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교육지원청·학교 자체구입 했지만 제한적…경남엔 정밀 검사장비 단 1대뿐

일본 핵발전소 사고 이후 먹거리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휴대용 방사선 측정기 구입이 늘고 있다. 아이들의 안전한 급식을 위해 학교도 휴대용 측정기로 수산물 검사를 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 과연 휴대용 측정기로 식품 속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알 수 있을까? 그걸로는 유해성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게 국가기관과 전문가들의 답변이다.

◇휴대용 측정기로는 식품 오염 측정 못해 = 지난 9월 도내 한 교육지원청은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지역 수산물 수입금지를 했지만 학교급식에 대한 학부모 우려가 커 휴대용 측정기로 수산물 검사를 하고 있다'는 자료와 사진을 배포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내 18개 시·군 교육지원청은 23대, 950개 초·중·고교 중 60개 학교에서 휴대용 방사선 측정기를 자체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1대에 30만 원 안팎의 기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탈핵운동가인 동국대 의과대학 김익중 교수는 "휴대용 측정기는 제대로 된 방사능 오염 측정을 할 수 없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측정기로는 공중이나 물건에서 나오는 감마선 등을 측정할 수 있을 뿐 방사능 오염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직원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해산물을 검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기관 의견도 같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휴대용 방사선측정기에 대해 "측정결과는 이상 여부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을 위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음식물 내 세슘이나 요오드가 허용기준치를 만족하는지 판단은 할 수 없다"며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검토 없이 인체 유해성 판단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 학교급식담당 강종석 사무관은 "무용지물이라기보다 방사선 검사는 된다. 안심수단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학부모들이 걱정을 하니까 교육청과 학교에서 자체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민단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핵종분석기를 보유한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이윤근 소장은 휴대용 측정기 사용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사전 선별과정에서 빠르게 스크린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정확도는 한계가 있다. 그것에만 의존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남에 정밀 검사기는 1대뿐 =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은 1억 3000만 원짜리 핵종분석기 1대를 2012년 1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이 장비는 납으로 된 차폐막 원통에 분쇄한 수산물 등을 넣고 측정하는 방식이다. 연구원은 수산물·농산물·가공식품에 대한 시·군 의뢰, 자체검사 등 2주에 한 차례씩 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1대로는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측정의뢰를 다 받을 수는 없다. 한번 측정하는 데 1만 초, 즉 3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이다.

경남도교육청 강 사무관은 "처음 전문기관들에 의뢰하니까 인력이나 시간 때문에 밀려서 수용 못한다고 하더라. 정부차원에서 기기를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수입단계에서 검역당국이 철저한 사전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측정장비

이 때문에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한 교육청도 있다.

창원교육지원청은 지난 10월 1일 550만 원짜리 방사능측정기를 구입해 학교에서 보낸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직접 하고 있다.

이 기계는 핵종분석기처럼 정밀측정은 어렵지만 식품에 방사능 물질 세슘과 요오드가 들어 있는지 측정은 가능하다.

창원교육지원청 박혜숙 급식팀장은 "제대로 측정을 할 수 없는 휴대용 측정기는 학교에서 구입하지 말라고 전달했다"며 "지금까지 20개 학교에서 검사를 맡겨왔는데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창원교육지원청 사례를 검토해 다른 교육청에도 이 측정기 구입을 위한 예산을 검토 중이다.

◇기준치 이하도 안전하지 않아 = 방사선은 원자핵이 붕괴할 때 방출되는 알파·베타·감마선 등을 말하고, 방사능 단위는 원자핵이 단위 시간당 붕괴하는 수다. 현재 우리나라 방사능 기준치는 요오드가 유·유가공품 100Bq/㎏, 기타식품 300Bq/㎏, 세슘은 370Bq/㎏인데 일본산 수산물 우려가 커지자 100Bq/㎏로 강화했다.

베크렐(Bq)은 1초에 일어나는 핵붕괴 수를 뜻하는데 세슘 100Bq/㎏이 든 음식 1㎏을 먹는다면 몸속에서 1초에 100개, 하루 800만 개 핵붕괴가 생긴다는 것이다. 세슘137은 원자수가 처음의 반이 되는 시간인 반감기가 30년이다. 이 때문에 방사능 기준치라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익중 교수는 "방사능에 안전기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량이라도 몸 속에 축적되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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