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그후]영록서점 대표 박희찬 씨-2003년 6월 27일 자

"박물관 만드는 꿈은 접었습니다. 지자체에서 잘하겠지요. 헌책 모아서 마음 편히 구경하고 이야기하는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2003년 6월 27일 자 <경남도민일보> 문화·생활 지면에는 헌책방을 소개하는 기사가 연재됐다. 첫 번째로 소개된 곳은 마산우체국 뒤편 석전상가 2층 전체에 헌책을 가득 채워 운영했던 영록서점이다. 11년이 지난 2014년 '책 그림자'란 뜻의 영록서점은 석전동 시장통에서 중성동 창동예술촌으로 이사 중이다. 이사 기간만 7개월여에 달하는 헌책들의 대이동을 만나보았다.

"창동예술촌 발전에 도움을 줄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1층과 3층, 4층에 책방을 마련했고 이곳을 이야기 나누는 사랑방으로 만들려고요. 마산의 역사가 숨을 쉬는 창동과 헌책방도 어울리죠."

43년 헌책방 인생을 이어가는 박희찬(59·사진) 영록서점 대표 목소리에 힘이 느껴진다.

그는 지난해 12월 초순부터 창동예술촌 내 아고라 광장 옆에 있는 5층 건물로 헌책방을 이전하고 책을 옮기는 중이다. 120만여 권의 헌책을 옮기는 데만 7개월, 올 6월 말이면 영록서점의 창동시대 막이 오른다고 했다.

   

"헌책 장수가 변함이 있나요. 인터넷 서점 운영하고 헌책 수집하고 늘 같은 일상입니다. 요즘은 아침마다 고물상에 들러서 수집을 합니다. 버리는 분은 헌 책이지만 제 손을 거치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죠. 이 손으로 수십만 권 책을 살려냈습니다. 허허허(웃음)."

그는 문화 사랑방도 함께 만들어 오고 가는 시민들에게 쉼터 역할을 하는 영록서점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부탁이 있다고 했다.

"제발 헌책들을 집에 처박아 두시거나 버리지 마세요. 책 한 권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까. 연락만 주시면 언제든지 가지러 가겠습니다. 버려지는 그 책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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