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피조개 양식업에 뛰어들어, 어촌 공동사업 이끌며 소득증대 기여

새벽 4시에 나갔던 배가 오후 1시를 넘겨서야 부두로 들어온다. 군용 점퍼와 바지로 칼바람을 이겨낸 이연진(52) 씨는 그제야 담배를 입에 물며 잠시 숨을 돌린다. 그물에 담긴 피조개를 진해수협으로 옮기면 일과도 마무리된다. 굳이 새벽에 작업 나가는 것은 유통 때문이다. 점심 즈음에는 배달차가 출발해야 그날 전국 각지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전량 일본에 수출할 때는 오후에 작업해도 됐다. 일본으로 떠나는 배가 저녁에 움직였기 때문이다.

작업을 끝낸 이 씨 손에는 피조개가 들려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밥상 위에 올려, 날 것 그대로의 향을 음미하려 한다.

"없어서 못 먹지 질리긴 왜 질려. 이 귀한 것을…. 피조개는 비린내가 전혀 없어서 깔끔하고 씹는 맛이 좋지. 우리야 특유의 향을 느끼기 위해 가공한 것 아닌 생으로 까먹지. 말이 양식이지 바다에 그냥 뒀다가 끌어올리니 자연산이나 똑같다고 봐야지."

진해에서 나고 자란 이 씨는 어릴 때부터 피조개를 자주 접했다. 양식 아닌 자연산이었다.

"연안에 많이 있었지. 바다에 조금만 들어가 발로 툭툭 치면 피조개가 나오고 그랬거든. 손에 쥘 수 있는 만큼 들고 나와서는 날것 그대로 먹는 거지. 조개 중에서 회로 먹을 수 있는 게 이게 유일하니 엄청나게 귀한 거지. 그래도 가끔은 불을 피워 구이로도 먹고 그랬지."

   

이 씨가 피조개 양식업에 뛰어든 건 15년 조금 안 됐다. 직장생활을 하다 27살 무렵 바다 일에 뛰어들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이쪽 일을 할 수도 있다는 마음은 먹고 있었다. 할아버지·아버지 모두 뱃일을 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봄에는 도다리, 가을에는 전어를 잡으며 생업을 이어갔다. 그러다 피조개 양식에 눈 돌렸다.

"한 20년 전만 해도 피조개가 잘 돼서 돈 번 사람들이 많았지. 그러다 종묘 단가가 높아지고, 성장률도 떨어지면서 영 재미가 없었지. 어장 만들어 놓고 놀리는 곳도 많을 수밖에 없었지. 그러다 양식 환경이 좀 나아지면서 다시 하는 사람들이 늘었지. 그러면서 나도 시작하게 됐고…."

그즈음 진해 14개 어촌계 가운데 피조개양식 공동사업에 뛰어든 곳도 많았다. 이 씨가 속한 경화어촌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계원들은 그리 적극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 이 씨는 경화어촌계 임원으로 참여했다. 이 씨 개인적으로 피조개뿐만 아니라 다른 어종도 병행하고 있었지만, 계원들 소득 증대를 위해 이쪽에 좀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혼자 개인 돈 700만 원으로 피조개 종패를 사서 살포했는데, 7000만 원 정도 수익을 올렸어. 그래서 계원들에게 지분 투자형식으로 참여하게 했는데, 10만 원 투자한 사람이 200만 원을 가져가기도 했지. 사업성 있다며 계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단합되면서 피조개 공동사업이 6~7년 전부터 아주 활성화됐고."

   

이제 어촌계 공동 매출은 연 6억 원가량 된다. 이 가운데 순이익이 3억~4억 원 정도다. 어촌계원 50~60명이 달라붙으니 인력창출에서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현재 이 씨는 개인어장도 꽤 보유하고 있다. 피조개 생산량이 30년 전과 비교하면 턱없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이 씨는 크게 손해 본 적은 없다. 이제는 수질도 나아지고 있어 앞으로 기대를 안고 있다.

"피조개는 펄 상태가 제일 중요하거든. 그래서 철 아닐 때는 어장 청소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몇 년 전부터는 인공 배양장을 만들어서 1차적으로 살포했는데, 아주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지. 폐사율이 10%도 채 안 되니…. 피조개는 이제 수출보다는 내수에 역점을 두고 있으니, 좀 더 많이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해야지. 가격도 많이 낮아져서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거든."

이 씨는 대학생·군인인 아들을 두고 있다. 대를 이은 그이기에 아들들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법하다. "종종 함께 바다 나가서 도와주기는 하지. 내 업을 이어받으면 좋기는 하지만, 자기들 뜻이 맞아야 하는 거지. 깨끗한 옷 입지 못하고, 제때 잠 못 자는 일이라 억지로 시킨다고 될 것은 아니지. 그래도 작업하면서 바로 끌어올린 피조개에 소주 한잔 하는 그런 맛은 있는데….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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