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시릴 틈 없이 씻고 고르고 추위·시간과 눈물 나는 싸움

아침 칼바람이 부는 진해만.

멀리서 형망선이 경화어촌계 피조개 선별뗏목으로 다가오고 있다.

채취한 피조개를 좌우 가장자리 바깥으로 매단 채 균형을 잡고 오고 있다. 장대를 든 줄 타는 사람 같기도 하고, 물지게를 진 것 같기도 하다. 약간은 위태로워 보이지만 비행기가 착륙을 하듯, 솜씨 좋은 운전수가 주차를 하듯 미끄러지듯 뗏목 측면으로 배를 정박한다. 이때부터 뗏목은 바빠진다.

먼저 형망선이 피조개를 채취하는 데 사용한 갈고리부터 청소한다. 좌우 너비가 2.5m 정도 되는 갈고리에 손에 잡히는 작은 갈고리를 넣어 뾰족한 사이사이를 일일이 긁어낸다. 펄을 긁어 피조개를 채취하기 때문에 갖가지 침전물이 걸려 올라오기 때문이다.

빠른 손놀림으로 갈고리를 정돈하면 피조개가 담긴 망을 뗏목 안쪽으로 당겨 풀어 놓는다. 고정용 끈을 살짝 풀어주면 500kg 정도의 피조개가 한꺼번에 "촤~" 하며 쏟아진다. 형망선 왼쪽 망의 피조개를 풀어 놓고 나면 배를 반대편으로 돌려 오른쪽 망의 피조개를 같은 과정을 통해 선별뗏목으로 옮긴다.

이어서 청소조가 투입된다. 모터를 이용해 올린 바닷물은 수압이 세다. 강한 수압으로 피조개와 함께 올라온 펄을 씻어 낸다. 이때 작은 생선들을 비롯한 부산물도 제법 올라오는데 그 중 가장 많은 것이 쏙이다. 생선들과 쏙은 팔지 않고 일한 사람들끼리 나눠 먹는다고 한다.

1차 세척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별작업에 들어간다. 열 네댓 명의 여성들이 두 줄로 앉은 가운데로 옮겨진 피조개는 2차 세척과 함께 선별작업을 동시에 한다. 씻고 고르고 담는 과정이 현란하다. 조개들이 부딪치는 소리와 물이 쏟아지는 소리밖에 없다. 대화할 틈도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다음 선별물량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바람도 차고 물도 차다. 손 시리지 않으냐고 물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시릴 틈도 없는 것이다. 이 작업은 보통 새벽 4시에 시작해서 낮 12시쯤에 끝난다. 물량이 많으면 오후 2~3시까지도 한다고 한다.

겨울 새벽부터라면 긴 시간이다. 선별선에 붙은 배에서 식사와 휴식을 해결하고, 주택 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란색 물탱크를 개조한 화장실에서 급한 일을 해결한다.

진해만 경화어촌계 피조개 선별뗏목에서 여성들이 숨 쉴 틈도 없이 조개를 씻고 고르고 있다. /권범철 기자

선별은 여성들이 하고, 내리고 싣는 일은 남성들이 하는데 일당은 각각 7만원과 10만 원이라고 한다. 이런 선별뗏목이 진해수협 내 14개 어촌계에 있다고 하니, 그것만으로 진해가 피조개의 고장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세척하고 선별한 피조개는 바로 약 15kg들이 망에 담겨 뭍으로 가 활패(껍데기째 살아있는 피조개)와 가공품으로 나뉘고, 수출과 내수용으로 나간다.

추위와 시간과의 피나는 싸움이 피조개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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