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북적북적…옛 시장의 ‘유쾌한 진화’

와글와글 북적북적,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느 시장과는 달리 아주 활기찬 분위기였다.

경남 양산시 중부동 남부시장.

취재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다니는 동안, 남부시장을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전체적으로 밝고 깨끗하다는 게 첫인상이었다. 외부 사람이 보기엔, 제법 많은 시장을 둘러본 사람의 눈엔 오래된 시장다운 특색과 현대화된 분위기가 비교적 조화를 잘 이룬 곳이었다. 시장의 진화가 기대되는 곳이었다.

상설·오일장·상가 함께 상생하는 곳

“일본 전통시장 중 활성화 사업이 잘 됐다는 시장이 어디였지?”

/권영란 기자

“아, 오사카 쿠르몬시장.”

“거기 분위기와 비슷한데. 물품 포장, 위생 상태 등이 말이야.”

남부시장은 어느 가게나 진열과 위생 상태가 아주 좋았다. 무엇보다 시장 골목이 넓고 깨끗해 상인들도 이용객들도 활기차 보인다.

시장이지만 마치 큰 쇼핑센터를 방불케 한다.

이곳은 상설시장과 상가, 5일장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이해관계 때문에 서로 갈등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각각의 세 모임이 사무실을 나란히 사용하며 공생 방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일단 남부시장 살리려면 어느 한 쪽만 잘 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물론 마찰이 있을 때도 있지예. 하지만 서로 처지를 잘 아니까 같이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으려고 합니다. 다행히도….”

/권영란 기자

남부시장은 2007년 노무현정부의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 중 하나이다. 현대식 시설을 완벽히 갖춘 주차건물과 2곳의 야외 주차장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시장 활성화와 이용객들의 편의증진을 위한 아케이드는 250여개 상가가 밀집해 있는 시장통로에 세운 지붕형 철골아치로 자동 개폐식 천정이다.

“시장 현대화사업으로 수년 동안 들인 게 57억 원인가 되는데… 옛날처럼 활기를 찾아야지예.”

남부시장은 낙동강을 끼고 있어 육로와 수로가 발달한 양산시에서 지역의 중심 시장으로 성행을 이뤘다. 거래 품목은 쌀, 콩, 보리, 면포, 마포, 명주, 연초, 어염(魚鹽), 과일 등으로 다양했다. 상권은 부산·김해·울주·경주까지 걸쳐 있었고, 거래도 매우 활발하였다.

“양산우시장과 가설극장도 있었지예. 지금은 마이 죽었지만 시장에 오면 세상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았어예. 바글바글해서 발 딛을 틈이 없었는데….”

/권영란 기자

수십 년 장사를 해온 상인에게 남부시장의 번성기는 오래된 추억으로 남아있다. 도심이 발달하면서 장터도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여전히 장날이면 남부시장 골목은 물론 주택가 골목과 도로 변까지 노점상이 선다. 이때면 상가, 번영회 점포, 장날 장꾼 할 것 없이 ‘운수대통한 하루’를 기대한다.

시장 풍경 하나.

서쪽 입구였다. 아이는 빨간 고무 대야에 들어앉아 물장난을 치고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쓴 아지매는 아이에게 한 숟갈 씩 밥을 떠먹이고 있었다.

과일장수 박용자(64) 아지매와 외손녀 최희원(2).

“저그 엄마가 이불 빨래한 것 넌다꼬 잠깐 내한테 맡기고 갔다아이가. 근데 으찌나 더버 아이가 칭얼대사서 저리 담가 놓으니 잘 노네.”

용자 아지매는 장날만이 아니라 매일 똑 같은 자리에 나와 장사를 하고 있다.

/권영란 기자

“30년 넘었어예. 장사하기 전에는 농사지었다아이요. 내가 농사지은 건 아니라도 물건 하나도 좋다고 소문났지예.”

용자 아지매는 부전시장, 영천, 거창까지 가서 물건을 사 온다고 했다. 물건이 좋으면 어데든 가서 비싸더라도 사 온다.

“좀 비싸도 손님들도 물건 좋은 줄을 아니까. 서로 믿음이 생긴 거지예.”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에도 상관없이 용자 아지매는 까르륵 거리는 희원이의 웃음이 에어컨 바람 못지않게 시원하다. 숟가락을 입에 갖다 대면 제비새끼마냥 쪽쪽 받아먹는다.

시장 풍경 둘.

지나치다 다시 뒷걸음쳤다. 곰곰 들여다보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나는 국산’, ‘너는 중국산’.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대야에 꽂혀있는 삐뚤빼뚤한 글자의 원산지 표시제. 상인의 기발함이 엿보인다. 단어 한 두어 개를 가지고 어찌도 저리 명쾌하게 나타냈을까 싶어 감탄스럽다. 그런데 정작 주인 아주머니는 보이지도 않는다.

/권영란 기자

사람 많은 시장 골목에 길게 전을 펼쳐 놓은 채 어디로 갔을까.
들깨 율무 콩 팥 보리 찹쌀 등 곡물좌판 앞에서 유쾌해진 기분은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난 뒤에도 남아있었다.
 

고객 우대 생활형 시장으로 거듭나

 

홍상관 양산시 경제정책과 과장

   
  홍상관 양산시 경제정책과 과장./권영란 기자  

“양산은 천성산을 두고 이쪽과 저쪽으로 경제중심으로 활성화 되었습니다. 남부시장은 좀 특이합니다. 상설시장과 정기시장이 있는데 상가회, 번영회, 5일장이 함께 조직돼 있습니다. 상생구조가 잘 되어 있는 거지요. 상인회 사무실과 5일장 사무실인 민속통합실이 같이 붙어있어요.”

남부시장은 아케이드사업을 2007년에 시작했는데 총 예산이 57억 원 들었다. 2002년부터 시설 투자를 시작해 공영주차장 50억 원 등 지금까지 현대화시설비로 총 140억 원이 들었다.

“올해는 아직 옥상방수공사가 남았지만, 앞으로 경영혁신 쪽으로 지원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상인들도 다른 시장에 비해 젊은 층이 많은 편인데, 아무래도 경영 방식도 젊은 것 같아요. 대형마트와의 싸움도 해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현재 상인대학이 진행되고 있는데 좀 더 욕심을 내자면 그런 교육을 계기로 상인들의 의식이 전환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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