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노동문학 동인 '객토문학' 시집 출간…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민중의 삶 그려

마산·창원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는 노동문학 모임인 '객토문학' 동인이 새 시집 <탑>(도서출판 갈무리)을 펴냈다.

2000년 첫 동인지 <오늘 하루만큼은 쉬고 싶다> 이후 10번째 시집이다. 동인들의 시뿐만 아니라 '나는 왜 시를 쓰는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같은 문학의 근본적 질문에 대한 에세이와 초대시 등도 담았다.

제목 '탑'은 짐작대로(?) 밀양 송전탑을 의미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시인들은 '탑'을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저항의 상징으로 바라본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서 싸웠던 김진숙의 타워크레인을 비롯해 쌍용자동차,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곳곳에서 벌어진 고공농성은 "같이 숨 좀 쉬자고/철 탑 끝으로 오른/을의 비명"(박덕선 '구조의 탑')과 다르지 않다.

민속놀이로만 알고 있는 '탑돌이'에도 오늘날 몫없는 자들의 한과 고통 같은 것이 서려 있다.

소작료 인하를 주장하다 지주에게 밉보여 결국 논 한가운데 탑 꼭대기에 목을 맨 김서방의 혼을 달래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이 탑을 줄지어 돈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를 문영규 시인은 전한다.

"요즘 뉴스 보이께내/이리도 죽으라 추운 날씨에/사람들이 높은 탑 위로/자꾸 올라가데 그거/저 탑들 이야기 하고 다른 기 뭐꼬?"('탑들 이야기')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현장에 함께하기도 했던 동인들은 "송전탑이라는 괴물로부터 고향 산천을/지켜내야 하는 밀양 어르신들"을 "가장 높고 위대한 탑"(최상해, '삼천 일')으로 생각한다.

"강정에서 평택에서 울산에서 밀양에서…" "이십 미터 삼십 미터 아무리 높은 탑에 오르고/백일 천일 얼마나 오랫동안 탑 위에서 연맹해도/탑에 오르는 것만으로는/탑에서 견디는 것만으로는/이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현실은 대체 언제 끝날 수 있을까.

객토문학 동인들은 발간사에서 "10집을 준비하는 동안 역사의 강물은 뒷걸음질 치느라 휘청거렸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파도는 제 몸에 난 상처마저 돌볼 여유도 없이 역사의 퇴보에 맞서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조차 모르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서 있다"며 "여기 하나의 촛불과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도 모자라는 탑 하나 미력하나마 세워보고자 마음을 모았으나 정작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144쪽,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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