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부터 손질까지…작업이 곧 생활
통영 추도에는 물메기 작업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생활공간이 곧 작업장이다. 추도 주민 윤성구(65) 씨가 집으로 안내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노인이 대나무통발을 손질하고 있었다. 인사를 드려도 아무 반응 없이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윤 씨는 "내 아버지인데, 귀가 좀 어두우셔"라고 했다. 그러면서 "50년 넘게 물메기잡이를 하셨지. 이제 고기잡이는 나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구 손질은 해 주시지"라고 했다.
윤 씨는 이런 아버지와 함께 중학교 때부터 물메기 일을 했다. 스무 살 이후에는 외지 나가 꽃게 냉동선을 하다 13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때는 전복을 키우기 위해서였는데, 4~5년 정도 돈을 꽤 벌었지만, 바이러스 피해로 완전히 손들고 말았다.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아버지와 함께 물메기잡이를 이어갔다.
철 되면 새벽 4시께 조업에 나서 낮 12시께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한다. 어머니·아내는 물메기 손질을, 아버지는 어구 관리 등 온 가족이 물메기에 달라붙는다.
"이렇게 물메기만 해도 4명 먹고 살 수 있지. 잡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대나무통발이지. 추도에서는 35cm 안 되는 놈들은 그냥 놓아주는데 요즘 권현망 어선이 바닥을 끌고 가면서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망을 망치기도 해."
추도 물메기가 널리 알려지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도 흘러나온다고 한다.
"추도 건메기는 다른 곳보다 특히 뽀얗잖아.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는 오해를 하기도 해. 세제를 써서 이렇게 하얗게 만든다나 어쩐다나…. 피를 잘 뽑고 좋은 물로 잘 씻어서 그런 건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또 중국산을 쓰는 것 아니냐고 음해하기도 해. 추도 앞바다에 보면 입항 절차를 기다리는 중국선이 떠 있는데, 그걸 보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뭐 추도 물메기가 하도 좋다 보니 별별 이야기를 다 하는가 봐."
윤 씨는 건메기를 택배로 판매한다. 하지만 유통과정에서 늘 골칫거리가 있었다. 물메기는 말 그대로 '물'을 많이 품고 있다. 바짝 건조해도 그 안에는 수분이 남아있다. 그래서 유통과정이 길어지면 눅눅해져 맛이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연구 끝에 자신만의 상자를 만들었다. 종이상자 바깥에 구멍을 뚫어 통풍되도록 했고, 안에는 수분을 흡수할 수 있는 한지를 중간중간에 깔았다. 윤 씨는 추도 어촌계장을 맡고 있지만 별 바람은 없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이곳에서, 물메기 잡아가며 지금처럼만 살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