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을수록 향 날아가 헹굼 세번까지만, 구이·전·탕수육 등 조리법 다양해

굴 취재를 위해 찾은 통영. 통영서 만난 분들과 나눈 대화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굴을 많이 드셔서 그런지 젊어 보이세요."

"굴을 많이 먹어서 피부가 좋아요."

때론 묻기도 하고 묻지도 않았는데 대답하는 식이다. 그런데 묻는 입장에선 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그만큼 굴과 가까이 사는 분들이 건강해 보였고, 나이보다 어려 보였기 때문이다.

굴은 초겨울부터 맛이 들기 시작해서 다음해 2월경이면 가장 알이 굵어진다. 지금부터 제철이란 말이다. 김장철을 넘기면 싸게 많이 먹을 수 있는데, 껍데기째 쪄 먹어도 좋고, 깐 생굴을 그대로 먹거나 조리해 먹어도 좋다. 통영굴수하식수협 뒤편 도매상에 가면 싱싱한 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요즘 각굴(껍데기를 까지 않은 굴) 10kg에 택배비까지 1만 8000원 선이며, 생굴은 2kg에 2만 7000원 선이다. 생굴은 세척하여 냉장포장까지 해 주는데, 2kg이하는 포장해 주지 않는다.

굴구이.

가정에서 먹을 때 각굴은 그냥 쪄서 먹으면 된다. 굳이 껍데기를 까서 먹으려 들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껍데기를 까는 도구와 경험이 없이 날카로운 기구를 사용하다 다치는 수가 있다. 또한 생각보다 껍데기의 크기나 양이 커서 처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미리 알아야 한다.

생굴은 조리하기 전에 과하게 씻으면 안 된다. 이미 세척한 상태이기도 하고, 굴은 씻을수록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본래의 맛을 해친다. 간혹, 껍데기를 깐 굴을 생으로 먹는 것을 불안해 하시는 분들이 있다. 흔히 '석화'라 해서 위 껍데기 만을 제거한 상태의 굴을 횟집 등에서 먹은 경험이 있는 분이 대부분인데, 이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생굴은 바닷물에 담가 일정한 온도 이하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맛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향이나 염분을 더 갖고 있는 것이 각굴 상태이기 때문이다.

통영에서 굴 맛을 알기위해 찾은 곳은 통영시 서호동의 '통영명가'다. 공중파TV 인기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굴 전문점은 아니지만 비슷한 코스요리를 내놓고,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입소문이 상당한 곳이다. 굴 코스요리는 1인 2만 5000원인데,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 코스요리 2인분과 매생이굴정식을 주문했다.

굴무침.

굴 코스요리는 생굴-굴구이-굴무침-굴전-탕수육-굴국과 굴밥 순으로 나온다. 굴로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이다. 여기 굴도 통영굴수하식수협 주변의 도매상을 통해 공급 받는다. 수협 경매는 오후 1시와 6시에 여는데, 바로 주변의 도매상으로 옮겨져 전국으로 판매한다. 그러니 생굴의 맛은 따져 묻는 것이 낭비다. 굴 특유의 향과 짠맛 고소한 맛이 제대로 어울린다. 먹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생굴을 먹을 때의 약간 쌉싸름한 맛은 그것대로의 매력이다.

이어 나온 것은 굴구이인데, 실은 굴을 찐 것이다. 실제 굴을 불에 구워 먹으면 굴 속의 수분이 빠져 짠맛은 강해지고 육질은 단단해진다는 것이 주방의 설명이다. 하지만 야외에서 구워먹는 굴은 그 나름의 운치와 맛이 있기에 각기 다른 장점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굴구이(찐굴)는 껍데기 안의 육수가 아직 뜨겁기 때문에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일행들은 생굴을 더 좋아했다. 비교적 짠 맛이 강했던 구이는 쉽게 질렸기 때문이다.

무침은 담백하고 시원했다. 피망과 오이, 겨울초와 굴을 여기 양념으로 무쳤다. 양념은 레몬, 사과 등의 과일로 신맛과 단맛의 균형을 맞췄는데, 갓 빻은 고춧가루향이 나서 더 좋았다. 고춧가루도 지금이 제철인 것이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굴전이 나왔다. 계란 옷을 살짝 입힌 굴전은 식기 전에 먹어야 한다. 식은 굴전은 약간 오래된 맛이 나기 때문이다. 속에서 톡 터지는 굴 맛과 기름에 익힌 계란의 고소함이 절묘한 음식이다. 그 양도 적지 않았다.

여기 코스요리 중에서 가장 독특한 요리는 이어서 나온 굴탕수육이다. 아마 처음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쌀가루와 부침가루만으로 옷을 입힌 굴탕수육은 부드러웠다. 보통의 탕수육이 바삭한 튀김옷과 소스의 조화로 맛을 낸다면 여긴 좀 다르다. 소스도 부드러웠다. 과일과 발사믹식초로 맛을 냈다는 소스는 진한 꿀맛이 났다. 그만큼 과일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굴탕수육.

여기까지 먹으면 식사가 나온다. 굴밥은 굴과 밤, 흑미, 콩으로 밥을 지어 참기름과 김가루를 뿌려 내온다. 담백하고 고소하다. 굴, 무, 미역으로 끓인 굴국도 시원하다. 함께 주문한 매생이굴정식의 매생이굴국은 매생이와 함께 후루룩 마시면 된다. 잘 알려진 숙취해소 음식이다.

코스요리나 정식메뉴를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반찬들도 좋다. 톳나물, 도라지, 양념게장, 생선구이 등 통영다운 상차림이다. "굴은 세 번을 초과해 씻으면 안 된다." 여기 사장은 굴 해감에 특히 신경을 쓴다고 한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더 씻으면 굴향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굴구이를 위한 각굴은 생수에 10번 정도 담갔다 쓴다고 한다. 코스요리가 조금 비싸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가게를 나설 땐 잊었다. 코스요리의 양도 충분했고, 무엇보다 재료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까운 거리에 굴수하식수협이 있다. 수협 뒤편의 도매상에서 택배로 굴을 주문하고 돌아왔다.

매생이굴국.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이 취재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 ㈜무학이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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