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지도, 비용이 싸지도 않은 원전…'탈핵 고민하는 경남사람들' 선도할 것

사람들은 흔히 자신에게만 어떤 불행이 닥치면 크게 분노하고 깊이 좌절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다가오는 불행에 대해선 의외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도 무감각해 보이는 일본 사람들이 그렇다. 일본 국토의 70%가 방사성 세슘에 오염되었고, 후쿠시마에서 250km 떨어져 있는 일본의 수도 도쿄 역시 고농도로 오염되어 있다는 데도 일본 국민들은 이상할 정도로 태연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59) 총리와 일본 정부, 그리고 일본의 주류 언론들이 사태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철저히 축소·은폐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 이유만으론 태평스러운 일본 국민을 이해하기 어렵다.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고 했던가. 백성은 가난한 데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데 분노한다는 뜻이다. 혹 분노하지 않는 일본 국민들은 오늘의 이 불행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죽는 건 힘없는 국민일 뿐 위정자는 권력을 강화하고, 재벌은 더 많은 돈을 번다. 오늘날 일본과 한국의 재벌과 권력자들이 모두 전쟁의 혜택을 입은 사람들 아닌가. 핵 발전 우선 정책으로 돈을 버는 이른바 '원전 마피아'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농수산물을 먹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언제든 외국으로 튈 수 있는 재력을 갖고 있다. 결국 향후 500년 동안 자자손손 오염된 농수산물을 먹고 각종 암에 시달리며 고통받을 사람은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원전은 안전할까? 거짓말이다. 확율과 비율로 볼 때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핵 사고, 19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핵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 사고에 이어 다음에는 한국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23개 핵발전소에서 650회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고, 이 숫자마저도 '성공적으로 은폐한 사고를 제외한 횟수'라고 한다. 핵 발전은 과연 비용이 쌀까? 거짓말이다. 그건 원전폐로비용과 핵폐기물 처리비용을 발전 단가에서 빼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른 대안은 있는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가 그 대안이다. 아직 기술이 떨어진다고? 그 분야에 기술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발전된 기술을 갖고 있는 유럽에 가서 배우면 된다. 미국 듀크(Duke) 대학 교수들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재생가능발전의 원가가 2010년 처음으로 핵발전 원가보다 낮아졌다고 한다. 한국은 원가가 왜곡되어 있어서 핵 발전이 더 싼 것으로 되어있다.

바로 위 원전의 안전성과 발전 비용, 대안 부분은 지난달 24일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원자력 안전위원)가 경남도민일보에서 한 강연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방귀를 워낙 많이 뀌었으므로, 이제 설사가 나올 차례"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고리원전과 창원의 거리가 90km니 80km니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 땅은 일본보다 좁은 데다 거리도 짧아서 단 한 곳이라도 대형사고가 나면 남한 전역이 고농도로 오염된다. 그땐 다른 나라로 이민 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서 당장 페이스북에 '탈핵을 고민하는 경남사람들'이라는 그룹을 만들었다. 지역신문이 앞장서서 이런 진실을 알리고 시민의 힘을 묶어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는 우리 지역사회와 대한민국, 나아가 인류의 평화를 위한 작은 실천이자 '공공저널리즘(public journalism)'의 영역이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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