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채소·과일 살 일이 있어 아는 사람과 함께 전통시장에 갔다. 장 본 경험이 없다 보니 물건 가격에 대한 감이 별로 없었다.

한 할머니 좌판에서 채소를 사기로 했다. 양에 비해 가격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비싸다 싶었다.

그래서 가격은 그대로 하더라도 양을 좀 더 달라며 나름 떼를 썼다. 그래도 할머니는 "올해는 채솟값이 올라서 더 주면 우리도 남는 게 없다"며 냉정하게 잘랐다.

장 보는 일의 즐거움은 흥정이라고 들었거늘, 소심한 나로서는 상처만 안고 주는 대로 받았다.

잠시 후 함께 갔던 지인은 "할머니들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 정 없이 그러냐"며 나한테 핀잔을 줬다. 그때 나는 지인, 그리고 할머니 모두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맛있는 경남'을 맡으면서 여러 농·어촌을 돌고 있다. 땅에서 나는 것이든, 바다에서 나는 것이든, 산에서 나는 것이든, 그 어느 것 하나 정성 없이는 불가능한 결과물이었다. 또한 농·어민들은 인간이 어쩔 수 없는 태풍·가뭄·홍수에 늘 마음 졸이고 있었다. 이제는 일손 부족까지 더해지는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었다. 사실 모르는 현실은 아니었지만, 그 현장과 그 종사자들을 만나면서 새삼 머리에 자리하게 됐다.

그동안 '내 돈 내고 먹는다'는 생각에 별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는 농·어촌에서 내놓는 여러 먹을거리를 접하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물메기 취재를 위해 통영 중앙시장을 한바퀴 돌았다. 이곳저곳에서 흥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별로 정겹게 다가오지 않았다. 값을 깎으려거나 물건을 조금이라도 더 얹으려는 소비자를 보면 이제는 내가 핀잔을 주고 싶어진다.

/남석형 기자 nam@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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