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愛 재발견' 희망여행 프로젝트 (상)

진우(가명·13)와 재우(가명·11)는 할머니(77), 고모(54)와 함께 산다. 부모는 재우가 2살 되던 해 할머니에게 형제를 맡기고 떠나 연락이 끊겼다. 할머니는 혼자 키우는 것이 힘에 부쳐 이혼한 고모와 합쳐 가정을 이뤘다. 대리양육가정위탁보호세대가 된 것이다.

"여행이요? 창원 대형마트 가서 온종일 놀다 오는 것이 여행이에요. 볼 거 많고 먹을 거 많은 곳이 거기만한 곳이 있나요. 물론 다 사주지 못해 안타깝지만 눈요기는 하잖아요."

슬래브집 재우네 거실은 온기가 없다. 담요 위에 앉아 소형 전기스토브로 찬 기운을 막아보지만 이야기를 하는 고모 입에서 입김이 나온다. 최근에 다녀온 여행이 어디냐는 질문이 민망해졌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 선정돼 다행이에요. 할머니 고향땅 밟아 보시는 것이 소원이셨는데 정말 잘 됐어요. 진우와 재우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거고요."

동행취재를 위해 나선 길이지만 생각했던 것과 선정 대상 가족의 현실은 차이가 컸다. 질문보다는 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은화(가명·18)네 집을 방문했다.

정소영(가운데) 어린이재단 복지팀장과 재우네 가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민국 기자

은화는 부모의 이혼으로 14년 전 마산에 왔다. 그리고 할아버지(80), 할머니(68)와 함께 조손가정을 이뤘다. 은화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게 해달라는 은화에게 할머니는 매를 들었다. 비록 할머니 품에서 자라지만 조만간 부모와 함께 생활하리라 할머니는 믿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곧 실망으로 돌아왔지만 딸 같은 손녀 은화는 희망으로 자라줬다.

할머니는 온수가 나오지 않아 커피포트에 물을 데워 머리를 감고 학창 시절을 버텨 준 손녀 칭찬을 이어갔다. 18살이 되도록 휴대전화가 없어도 귀가 걱정을 끼치지 않았던 은화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서울로 대학을 진학해 오는 3월이면 더는 할아버지 병간호를 할 수 없고, 무릎 아픈 할머니의 일을 덜어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이 대학입학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은화가 대학을 졸업하고 돈 많이 벌어서 많은 여행시켜줄 텐데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건강만 하시면 되죠."

할머니 이야기에 눈물 흘리던 정소영 팀장은 생애 처음으로 가족이 함께 가는 '가족애 재발견-희망여행'을 안내했다.

한편 <경남도민일보>도 은화네와 진우네 등 일곱 가정의 생애 첫 가족 여행에 동행한다. 2월 12~14일 일본 대마도를 다녀오는 이번 행사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여행 기회가 없었던 이들에게 희망여행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하나투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 기획하고 JR규슈고속선 (주)비틀, NC다이노스야구단이 후원, 진행하는 사회공헌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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