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강에 몸 담근 아버지내 남은 생도 그러하리라…

하동군 하동읍 신기리 상저구마을 앞으로 섬진강이 흐른다. 이른 아침 어머니는 거랭이(재첩 채취 도구)를 메고 강으로 나가 재첩을 잡았다.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이 잡아온 재첩을 모아 읍내에 내다 팔았다. 친구들은 소 판 돈으로 공부한다고 말할 때 그는 재첩 덕분에 학업을 마쳤다고 응답했다. 하동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은 재첩은 가족 삶 전부였다.

"저기 빨간색 지붕이 바로 우리 집입니다. 저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죠. 앞으로도 부모님 모시고 살아가야 하고요. 저기 강에 재첩 잡는 거 보이시죠? 어렸을 적부터 보던 늘 같은 풍경입니다. 우리 마을 분들은 섬진강과 재첩 잡는 거랭이가 삶의 전부죠."

섬진강과 상저구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하동재첩특화단지에서 만난 조영주(44) 씨, 그의 손끝은 강을 가리키고 있었다.

재첩껍데기 모양의 지붕이 눈에 띄는 그의 가게로 들었다. 점심때는 아니지만 그의 아내는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식탁에는 숟가락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오늘 단체 손님을 받는다고 조 씨가 귀띔을 해준다.

   

"식당은 개업한 지 3년밖에 안 됩니다. 재첩특화마을사업이 공모에 선정되어 식당을 시작하게 되었죠. 하동 특산물인 재첩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게 만든 곳입니다."

조 씨는 재첩잡이로 유명한 상저구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어디 가랴. 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침이면 강에 나가 재첩을 잡는다. 그리고 잡은 재첩으로 식당을 운영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직접 채취해 끓여주시던 재첩국은 그가 운영하는 식당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조 씨 어머니의 손맛은 아내와 단둘이 운영하는 가게 차림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은 고향 어촌마을에서 재첩 잡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그도 한때는 고향을 떠나 생활한 적이 있다.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한 조 씨는 대학 졸업 후 관광호텔에 취직했다. 기획실에서 근무하며 호텔 신규 오픈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호텔 오픈 직후 미련 없이 고향으로 왔다. 타지 생활 3년 만이었다.

"하동이 그리웠습니다. 제가 결혼을 빨리했는데 아내가 반대하지 않아서 귀향할 수 있었지요. 하동에 돌아오자마자 재첩 일이 있으니 생활에는 문제가 없었지요."

   

고향 하동 상저구마을로 돌아온 그는 아버지 일을 도왔다. 조 씨의 부친은 30년 넘게 재첩 도매업을 했었다. 이제 재첩 일은 젊은 조 씨의 몫이었다. 그의 나이 스물여덟 되던 해였다.

"당시에는 하루에 30㎏ 자루를 300개씩 차에 실어 보냈지요. 직접 운전해서 부산 강서구 명지에 납품도 하고, 재첩가공업도 시작했지요. 때문에 목과 허리에 디스크를 얻었죠. 열심히 일해서 얻은 훈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식당업에만 집중하고 있죠."

그의 휴대전화는 인터뷰 사이 수시로 울렸다. 섬진강을 지키기 위한 영·호남 농어민 염해피해대책위원회 활동과 어렸을 적 축구선수의 꿈을 실천하기 위한 하동군 축구연합회일 때문이다.

"촌 생활이라 해도 많이 바쁩니다. 민물수량이 부족해 위험에 빠진 섬진강 재첩을 지키려고 대책위 활동도 하고 있죠. 그리고 틈나는 대로 디스크 재활을 위해 운동도 하고요. 사실 재첩 잡는 분들은 대단한 거예요. 물에 들어가서 8시간 일하면 뭍에서는 16시간 일한 거랑 같지요."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하동 재첩 명품화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하동 재첩이 더 유명해지려면 단순히 가공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강 보조 기능성 식품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임상실험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아요. '하동' 하면 '재첩!', '건강식품' 하면 '하동재첩'이 될 수 있게 만들어죠."

그의 포부는 이어졌다. "그리고 상저구마을 앞에 재첩 잡이 체험시설을 만들 계획입니다. 단순히 관광객들이 오셔서 재첩만 드시는 것이 아니라, 섬진강에 발을 담그고 직접 재첩을 잡아보는 체험학습장을 만드는 거죠. 오감만족이라고 할까요. 우리 마을이 재첩 잡기 체험에는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그는 재첩을 고향이라 했다. 어머니가 잡은 재첩을 아버지가 팔았다. 이제 그가 잡은 재첩을 아내가 팔고 있다. 3대가 함께 사는 하동군 하동읍 신기리 상저구마을 가마솥은 식을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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