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명 : 재두루미
학명 : Grus vipio Pallas

십장생중의 하나인 두루미는 흔히 학이라고 불린다. 예전에는 모두 학이라고 했는데 왜 요즘 들어 두루미라고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과 두루미는 같은 것인데 두루미는 순 우리말이고 학은 일본 한자를 그대로 읽은 이름이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새는 유독 일본말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닭도리탕의 ‘도리’도 새를 뜻하는 일본어이고 백조도 고니의 일본어이니 말이다. 이제는 우리말을 쓰자는 의식으로 ‘학’이나 ‘백조’는 쓰지 않고 정식명칭도 모두 두루미와 고니로 등재되어 있어 앞으로 자라는 세대들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겠다.

만약 예전처럼 연하장을 돌리는 때였다면 두루미가 매우 바빴을 텐데 요즘은 e-mail 시대라 많이 한가해졌다. 연하장에 단골손님인 두루미가 빠지면 뭔가 허전해 보였을 정도였던 것이 우아함과 고고한 자태뿐만 아니라 장수한다는 이미지까지 더해져 새해 기원의 염원과 딱 맞아떨어지는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재두루미 가족.

하지만 전 세계에 서식하는 두루미는 15종뿐이고 이 중 10종은 멸종위기종이며 또 이 중에서 3종(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만이 우리나라에서 월동을 한다. 흰색의 두루미는 주로 철원지역에서 볼 수 있고, 흑두루미는 순천만에서, 재두루미는 주남저수지에서 볼 수 있다. 주남저수지와 가까운 곳에 사는 나로서는 재두루미를 가장 아낀다. 재두루미는 해마다 어김없이 11월에 찾아와 2월 말까지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떠난다.

2011년 2월 14일. 나는 이 날을 평생 잊지 못한다. 17년 만에 창원에 폭설이 내린 날이었다. 그날 나는 설원 속에 재두루미를 보려고 설레는 마음으로 주남저수지로 달렸는데 도로 상태가 엉망이어서 20분이면 걸릴 거리를 1시간도 넘게 걸려 도착하였다.

재두루미와 뉴트리아.

주로 낮에는 논에서 나락을 먹는 재두루미는 눈을 피할 곳이 없어 오롯이 펑펑 쏟아지는 눈을 다 맞으면서 논안에 모여 있었다. 하얀 눈밭에 회색 깃털은 흑백의 대비로 저절로 흑백 사진처럼 아름답게 보였는데 오히려 재두루미의 트레이드마크인 눈 주위의 빨간 색은 잘 보이지 않았다. 오후에는 저수지 안쪽을 살펴보다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재두루미와 외래종인 뉴트리아가 함께 있는 모습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재두루미는 보호종이고 뉴트리아는 때려잡아야할 퇴치종이다. 하지만 함께 있으니 모두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하루 종일 눈이 왔는지라 날이 매우 궂었지만 눈 속에 있는 재두루미를 놓치고 싶지 않아 끼니도 거른 채 하루 종일 관찰하였다. 그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설경속의 재두루미 연하장 사진을 건졌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그날의 아름다웠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모쪼록 피플파워 독자들도 2014년 행운 가득하길.

 

재두루미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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