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0여 곳 4000여 명 방문 "나의 일" 자발적 참여자 늘어…반대 목소리 확산

2차 밀양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든 '밀양 송전탑 고마해라'라고 적힌 주황색 풍선이 밀양시내에서 물결쳤다.

밀양송전탑 전국대책회의와 밀양희망버스기획단은 지난 25~26일 1박 2일 동안 전국 50여 곳에서 밀양주민들을 만나러 온 인원을 4000여 명(경찰 추산 1900명)이라고 집계했다.

지난해 11월 30일 1차 때 26곳, 2200여 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밀양을 찾은 것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 주최 측 모두 놀라고 감격했다.

◇밀양, '나의 문제' 인식확산 = 멀리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참가자들을 비롯해 전국 50여 곳에서 출발한 희망버스가 25일 오후 2시 밀양시청 앞에 줄을 섰다. 핵발전소를 증설하는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으로 원전이 들어서게 된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 사람들도 함께했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제2차 밀양 희망버스 행사가 25일과 26일 밀양시 일원에서 열렸다. 25일 오후 전국에서 모인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밀양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노동계, 정치권,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처음 붙인 고려대 주현우 씨, 캐나다 인도 필리핀에서 온 목사들도 눈에 띄었다.

부북면 위양리 한옥순(66) 할매는 환영인사를 하며 "똘똘 뭉치면 원전, 철탑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출신 20대 여성 원어민교사도 밀양을 찾았다. 26일 아침 산외면 보라마을 회관 앞에서 만난 그는 "슬프다. 그러나 함께하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사무처장은 1차와 2차 희망버스가 다른 점은 '자발적 연대자'가 늘었다고 했다. 최 처장은 "사람이 더 많이 왔는데 그중에서 자발적으로 참가한 학생, 가족들이 많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의 일'이라는 인식이 많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의혈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중앙대 학생 10여 명이 밀양에서 이틀을 보냈다. 107번 공사현장을 다녀온 김재기(22) 씨는 "공사현장을 보니 참담하다"며 "앞으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과 연대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거리와 공사현장을 뒤덮다 = 참가자들은 밀양시청을 출발해 밀양시내, 영남루, 고 유한숙 씨 분향소, 한국전력 밀양지사를 거쳐 밀양역까지 행진을 벌였다.

직접 만든 손피켓과 펼침막, 타악기, 탈핵 허수아비를 준비해왔다. 대구에서 온 박동인(41) 씨는 거리행진 때 우쿨렐레 반주에 "사람이, 생명이 전기보다 우선"이라는 자작곡 '탈핵송'을 만들어 와 불렀다. 참가자들은 송전탑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홍보물과 스티커를 밀양시민들에게 나눠줬다.

25일 저녁 희망문화제가 열린 밀양역 광장은 인파로 가득찼다. 밀양싸움을 다큐로 만들어 전국에 알린 <밀양전> 박배일 감독, 연대활동가, 부북면 곽정섭(67) 할매 등이 함께 이야기를 하는 '토크쇼'도 있었다. 밴드 '스카웨이커스'가 장식한 마지막 무대는 문화제를 뜨겁게 장식했다.

송전선로 경과지 12개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은 참가자들은 이튿날 아침 공사현장에 올랐다. 일부는 경찰저지를 뚫고 송전탑 7곳 현장을 밟았다.

◇희망버스는 계속 달린다 = 70대 주민이 송전탑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정부와 한국전력은 밀양지역 52기 중 29곳으로 확대해 송전탑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 중 9기 철탑은 완공됐다. 곽정섭 씨는 희망문화제에서 "철탑이 세워진 곳에 갔다 왔는데 마음이 아프다. 힘껏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26일 고 유한숙 씨 분향소가 있는 밀양교 아래 둔치에서 열린 정리집회에서 '송전탑 대신 희망의 탑'을 세웠다고 했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그 근원인 핵발전소 문제로 확대시켰다. 전국대책회의 염형철(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집행위원장은 "밀양 싸움은 질 수 없는 싸움이다. 환경단체가 '탈핵'을 수십 년 동안 외쳤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사회에 영향을 미친 것은 밀양 어르신들 덕분"이라며 "핵 없는 나라, 송전탑 없는 고향을 위해 함께 하자"고 말했다.

정임출(72) 할매는 "목숨 아끼지 않고 죽을 때까지 막아내고, 또 후손이 철탑 꼭 막아낼 것이다. 후손을 위해, 나라를 위해 원전 없애도록 할 것이다"고 화답했다.

참가자들은 지역별 지속적으로 희망버스가 밀양을 찾도록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은 전날 희망문화제에서 "송전탑 반대운동은 그냥 송전탑 몇 개 뽑자는 게 아니라 소름끼치는 정권의 만행을 뿌리 뽑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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