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임병규(39)·손영은(36) 부부

임병규(39)·손영은(36) 부부는 편지 한 통을 꺼내 든다. 결혼 한 달 전 프러포즈 이벤트를 위해 쓴 병규 씨 편지다. '고백'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이 속에는 둘 인연의 시작이 담겨 있다. 물론 오롯이 병규 씨 입장만 담겨 있다.

'2011년 어느 날 고객사로 만들고 싶은 회사의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짧은 통화 몇 마디로 팀장님의 부하직원과 소개팅 자리가 마지못해 만들어지고 맙니다. 5분 후 스마트폰 메신저로 사진이 날아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봅니다. 역시나 빼어난 미모는 아니었습니다. 그날 저녁 중국풍이 물씬 풍기는 요릿집으로 향했습니다. 부장님과 그녀가 먼저 와 있었습니다. 수줍은 듯한 화장기 없는 얼굴, 정돈되지 않은 어중간한 머리 길이, 소개팅 자리에서 절대 입을 수 없을 것 같은 곤색 소시지 바지와 단화…. 그런데 이런 수수함을 오랜만에 보는 남자는 희한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뭐지? 이 때 묻지 않은 것 같은 황당한 순수함은…. 숫기 없는 남자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어색한 침묵만이 둘만의 공간을 채웁니다. 남자는 2차 맥줏집으로 가자고 제안합니다. 여자는 다른 곳에 회사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어 가야 한다며 미안한 듯 가버립니다. 다음날 남자는 용기 내 여자에게 안부 메시지를 남깁니다. 무성의한 짧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3~4일 이어졌지만 남자는 자신감을 잃고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더 다가가지 못합니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녀 회사 팀장이 바뀌게 됩니다. 그런데 그 팀장도 또다시 남자와 여자가 만나 볼 것을 조심스레 제안합니다. 드디어 두 번째 만남은 성사되고 맙니다. 이번에도 남자는 2차 맥주를 제안합니다. 이번에는 희한하게 여자가 웃으며 그러자 합니다. 남자는 기쁨과 용기로 어느 작은 맥줏집에서 프러포즈합니다. 둘은 예쁘게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지난해 여름 교제를 시작해 지난 1월 17일 결혼식을 올렸다. 둘은 편지를 꺼내면 서로 할 말이 많다.

"첫 만남 때 그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나는 정장을 차려입고 나갔는데, 자기는 평소 회사서 입던 복장으로 퇴근 후 그대로 왔데. 이전에 몇 번 했던 소개팅 때 여자들이랑 완전히 다르더라. 그런데 2년 전 그때 몇 번 연락했을 때 왜 시큰둥했지? 내가 마음에 안 들었나?"

"꼭 그런 건 아니고…. 오빠가 알다시피 내가 그리 외형적인 성격이 아니고, 좀 신중한 편이잖아. 그리 적극적으로 대시하지 않는 것 같아 별로 마음 없는 줄 알았지. 그런데 만약 그때 바로 맺어졌으면 지금과 같은 더 큰 인연으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도 같아. 오히려 잘 됐다고 해야지? 그런 그렇고, 편지에 내 외모가 별로였다고 쓴 거, 아직도 서운하다 진짜…."

   

그런데 편지 속 또 다른 주인공은 '두 명의 팀장님'이다. 두 사람이 없었으면 이들 부부 인연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 처지에서는 큰소리칠 만도 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결혼 앞두고 두 분이 서로 자기 도움이 컸다며 결혼 선물을 거하게 하라고 하데요. 우리는 '둘 다는 못 준다. 합의해서 한 명만 정하라'고 했지요. 물론 말은 그렇게 했어도, 두 분 모두에게 정성을 표했죠."

둘은 연애 때부터 다짐한 것이 있다. 서로에게 섭섭한 일이 있으면,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고 그날 바로 풀자고 말이다. 서로 이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영은이는 심성이 너무 착해서 문제죠. 주변 사람 모두 다 챙기려 하는데, 너무 그러는 것도 단점 아닌 단점인 것 같아요." "오빠는 아직도 '욱'하는 성격이 남아있는데, 이젠 좀 고쳐야지?"

둘은 며칠 전 한약방에 들러 보약 한 제씩 지었다. 딸 한 명, 아들 한 명인 2세 계획을 빨리 이루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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