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60%가 외국인’…전통과 다문화가 있는 곳

“이거는 얼마예요?”

“두 개하면 얼마 깎아줘요?”

약간은 다른 억양이지만 또록또록한 한국어는 능숙하게 들렸다. 눈이 맑은 앳된 얼굴들에는 다행히 기분 좋은 웃음들이 달려 있다.

손님 따라…‘자연스레 특화’

“여기가 더 싸고 물건이 많아요. 우리는 부산 해운대 사는데 주말이나 시간 날 때면 여기 와요. 친구들끼리 몰려오고 또 여기서 같은 나라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어 와요.”

/권영란 기자

김해전통시장 채소 골목에서 네댓 명 한 무리를 이룬 외국인 여성들이 아이 손을 잡고 물건을 고르고 흥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물건을 파는 상인도 외국인 여성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인이 아니라 점원이었다. 그들은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기도 하지만 서로 먼 이국땅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 여성이라는 정서적 연대가 좀 더 크고 깊어보였다.

깎아놓은 코코넛, 망고 그리고 흔뎅. 샵 등 상인들이 가르쳐준 이름도 분명치 않은 과일들이 이곳 김해전통시장 골목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뜻밖이었다. 경남 18개 시군중 15곳을 다녔지만 처음 접하는 생경한 풍경이었다. 시장 골목마다 외국인들로 붐비고 주변 거리 풍경은 이국적이다. 외국인 이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가게는 업종이나 취급 물품과는 상관없이 30~40대 젊은 상인들이다.

“김해 외곽에는 2000군데의 공장이 있다쿱니다. 그 공장마다 죄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데예. 주말이면 요게 시장에도 외국인들이라예.”

/권영란 기자

김해 인구는 52만 명이 넘는다. 이중 김해에서 거주하는 외국인은 3만 명이 넘는다.

“여게 시장 60%정도는 외국인이 손님입니더. 시장 도로 건너 주변 상가를 둘러보면 중국 등 동남아 등의 사람들이 직접 하는 가게도 많습니더.”

김해전통시장은 동상동이지만 시장 골목이 끝나는 곳에서 도로 하나를 경계로 서상동이다. 행인들도 상가 공사를 하는 인부들도 외국인이었다. 이주민 다문화센터가 자리 잡고 있고, 동상119안전센터 건물 외벽에는 ‘365일 외국인 SOS 도움센터’ 현수막이 걸려있다.

대를 이어 전통 지키는 가게도 있어

“원래 김해재래시장이었지예. 근데 동상동에 있다보니 동상재래시장, 동상시장이라 불렀지예. 2012년도 1월 1일부터 김해전통시장으로 정식 이름을 냈어예.”

김해전통시장은 오래된 상설시장이다. 상인들은 ‘110년 된 시장’이라 하고, 자료에 따르면 1945년 개설해서 1977년 등록했다. 김해의 옛 중심상가인 가락로와 호계로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상동에 위치해 있어 ‘동상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곳 시장 주변에는 공진문이 복원돼 있다. 공진문은 고려말 축조된 김해읍성의 네 곳의 문중 북문으로, 읍성 옛터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일부를 원형대로 복원한 것. 그리고 이곳에서 10분 거리에는 수로왕릉이 있다.

이곳이 오랜 전통시장 임은 길목에서 만나는 상인들이나 오래된 가게에서 찾을 수 있다.

/권영란 기자

“대형마트가 많이 생기고 사람들이 신도시로 다 이동했지만, 우리 어렸을 때는 여기 시장 아니면 물건 살 데가 없었어예.”

삼대 째 이어지는 칼국수집이 있는가 하면 할머니나 어머니가 하던 장사를 그대로 이어받은 가게들이 있다. 또 수십 년 째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하며 시장에서 평생을 보낸 상인들도 있다. 이들은 김해전통시장의 역사를 만들며 함께해 온 ‘터줏대감’들이다.

수십 년 째 시장 손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해 온 칼국수골목은 시설현대화로 깨끗이 조성됐고, 시장 안에서 특화 골목이 되었다. 김해전통시장의 주 품목으로 손꼽히는 제수용품, 잔치·폐백음식 등을 다루는 가게에는 단골손님들과 함께 딱 그만큼 늙어가는 상인들이 있다.

“우찌 그리 됏는지는 잘 모리것고 오래전부터 그랬답니다. 가까이 부산이 있어 바닷가가 있는데도 해산물보다는 제수용품이 더 자리를 잡고 있지예. 김해가 워낙 오래된 지역이고, 절이나 암자 등이 많아서 그런지….”

/권영란 기자

옛 가야문화의 땅 김해에서, 그 도심 한가운데 있는 전통시장에서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이 대부분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시장 한 바퀴를 돌다보면 금세 익숙해지는 일이었다.

시장 주변 상가도 외국인들로 가득

김해전통시장 뒤 ‘로데오거리’라 불리는 종로길은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12월 초였는데 벌써 거리에 줄지은 성탄 나무들과 알록달록한 성탄 장식들은 곧 있을 겨울 축제의 서막과도 같았다. 이색적인 축제, 이주민이 많은 김해 원도심에서만 가능한 ‘제 1회 세계 크리스마스 문화축제’가 새해인 1월 5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외국인이 많다보니 오히려 본토배기들이 안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더. 이쪽에는 외국인 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이민자들이 많이 오지예. 이 일대가 외국인 거주지가 된 지 오랩니더. 그나마 시장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외국인들이라예.”

한국인들은 좀 더 물건을 사기 편리한 마트나 백화점으로 몰려가고, 침체기에 접어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 시킬 수 있게 하는 건 먼 이국의 땅에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이거나 결혼을 하면서 김해에 살게 된 이주민여성들이었다.

경남 김해시 동상동 881번지 055-336-4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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