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란 씨, DJ 생활 29년…라디오 1986년부터 4년여 간 진행

지난달 9·10일 밤 휴대전화에서 '카톡'(카카오톡)이 연방 울려댔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언니가 나왔어!"

잠결인지 꿈결인지 감이 안 왔다. 알고 보니 극 주인공인 마산 출신 나정(고아라 분)이가 "나는 김혜란 언니가 진행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었다"고 말했는데, 사람들이 이를 보고 카톡을 보낸 것이었다.

올해로 DJ 29년. 이렇게 방송을 타기는 처음이었다. 방송을 본 많은 이들이 김혜란 씨가 누구이며,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했다. <경남도민일보>는 그들의 호기심을 시원하게 해결해주고자 DJ 김혜란 (51) 씨를 지난 28일 창원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현재 김해시 장유동에 살고 있는 김 씨는 KNN 라디오 <김혜란의 달콤한 수다>를 진행하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의 자신과 조우한 듯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혜란 씨는 1985년 마산MBC 제1회 DJ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으면서 DJ계에 발을 내디뎠다. 대학교 4학년이던 1986년부터 4년여 동안 최고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인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했다.

현재 KNN 라디오 DJ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란 씨./김구연 기자

편지와 엽서, 전화로 신청곡과 사연을 보내면 DJ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이를 소개했다. 청취자는 자신의 사연이 선택되기를 손꼽아 기다렸고, 선택이 되면 하늘을 날아갈 듯 기뻤다.

김 씨는 이를 "순수했다"고 표현했다. "마치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무엇이든 서로 감동하고 서로 주고받는 일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그저 노래와 이야기만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감동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어느새 나이는 쉰을 넘겼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30대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우면서 지적인 음색을 가졌다. 그 당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을 것 같다고 하자, 김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만 듣고 키 170cm에 긴 생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을 상상하는 분이 많았다. 꽃다발을 보내고 데이트를 신청하는 편지와 엽서를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라디오 인터넷 홈페이지가 생기고, '보이는 라디오'가 나오면서 외모에 실망해 돌아선 팬이 많았다고….

김 씨는 표준어를 썼다. "사투리는 안 쓰냐?"고 묻자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쓸까예?"라고 되받아친다.

사실 김 씨는 마산 토박이다. 1994년부터 약 10년 동안 마산MBC <라디오 광장>의 시사코너 '아구할매'도 진행했다. 그래서 김혜란 하면 '아구할매'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가수 김산 씨는 "우리랑 이야기할 때는 갱상도 말 팍팍 쓰다가 방송 들어가면 억양이 싹~ 바뀌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내친 김에 사투리에 얽힌 뒷이야기와 방송 사고에 대한 기억도 물었다. 김 씨는 "방송에서 '침 삼키다'를 '춤 삼키다'고 말했는데 틀렸는지 전혀 몰랐다.(웃음) 숙직하던 PD가 지적을 해주더라"면서 "어떤 날은 방송 마이크를 켜놓은 상태에서 중국집 배달원이 '짜장면 왔습니더'라고 말해 그게 방송으로 나간 적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내년이면 DJ를 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김 씨는 "프리랜서 방송인 30년을 앞두고 <응답하라 1994>는 또 한번 저를 각성시키는 이벤트였다. 그 시절을 함께했던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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