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시장(17) 맛있는 풍경이 있는 집

이칠식당 김현경(41) 씨

장터에 가면 그 동네 사람들이 잘 찾는 오래된 밥집이 있다. 이칠식당이 그런 곳 중 하나다. 연화사 쪽 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금방 외쪽으로 난 작은 골목길을 만난다. 작은 식당들이 골목을 따라 줄지어 있다. 그곳 어귀에 이칠식당이 있다. 식당 앞 자잘한 화분과 잎 몇 남은 장미덩굴이 있어 정겹다. 유리문으로 불 위에 얹은 놓은 큰 솥이 보인다.

“할머니가 얼추 50년 정도 했어예. 내는 인자 5년 됐어예.”

현경 아지매의 할머니 이임필(89) 씨는 처음에 얼마간 중화요리를 하다가 곧장 소머리곰탕을 시작했다.

“할머니가 손이 컸습니더. 막걸리 한 잔하는 손님에게는 그냥 국을 퍼주었지예. 인심이 좋으니 단골들이 많았지예. 할머니가 할 때가 좋았지예. 지금은 시장에 사람이 없어예.”

/권영란 기자

현경 씨는 식당 일을 하기 전에 시내에서 옷가게를 했다. 하지만 임숙 할머니가 점점 몸이 쇠약해지는 바람에 식당을 놀릴 수는 없고 누군가 해야 할 것 같아서 솥을 꿰차고 덤벼들었다. 할머니가 하는 일을 도우면서 수십 년을 봐 온 일이지만 실제로 하는 건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아차, 현경 씨는 아지매가 아니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흔이 넘은 ‘아가씨’였던 것이다. 당연히 결혼하고 자녀 몇 있는 서글서글한 아지매인 줄 알았다. 거기에는 약간의 편견이 있었다. 식당은 일이 좀 많은가. 거기에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도 아닌 소머리국밥에 수육이지 않은가.

“그럼 서른 여섯 처자가 국밥집을 시작했던 거네예?”

“온 가족이 다 도왔지예.”

처음에는 할머니가 도와줬다. 할머니는 지금도 아침, 저녁으로 2번은 꼭 가게에 들르곤 한다. 국거리에 들어가는 고기를 써는 일은 아버지 몫이다.

/권영란 기자

가게 수익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말에 현경 씨는 그저 웃으며 “월급은 없어예” 한 마디 흘린다. 더는 물을 수 없었다.

“후회는 안 합니꺼?”

“메일 후회하지예. 재미는 옷가게가 있었지예. 이건 술손님도 상대해야니까 아무래도 피곤하지예. 아침에 눈뜨면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나 생각이 들다가는 일어나 챙기모는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 싶게 움직이지예.”

특별히 쉬는 날은 없지만 놀고 싶을 땐 논다고 했다. 주로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떠는 일이지만 피곤을 잊는 것으로는 최고의 휴식이라 했다. 고기는 김해 어방동 도축장에서 가져오고 소머리곰탕은 3일 동안 끓인다. 현경 씨는 오전 8시에 나와서 오후 9시에 일을 마친다. 슬쩍 살펴본 내 보기에는 김현경 씨는 이제껏 연애할 시간도 없었던 맏딸에다 집안의 가장인가 싶었다. 0553367473

/권영란 기자

소머리수육에 낮술 한 잔이면…

이칠식당 안 마흔이 갓 넘었을까. 평일 오후 3시경인데 낮술을 하나보다, 시장 상인들인가 궁금히 여기는 눈빛을 읽었나보다. “여게 앉아서 같이 한 잔 할래예?” 일행 중 한 사람이 자리를 권한다. “넘들은 낮술이라지만 우리는 퇴근술이라예. 새벽 2~3시경 일을 시작하모는 보통 오후 2시경 퇴근하니까 이때쯤 한 잔하는 거지예.” 이름은 밝히지 말라는 이들은 청소대행업체 직원들이었다. “여기가 우리 어렸을 때부터 시장 먹자골목이었어예. 어렸을 때부터 훤히 아는 곳이지예. 이 집은 할매 때부터 다녔던 집이라예.” 

/권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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