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전통시장 - 칼국수가 소문난 이유는?

대부분의 전통시장 먹거리는 소머리국밥이나 돼지국밥이다. 국밥은 시장 안 또는 시장 근처에 있어 장터 사람들의 만만한 끼니가 된다. 그래서 어느 시장이나 가면 그만큼 오래된 국밥집이 있다.

그런데 김해전통시장을 간다하니 누군가가 “거기는 칼국수가 유명하다”고 귀띔한다. 오호, 국밥이 아니다. 다행이다 싶었다. 경남 전역의 시장을 돌다보니 국밥은 물릴만큼 물리던 차였다.

김해전통시장 안 칼국수 골목은 100년 가까이 됐다니 시장이 생길 때부터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김해시는 김해 음식 9미 중 하나로 칼국수를 넣고, 3년 전에 이곳 시장 안 칼국수 골목의 열악한 시설을 현대화 했다. 이곳 칼국수 골목에는 수십 년째인 터줏대감들이 많았으나, 이중 몇 년 안 된 ‘초짜 칼국수집’을 만나 보았다.

   

“옛날에 배고픔을 밀이나 보리로 채워다보니 수제비나 칼국수가 나왔던 거제. 5일장을 끼고 시장이 만들어질 때, 이고 지고 온 상인들이 먹었을 것이라예.”

손칼국수 8호점·황창숙(55) 아지매

“다른 곳에서 식당하다가 여기 칼국수집들이 현대화 시설 할 때 들어왔지예.”

창숙 아지매는 이제 3년.

“이곳 칼국수타운에서는 내는 명함도 못 내밉니더, 다 20년 30년 넘은 사람들이라예. 3대째하는 집도 있고예. 오래된 집은 다 자기 집 단골들이 있으니 꾸준히 장사가 잘 됩니더. 하지만 우리 같은 초짜들은 진짜 힘듭니더. 따라가기가 힘들고 여기서는 안 통하구나 라는 생각도 들지예. 자리 잡는데 시간이 마이 걸릴 것 같습니더. 10년 정도 돼야…. 아직 한참 멀었지예.”

북적대는 다른 집과는 달리 가게 안이 조금 한산했다. 주메뉴는 비빔당면, 손칼국수, 잔치국수가 전부였다. 계절별미로 겨울엔 팥칼국수, 여름엔 콩국수가 있다. 어떤 집은 메뉴에 시락국도 있다. 비빔당면은 생소했다. 그게 뭔가 싶어 물었더니 “1박 2일에서 이승기가 먹는 것 못 봤어예?”라고 반문한다.

칼국수보다 비빔당면이 먼저 나왔다. 뜨거운 물에 불린 당면을 다시 뜨거운 물에 데쳐내어 그 위에 온갖 양념과 오이, 당근 등 야채와 김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그것을 비벼서 마치 비빔국수 먹듯이 후루룩 먹는 것이었다. 잔칫상에 올라오는 잡채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잡채는 물기가 전혀 없고 조금 시간이 지나 찬 것을 먹기가 일쑤인데 비빔당면은 갓 데쳐낸 것을 따뜻하게 참기름과 간장양념 맛을 느끼며 먹어야 제맛이었다.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지만 입에 당기는 맛이 부드럽고 좋았다.

“화학조미료는 전혀 안 들어가예. 뭐 보다시피 들어갈 것도 없지만예.”

   

창숙 아지매는 간단하게 칼국수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밀가루 반죽은 소금간을 조금해서 하루 정도 숙성한다. 멸치육수 만으로 국물을 내는데 매일 아침마다 준비하고 12시간 정도 끓인다.

창숙 아지매는 주문을 받아 칼국수를 끓일 때면 숙성된 반죽덩어리를 꺼내어 칼로 떼어 계량저울에 꼭 달았다. 1인분, 2인분 저울에 달아 홍두깨대신 파이프를 사용했다.

“다른 분들은 오래해서 그런지 손으로 어림잡아 하던데 나는 계량저울을 사용하는 게 편합니더.”

오래된 집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단골을 확보하는 게 참 힘들다고 했다. 이곳 칼국수는 추억으로 먹는 맛이고 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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