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 1577년 처음 등장

시금치 원산지는 아프가니스탄 주변 중앙아시아다. 우리나라는 1577년 최세진이 쓴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에 그 기록이 처음 등장한다. 15세기경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시금치라는 이름은 중국과 연관 있다. 뿌리 붉은 채소, 즉 '적근채(赤根采)'의 중국어 발음인 '시근채'가 시금치로 변했다고 한다. 한자로 '파릉채' '파채' '홍근채'라 하기도 한다. '풀' 의미를 담아 남해초, 포항초, 신안 비금초와 같은 식으로 부르기도 한다. 남해 사람들은 '보물초'라고도 한다.

국내에서는 서양계라 불리는 개량종만 해도 200종류가 넘는다. 한 농민은 "국내 종묘회사는 IMF외환위기 때 외국에 다 팔렸다. 그래서 지금은 전부 일본에서 들여온다. 그런데 일본 종묘회사들이 씨는 열리지 않게 만들어서 매번 로열티를 주고 종자를 사들인다"고 설명한다.

노지 시금치 작업 중인 남해 농민들. /박일호 기자

시금치는 파종 시기에 따라 재배 기간도 다르다. 여름은 한 달, 가을은 45일, 겨울은 100일이면 수확할 수 있다. 파종 후에는 크게 손 갈 일 없이 영양제를 보충해 주는 정도다.

만화 <뽀빠이>에서는 시금치가 힘의 원천으로 등장한다. 여러 채소 가운데 하필 시금치였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지난 2012년 사뮤엘 에버스만이라는 미국 과학자는 책을 출간하면서 관련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르면 1870년 독일 화학자가 시금치 성분을 분석했는데, 실수로 철분 함유량을 10배나 많게 계산했다. 이 때문에 '시금치에는 성장기에 필요한 철분이 가득하다'는 인식이 퍼져 나갔다. 이후 아이들에게 채소를 많이 먹이고, 또 2차 세계 대전 당시 국민들의 철분 섭취를 장려하기 위해 일종의 홍보용으로 나온 것이 <뽀빠이>였다. 1930년대 미국에서는 시금치 소비량이 30%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이후 철분 함유량은 제대로 밝혀졌지만, 시금치에 대한 과장된 인식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한편으로 과다 섭취하면 요로·신장 결석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데치지 않은 날것을 다량 먹었을 때에 해당한다. 시금치에 있는 수산이라는 성분은 체내 칼슘과 결합해 결석을 유발한다. 하지만 데쳤을 경우 수산은 3분의 1가량 감소한다. 최근에는 시금치를 갈아서 많이 먹는다. 이 생즙을 매일 500ml 이상 마시면 요로 결석에 대한 위험이 있다고 하니,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겠다.

소비자들은 뻣뻣함 때문에 뿌리 부분은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포닌이라는 성분은 뿌리 100g이 인삼뿌리 5g과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서 어느 농민은 뿌리를 활용한 '보물섬 정력 시금치'를 브랜드화 할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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