에서 초벌을 해 자리로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

음식은 알고 먹어야 제 맛이다. 장어도 다 같은 장어가 아니다. 장어는 크게 4종류가 있는데, 먹장어·붕장어·뱀장어·갯장어가 식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죽을 벗겨 내도 한참 동안 살아서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는 모습에서 이름 붙여진 ‘꼼장어’의 본래 이름은 먹장어이다. 먹장어란 이름은 눈이 퇴화되어 피부에 흔적만 남아 ‘눈이 먼 장어’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먹장어는 몸이 길어 장어에 끼워주지만 실제로는 어류가 아닌 원구류이다. 턱뼈가 있는 다른 장어와 달리 먹장어는 턱뼈가 없다. ‘바다의 청소부’라는 별명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식용보다는 껍질로 만든 가죽 지갑이나 벨트가 인기 있다.

붕장어는 몰라도 ‘아나고’는 안다. 붕장어의 일본식 이름인 아나고(穴子)는 모래바닥 구멍에 몸을 숨기고 지내는 습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에서 붕장어는 독 때문에 날 것으로 먹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구이보다 회로 주로 먹는다. 핏기를 제대로 빼면 독도 사라져 먹는데 문제는 없다.

/박정연 기자

‘민물장어’라 불리는 뱀장어는 회류성 어류로 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올라가 생활한다. 장어 중에서 유일하게 양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연에서 잡은 치어를 양식하기 때문에 부분 양식이라 보면 된다. 스테미너 음식으로 알려지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각국에서 양식법 개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하모’로 통하는 갯장어는 입모양이 길고 이빨이 매우 날카로운 게 특징이다. 아무거나 문다는 뜻에 붙여진 이름답게 낚시하고 손질하기 까다로운 장어에 속한다. 남해안에서는 주로 참장어라고 불리며,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갯장어 샤브샤브가 유명하다.

매콤 달달한 양념 꼼장어

잡았을 때 두 손 가득한 둘레의 붕장어와 뱀장어는 두툼한 크기 때문에 펼쳐놓고 소금구이로 주로 먹지만,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았을 때 쏙 들어올 둘레 정도의 꼼장어는 양파와 깻잎, 부추 등을 넣고 양념장과 버무려 조리해 먹는 게 제 맛이다.

양념과 어우러진 꼼장어는 밥도둑에 소주 안주로 제격이다. 첫 맛은 맵고 끝 맛은 달콤한 양념이 배어 오독오독 씹히는 꼼장어는 살짝 익혀 물렁물렁해진 양파와 먹으면 단맛이 배가된다.

/박정연 기자

양념장의 매운맛은 고추장, 고춧가루, 마늘, 생강이 내고 단맛은 배, 사과가 낸다. 돈을 주고 양념장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의 양념장을 만들고자 모자는 가게 문을 열기 전 부산 자갈치시장, 마산 어시장에서 유명하다는 꼼장어집을 수없이 다니면서 맛봤다.

“마산이나 부산에는 꼼장어 골목이 있을 정도로 인기 메뉴죠. 여기 먹자골목에는 대부분 돼지고기 집이고, 치킨 집이 엄청 많죠. 특색 있는 메뉴를 선보이고 싶었어요.”

류 사장은 “골목에서는 꼼장어 하는 집으로 이름 나 있고, 손님이 또 다른 손님으로 연결되는 덕분에 자리를 잘 지켜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님 중에는 꼼장어를 먹으러 왔다 선지국만 2~3그릇씩 리필해 먹기도 한다. 꼼장어와 함께 내놓은 선지국은 정정자 주방장이 매일 직접 끓이는데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좋다.

양념 꼼장어를 먹을 때 매운맛을 달래 줄 상추, 깻잎, 배추, 당근, 비트 등은 정 주방장이 집 앞 동상시장(김해시 동상동)에서 장을 봐온 것들이다. 내놓는 채소는 철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일단 내 성에 차야 말이죠. 예전에 가게를 직접 운영할 때부터 좋은 재료를 보고 직접 골라야 하는 성미라 버릴 수가 없어요.”

주방장 정정자 씨의 신선한 재료 고집은 아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재료가 좋아야 맛도 좋다는 걸 알아요. 손님들이 더 잘 아는 걸요.”
테이블은 5개밖에 없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큰 모자가 빚어낸 환상 궁합은 맛에도 녹아 있다.

<메뉴와 위치>
◇메뉴: △꼼장어(양념·소금) 1인분 1만 2000원 △문어숙회 대 4만 원, 소 3만 원.
◇영업시간: 오후 5시~오전 3시.
◇위치: 김해시 내동 1142-1번지 마이다스2빌딩 102호. 055-325-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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