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밀양 시청에 분향소 설치 요구 중 충돌

765㎸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과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 씨 장남 동환 씨는 27일 낮 12시 밀양 시청 앞에 섰다. 동환 씨는 아버지의 영정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이들은 밀양시청 공무원과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계삼 국장은 "밀양시에 분향소 설치를 요구하러 왔습니다. 시위하러 온 게 아닙니다. 시장님 면담이라도 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대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환 씨는 "밀양 시민이 시장을 만나러 왔습니다. 이치우 어르신 분향소는 시청에 설치했고 엄용수 시장은 조문까지 했습니다. 그때와 지금이랑 차이가 무엇입니까"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눈은 충혈되기 시작했다.

12시 40분께. 송전탑 반대 대책위 측의 승합차 한 대가 밀양 시청 앞에 섰다. 경찰이 에워싸기 시작했다. 분향소 설치에 필요한 물품을 내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주민들과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 한 명이 119구급차에 실려갔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위와 고 유한숙 씨 유가족들이 밀양시장 면담을 요청하며 시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경찰과 공무원들이 막아서며 면담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후 주민들이 고 유한숙 씨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해 짐을 내리자 경찰과 공무원들이 막아서며 심한 몸싸움을 하고 있다./박일호 기자

12시 45분께. 유족과 주민들은 시청 정문 옆 공터에 작은 소반 하나를 놓았다. 그리고 촛불을 켜고 향을 사르고 고인의 영정을 모셨다. 촛불을 켜는 순간 시청 공무원들이 들이닥쳤다.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때 경찰이 나서서 공무원들과 주민들을 떼어놓았다. 주민들은 경찰이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하는 줄 알고 안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주민들을 포위하고 있다가 공무원들이 들이닥칠 때 길을 터줬다. 자신을 밀양시청 경제투자과장이라고 밝힌 이는 공무원들을 향해 "들어와"를 외치며 분향 물품을 차리지 못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고인의 영정 사진이 사라졌다. 동환 씨를 비롯해 고인의 딸은 "아버지 영정에 손댄 ×이 누구냐"며 절규했다.

반대대책위는 "여기는 공유지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추모할 권리가 있다"고 외쳤지만 경찰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포위를 풀지 않았고 공무원들은 유족과 주민을 끌어내려 했다. 결국 경찰이 투입돼 분향소를 설치하려던 유족과 주민들의 사지를 붙들고 강제로 해산시켰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위와 고 유한숙 씨 유가족들이 밀양시장 면담을 요청하며 시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경찰과 공무원들이 막아서며 면담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후 주민들이 고 유한숙 씨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해 짐을 내리자 경찰과 공무원들이 막아서며 심한 몸싸움을 하고 있다./박일호 기자

유족들이 "법적인 근거를 대라"고 외쳤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취재진이 김수한 밀양 경찰서장에게 법적인 근거를 물었으나 "끝나고 나서 이야기 하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잠시 소강상태 후 2차 진압이 이어졌다. 유족들이 길바닥에 다시 촛불을 켰기 때문이다. 동환 씨는 경찰에 짓밟혔으며 강제로 끌려나갔다. 작은 영정 사진을 품고 있던 딸도 끌려나가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하나 남아 있던 영정 사진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주민들은 경찰과 공무원들에게 영정사진을 내놓으라며 항의했지만 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부 주민들은 쇠사슬로 몸을 감고 버텼다. 경찰은 시청 공무원들을 호위했으며 공무원들은 "분향소 설치 절대 안 된다. 강제집행하겠다"며 주민들을 몰아세웠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진압 과정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공무집행 방해를 하지 마라"며 취재 봉쇄를 했고, 급기야 주민들의 모습을 취재하던 기자들 역시 주민들과 격리됐다.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 관계자가 뒤늦게 당도하자 경찰은 격리된 주민들이 나올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인권위 관계자는 아수라장 같았던 현장을 보면서도 "우리가 말려도 안된다. 경미한 상황인 것 같다. 긴급 구제신청 들어오면 조사하겠다"고 말할 뿐이었다.

애초 경찰은 한전의 송전탑 공사를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밀양에 투입했지만, 기본적인 시민권조차 억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밀양시청 공무원들 역시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 대해 과민 대응하는 모습이다.

고 유한숙 씨 유족은 "상주의 배를 짓밟고 허리를 낚아채 길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영정까지 들고가느냐. 너희들이 인간이냐"며 울부짖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위와 고 유한숙 씨 유가족이 27일 밀양시장 면담을 요청하며 시청을 방문했지만 경찰과 공무원들이 이를 막아서고있다. /박일호 기자

경찰은 분향소를 설치하려던 장소에 남아 있는 주민 10여 명과 수녀 3명을 이날 오후 계속 포위했다. 이들이 몸에 쇠사슬을 감고 버티고 있기에 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반대대책위는 "밤에 노숙을 하더라도 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자세다. 경찰과 공무원은 시청 정문 주변에 산개해 있고, 주민들 역시 떠날 기세가 아니다.

이계삼 국장은 "이 곳은 인도와 정원이 접한 공터로 관혼상제 의례에 해당하는 분향소 설치를 막고 향과 초, 영정을 빼앗아갈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경찰과 공무원이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한 밀양 경찰서장은 이날 강제진압의 법적 근거에 대해 뒤늦게 "불법 분향소 설치를 막고 불법 집회를 해산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공무집행을 보호하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계속 불법 불법 하지 마라. 단지 미신고된 집회일 뿐이다. 그렇게 불법을 따지고 싶다면 개발행위 허가를 받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한전과 밀양시청 공무원들부터 잡아가라. 지금 이 자리에서 불법을 자행한 한전과 시청 공무원을 고발한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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