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장의 급선무는 수입·지출 공개…특권의식 조장 아닌 자정 선도기구로

한국기자협회 회장 선거가 지난 10일 끝났다. 세 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선거는 유례없이 치열했다. 박종률 현 회장이 득표율 39.6%로 당선되긴 했지만, 손균근 후보(31%)와 서명수 후보(29.4%)가 얻은 표도 만만찮았다.

지금 나는 기자협회 회원이 아니다. 그러나 20년 넘게 회원이었고, 지금도 내 정체성은 편집국장 이전에 기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 과정을 유심히 지켜봤다.

세 명의 후보는 기자들의 권익과 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다. 세 명 모두 언론인공제회에 거액의 공적기금을 따오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그러나 예산과 사업을 공개하겠다는 후보는 딱 한 명이었고, 그는 낙선했다. '기자윤리'를 언급한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지난 2011년 회장 선거를 앞두고 쓴 글에서 기자협회의 세 가지 문제를 적시한 바 있다. 첫째 투명하지 못하고, 둘째 기자윤리 문제에 대한 자정(自淨) 능력이나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셋째 오히려 기자들의 특권(特權) 의식을 조장한다는 것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기자협회가 받는 돈, 쓰는 돈은 그 출처나 규모를 알 수 없다. 회원의 회비도 그렇지만, 어디서 누구에게 얼마나 지원이나 협찬을 받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이처럼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모임이나 단체를 본 적이 없다.

또한 협회 스스로 제정한 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이 있지만, 그걸 위반했다고 해서 단 한 번도 회원이나 회원사를 징계한 적이 없다. 심지어 기자들이 뇌물이나 성접대를 받아 사회적 파문이 일어도 그 흔한 논평이나 성명서 한 장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사이비(似而非) 기자'일수록 기자협회를 일종의 라이선스나 완장처럼 여기고 가입하려 기를 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자협회가 단순한 이익단체나 이권단체가 아니라면, 자기 직업의 이익만 추구할 게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기자라는 직업에 부과된 사회적 역할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기자 윤리 확립'은 기자협회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감히 기자협회 새 회장과 집행부에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최소한 회원에게만이라도 모든 수입과 지출을 세부내역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협찬, 지원, 금일봉 따위는 아예 받지 말아야 한다.

둘째, 취재원에게 금품을 받거나 특혜성 해외여행, 골프 접대, 출판물이나 광고 강매 등 윤리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제명을 포함한 단호한 징계를 해야 한다. 그런 위반 행위가 기자 개인의 일탈이 아닌 해당 신문사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을 경우, 회원사 자격을 아예 박탈하고 이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셋째, 이번에 후보들은 '해직기자 복직'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우선 내년 8월 열리는 창립 50주년 기념식 자리에 언론장악과 통제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과 관료들 초청 좀 하지 마라. 그런 자들의 축사를 청하고, 함께 웃고 떠들며 술잔을 부딪치면서 '언론자유' 운운하는 모습은 역겹다.

   

이런 것부터 먼저 해놓고 나서 '언론인공제회법 제정'이니 '정부의 기금 출연'이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리자. 기자와 기자협회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선행되지 않은 그런 요구는 또 하나의 특혜이며 특권의식일 뿐이다. 나도 기자지만, 그땐 내가 먼저 나서서 그 특혜를 고발하고 반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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