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紅蛤). '붉고 큰 조개'라는 의미다. 암컷은 붉은색이 짙고 수컷은 하얀 속살에 가깝다. 홍합 아닌 담채·담치·섭이라 달리 불리기도 한다.

담채는 '채소같이 담백하다'는 의미를 두고 있다. 주로 말린 홍합을 지칭한다. 담채라는 말이 변형된 것이 담치로 일반적인 홍합을 말한다. 주로 강원도 쪽에서는 섭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먹는 것은 유럽 지중해에서 넘어온 '진주담치'다. 1900년대 초에 각국을 드나드는 유럽 배에 붙어 전 세계에 퍼졌다고 한다. 일본은 1935년에 처음 발견된 기록이 있는데, 이후 일본을 통해 한국에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선사시대 조개무덤에서 그 흔적이 있기도 하다. 이는 토종이라 불리는 '참담치'다. 현재는 주로 울릉도를 비롯한 동해안 쪽에서 서식한다. 옛 시절에는 해안 바위 곳곳에 붙어있었는데, 지금은 해녀들이 바닷속을 헤쳐야 할 정도로 귀해졌다. 참담치는 양식을 하지 않는 자연산이다. 5년 이상 된 것은 어른 손바닥만 하다. 대부분 양식인 진주담치도 3년 이상 두면 크기가 만만치 않지만, 대부분 1년을 넘기지 않고 채취되기에 왜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홍합은 생김새 때문에 음부에 자주 비유된다. 중국에서는 홍합을 먹으면 여인들 속살이 좋아진다 하여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 부르기도 한다. 자산어보에는 '음부에 상처가 생기면 홍합 수염을 불로 따듯하게 해 얹으면 효험이 있다'라고 해놓았다.

   

홍합에는 껍데기에서부터 알맹이로 이어지는 수염이 있다. 손질 과정에서 제대로 벗겨 내지 않으면 알맹이에 남아있게 된다. 이것을 씹었을 때 불쾌한 느낌을 받은 이들은 홍합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만도 하다. '족사'라는 이 수염에 대해 어민들은 "사람 탯줄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강한 단백질을 분비하기에 몸을 줄·바위 같은 곳에 부착하는 큰 역할을 한다.

홍합은 살이 통통히 오른 11~2월이 제철이다. 주로 7월이면 종패를 바다에 내려 11월에 끌어올린다. 하지만 양식하는 곳에 따라서는 끌어올리는 시기에 차이가 있다. 또한 저장된 건홍합도 있기에 1년 내내 접할 수 있다.

중화요리전문점 짬뽕에는 홍합이 껍데기째 수북이 쌓여있다. 하지만 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 데 껍데기는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가끔 봄철에 홍합을 먹었다가 변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마비성 패류독소', 즉 홍합이 독성 플랑크톤을 섭취한 것을 먹었기 때문이다. 주로 수온이 오르는 3~6월에 주의해야 한다. 행정기관에서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주의보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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