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세계를 한눈에 담아보자, ‘벨루가와 함께’

2월까지는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할 시간이 많다. 아이들의 학기 일정이 가장 느슨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날씨는 차갑지만 아이들은 ‘궁뎅이만 들썩거리며’ 빈둥거리거나 게임에 빠져있다. 부모들은 그걸 또 두 눈 뜨고 보질 못한다. 우리 같이 나가자, 그렇다면 어디로 가지? 서울, 부산, 제주 등에만 있는 아쿠아리움보다 좀 더 여유 있는 걸음을 할 수 있는 전남 여수 아쿠아플라넷은 어때? 이런 식으로 얼떨결에 합의하고 길을 떠나지 않을까 싶다.

경남에서 여수까지 가는 시간이 훨씬 단축됐다. 지난 해 개통된 ‘이순신대교’ 때문이다. 이곳까지 가는 길에 있는 이순신대교는 한 마디로 볼만하다. 지나갈 만하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옥곡에서 내려 달리다보면 이순신대교가 나온다. 이순신대교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차창에 매달린다. 다리의 규모에 압도되는 것이다.

“우와 진짜 높다. 아직도 다리 위야? 길이도 장난 아니네.”

이순신대교에서 내려다보는 항만 크레인들을 보라고 소리를 지른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올 때까지 시큰둥하던 표정들이 그제야 살아나기 시작한다.

/권영란 기자

한 번 쯤은 봐도 좋겠구나

그리고 여수 아쿠아플라넷. 동백꽃섬으로 유명한 여수 오동도 바로 코앞이다.

이곳은 여수 해양엑스포가 끝난 뒤에도 유일하게 성황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일반 대중들이 눈으로 보고,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아쿠아플라넷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해양생태계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바다의 경외감을 넘어 생명 보존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쿠아플라넷 광장에는 휴일을 맞은 가족 단위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른쪽으로 여수 바다를 끼고 있는 이곳에는 건물 입구로 들어서기 전에 군데군데 앉아있는 사람들 앞으로 먼저 눈길이 간다. 휴대전화 충전을 하고 있다. 작은 쉼터라 여겼던 것은 알고보니 ‘솔라트리’였다. 솔라트리는 낮 동안 태양광을 모아 태양에너지를 저장하는 ‘태양나무’다.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된 전기로 키오스크를 운영하며, 아쿠아플라넷 안내와 휴대전화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태양에너지의 힘을 간단하게나마 체감할 수 있는 시설이다.

입구를 들어서니 발 딛을 곳이 없다.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 있고, 한쪽으로는 관람을 끝내고 나오는 사람들로 줄을 이어 있다.

이곳 아쿠아플라넷은 아쿠아포리스트, 마린라이프, 오션라이프 등 3개의 전시관과 ‘트릭아트’로 관람객이 입체적인 그림을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은 살아있다’, 다면 입체와 움직임을 동시에 체험하는 ‘4D 체험관’ 등이 있다.

/권영란 기자

오션라이프와 마린라이프육상부는 매일 3~4회의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오션라이프 전시관에서는 메인수조에서 펼치는 공연이 인기다.

“우와!” “어엇, 내려온다!”

탄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나오고,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사람들은 몸을 앞으로 숙이거나 일어서고 만다. 대형 수조 속에 살고 있는 거대한 가오리와 수천 마리의 고등어떼, 돌고래 마린걸스들과 수조 속에서 다양한 수중공연을 눈앞에서 보여준다. ‘바다 속에 생물들과 인간이 저리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면…’ 이라는 환상과도 같은 생각을 잠시 안겨주기도 한다.

마린라이프 전시관에는 야외 수조에서 오타리아 바다사자 ‘뭉치’와 ‘몽글’이 노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마리의 바다사자는 관람객에게 장난을 걸어오기도 한다. “아이쿠!” 순식간에 앞자리에 앉은 관람객들이 물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 진행요원이 주는 물막이용 비닐을 반드시 쓰고 보든지 멀찌감치 떨어져 보는 것이 좋다.

