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섬진강 물에 발 담근 이들이 재첩 채취에 여념이 없다. 낮 12시를 넘겨 물이 빠지면서 작업하는 이들도 하나 둘 줄어든다. 모두가 강물에서 발을 뺀 해 질 녘, 한 여인이 홀로 작업을 이어간다. 떨어지는 해, 붉게 물든 강물, 그 속에서 재첩을 쓸어담는 아낙….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림 같은 풍경이다.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본다. 그런데 이내 '싸한' 마음이 전해진다.

강바닥을 긁는 도구인 '거랭이'와 씨름하는 아낙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말동무라도 있으면 좀 기운이 날 텐데 홀로인 작업은 더 힘들어 보인다. 몇 번의 반복 작업을 끝내고서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 이내 작업을 이어간다.

하루 7~8시간 채취는 기본이다. 거랭이에는 재첩만 담기는 것이 아니라 모래·자갈도 함께다. 이것을 끌어올려 고무대야에 담으려면 웬만한 장정도 고단하게 느껴질 것이다. 10월이라고는 하나 강물이 제법 찰 것이다. 물에서 하는 일이라 땅 위에서 하는 것보다 두 배 이상 힘든 작업일 테다. 허리통증과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재첩 하면 '아낙'이 먼저 떠오른다. 섬진강에서 작업하는 이 대부분은 아낙이다. 옛 시절에는 직접 잡는 것뿐만 아니라, 새벽부터 국을 끓여서는 그 무거운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이곳저곳 발품을 팔았다. 물물교환이 대부분이던 시절에는 돈 대신 받은 곡식을 들고 와야 했으니 집으로 오는 발걸음도 가볍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을 노름으로 날리는 철없는 남편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재첩을 생각하면 이곳 남자들이 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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