또 이곳 마린라이프 야외 수조에서는 덩치가 크지만 순해서 사람을 잘 따르는 잘 생긴 ‘벨루가’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벨루가가 아쿠아리스트들과 노래를 하는 걸 볼 수 있다. ‘바다의 카나리아’라고 불리는 벨루가는 사실 성대가 없다. 하지만 머리 뒤쪽에 있는 숨구멍을 통해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아쿠아리스트들이 벨루가에게 먹이를 주는 ‘배고파, 배고파’ 공연이 진행되면 벨루가가 먹이를 향해 뛰어오르며 꿀떡꿀떡 삼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엄마, 쟤들은 씹지도 않는데….” 아이가 옆에 있는 엄마를 쿡쿡 찌르며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벨루가는 연어, 양미리, 오징어를 잘 먹는다. 먹는 걸 아주 좋아해서 ‘물돼지’라고도 불린다.

/권영란 기자

각 전시관으로 이어지는 길목들은 전부 크거나 작은 수조들로 이뤄져 있다. 또 돔으로 만들어진 수조 통로에서는 거대한 가오리가 입을 드러내며 바로 옆에 다가오기도 한다. 생전 처음 보는, 알지 못하던 바다 속 물고기들이 알록달록한 빛깔로 수조 속을 돌아다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아쿠아포리스트 전시관은 눈으로 즐기는 것만이 아닌 자잘한 체험거리들이 있다. 물총으로 물고기를 맞추는 것이라든지, 수조 한 가운데 얼굴을 넣을 수 있는 유리관이라든지, 다양한 바다 생물을 손으로 잡을 수 있다든지 또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닥터피쉬가 있다.

이곳에는 태양광 채광존과 닥터피쉬존이 있다. 바다 생물들의 주요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과 수초는 태양광이 반드시 필요한데다가 닥터피쉬들의 수온을 유지하는 냉각기도 태양광을 동력으로 쓰게끔 되어있다. 이곳에서는 ‘바다의 무법자’ 해파리의 유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즐길 수도 있다.

의외로 아이들이 흥미로워 하는 곳은 트릭아트 ‘박물관은 살아있다’ 전시관이다. ‘트릭아트’는 관람객이 그림 속으로 일부분이 되는 것이라 입체적인 미술 체험이라 할 수 있다. 마술을 부리듯 신기해 아이들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 드러눕거나 접시 위에 얼굴을 올려놓거나 상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마음껏 즐긴다.

/권영란 기자

여수 아쿠아플라넷에서는 넉넉히 1시간에 걸쳐 정신없이 돌아다니게 된다. 다리가 아파 수조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는 “70평생 이런 구경은 처음이라며 아직도 세상에 이리 볼 게 많다”면서 마냥 신기해했다.

“입장료가 비싸서 손자놈들만 구경시키고 나는 안 들어오라했더만 한 번은 볼만하네.”

아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다 속을 살짝 엿본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이곳까지 왔으니 오동도 한 바퀴도…

아쿠아플라넷이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었다면 잠시 어른들에게도 여유가 필요할 듯하다.

‘붉은꽃섬’ 오동도는 아쿠아플라넷 광장에서 빤히 보인다. 하지만 잠시 자동차로 이동하는 게 좋다. 방파제 입구에서 오동도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방파제를 따라 오동도까지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섬에 들어서면 동백숲 사이로 난 길을 천천히 걷고 싶어질 테니 말이다.

2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붉은 동백은 2월말이면 여기저기에서 툭툭 터지고 있을 것이다. 붉은 꽃으로 번진 숲길을 따라 가다 섬 가운데 있는 오동도등대 옆에서 동백차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을 것이고 숲길 끝에 닿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와 차가운 바람을 맞는 것도 좋을 것이다.

/권영란 기자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이순신대교를 지나올 때는 눈을 옆으로 뒤로 돌려 해 저무는 여수를, 아름다운 여수 야경을 꼭 볼 수 있기를.

입장료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비해 다소 비싸고 여길 수도 있겠다.
어른 25000원, 어린이 21000원, 청소년과 65세 이상 노인 23000원.
문의)대표전화 061-660-1111

/권영란 기자

남들이 다 아는 맛집
아쿠아플라넷 안에 바다 전망이 좋은 푸드코트가 있지만 여수 맛집을 찾아가보는 것도 좋을 듯. 여수 봉산게장거리에 가면 돌게장으로 소문난 ‘황소식당’과 ‘두꺼비식당’이 있다. 주말에는 2~30분 줄을 서있어야 하는 게 기본이다. 게장백반 1인 밥상에는 양념게장과 간장게장이 다 나온다. 착한 가격에 게장을 맛볼 수 있다. 1인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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