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화 효능에 미쳐’… 100% 산청산에서 가공, 판매까지

“7월 첫 주가 되면 홍화꽃이 활짝 펴서 완전히 장관을 이룹니다. 1주일가량 피기 때문에 그때 방문해야 예쁜 홍화밭을 볼 수 있습니다. 산청으로 홍화꽃 보러 꼭 놀러오세요.”

100% 산청에서 생산되는 홍화로 제품을 만드는 산청 홍화원 김수한(58) 대표는 틈만 나면 홍화 자랑이다.

그런데 올해는 날씨가 더워 홍화꽃이 일찍 펴 7월 첫 주에는 이미 홍화꽃이 ‘끝물’이었다. 노란꽃이 폈다가 빨갛게 변하면 꽃을 따는데, 7월 1일 이미 대부분 꽃이 붉게 변해 있었다.

“홍화는 가시가 있습니다. 그래서 꽃잎을 따기 굉장히 어려워요. 꽃잎을 말려 판매하는데, 이 무더운 날씨에 꽃잎 따는 일을 하려는 사람을 구하기 힘듭니다.”

홍화원에서는 홍화꽃잎과 홍화씨, 볶은 홍화씨, 홍화환, 홍화차 등 홍화 관련 제품과 인진쑥환, 산수유환, 느릅나무환, 민들레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 올 3월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는 등 좋은 재료로 안전하고 건강한 제품 생산에 힘쓰고 있다.

김수한 산청 홍화원 대표./이원정 기자

체험으로 알게 된 홍화 효능

군 제대 후 양돈업과 주산학원 운영 등을 하던 김 대표는 삼성생명에 입사해 17년 근무했다. 소장 등을 맡아 소위 ‘잘 나가는 보험맨’이었지만 어느 날 ‘홍화’에 미치게 됐다.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아내(강미연·53)가 아파트 계단에 종이 상자를 깔아 놨는데, 미끄러져서 골절을 당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더군요. 당시 한약방을 하던 장인어른 소개로 골절을 잘 보는 한 할아버지에게 갔더니 뼈를 맞춰서는 붕대를 감더니 홍화씨를 권하더군요. 홍화씨를 사서 프라이팬에 볶아 찧어서 먹고는 20일 쯤 후 병원에 다시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의사가 “기적이다. 다 나았다”고 했습니다.”

홍화씨가 골절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 눈앞에서 그 효과를 보니 머릿속이 번쩍했다.

회사를 다니며 소규모로 홍화 사업을 조금씩 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1996년 무렵 제조공장 터를 구하러 다녔다. 집이 진주라 진주 근교를 찾아 다녔다. 그런데 산청군 공무원이 이를 알고 접촉해 왔다.

/이원정 기자

“산청산 홍화로 제품을 만들면서 왜 진주에서 공장을 운영하려느냐고 했습니다. 그래서 산청에 땅을 구해 달라고 하니 대상지역을 추천해 주더군요. 10곳을 추천해줬는데 지금 자리 잡은 이곳 신안면 외송리는 2번째 추천지였습니다. 보자마자 바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해 말 계약을 하고 다음해 11월 공장을 준공했다.

“그동안 산청산 홍화는 100% 사들였습니다. 어떤 해에는 너무 많이 사는 바람에 미처 다 못 팔아 손해 보기도 했죠. 하지만 우리를 보고 농민들이 홍화를 심었으니 다 사들이는 게 당연했습니다. 신의를 배신할 순 없었죠.”

현재 산청에서 김 대표와 계약재배하고 있는 농가는 100여 농가에 이른다. 지난해 수매량은 7t, 올해는 10t을 예상한다.

지난해 수매량이 적어 올해 판매에 차질을 빚었다. 물량이 떨어져 6월부터 한 달 이상 생 홍화씨와 홍화씨환을 판매 못하기도 했다. 7월 중순 쯤 씨를 수확한 후에야 판매를 재개했다. 홍화원은 지역에서 홍화씨와 꽃을 수매하는 한편 자가 재배도 3300㎡(1000평) 가량 하고 있다. 이곳은 부인 강미연 씨의 친정 가족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강미연 씨는 친정아버지의 뒤를 이어 산청읍에서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홍화를 주력으로 판매한다.

강미연 씨는 “홍화씨는 물을 끓여 먹거나 분말로 먹으면 골다공증 등 뼈에 좋고, 꽃잎은 차로 마시면 혈액순환이나 조혈작용에 좋다”고 소개했다.

수매도 가공도 신의가 기본

홍화원은 지난해 HACCP 시설 준비 등을 해 올 3월 인증받았다.

김수한 산청 홍화원 대표./이원정 기자

HACCP이란 원료부터 제조·유통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를 사전관리하는 과학적인 식품안전관리제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주관하고 있다.

“사실 HACCP은 마음만 먹는다고 쉽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설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교육 등 절차가 많습니다. 인증 후에도 관리를 잘 해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드는 일이지만, 먹거리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인증 받았습니다. 그나마 지난해 정부 보조를 받을 기회가 있어서 선뜻 나설 수 있었습니다.”

올 들어 박근혜 정부가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부정불량식품이라는 4대 사회악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을 보고 김 대표는 “HACCP 인증 받은 것이 시대 상황과 잘 맞아떨어졌다”며 웃었다.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먹거리는 사람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먹거리에서 신뢰는 기본입니다. 결국 내가 먹고 내 부모가 먹고 내 자식이 먹을 것 아닙니까. 앞으로 먹거리 위생은 더욱 철저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신의’를 깨는 사람들이 있어 요즘 마음이 편치 않은 눈치다.

홍화원의 홍화씨와 꽃은 100% 산청산을 사용한다. 즉 산청산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판매를 못한다는 것이다. 인진쑥 등도 믿을 수 있는 계약재배 농가의 생산품만 쓴다.

그런데 지난해 문제가 터졌다.

/이원정 기자

“저는 계약재배 농가들에 일반 도매가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주고 사옵니다. 건재한약방 가격보다 조금 더 쳐주죠. 그렇게 10년 이상 거래를 해온 농가들입니다. 그런데 간혹 수확철 농가에 돈을 더 얹어주며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농가에서는 당장 눈 앞의 이익 때문에 저희와의 약속을 어기고 다른 사람에게 생산품을 넘기기도 하죠. 그래서 지난해 필요량을 모두 수매하지 못해 올해 일부 제품 판매 중단이라는 사태를 맞게 된 겁니다.”

문제는 올해도 되풀이됐다. 또 일종의 ‘물품 가로채기’가 발생한 것이다. 김 대표는 물품을 사간 곳에 전화해 일부 양보해 줄 것을 부탁했지만 쉽지 않았다.

“재배 농가를 키워야 합니다. 저희는 20년 가까이 100% 수매를 하며 농가를 안정적으로 키워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수확철 갑자기 끼어들어 웃돈을 주고 물건을 사가고, 또 웃돈을 받고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그런 신의 없는 모습이 보여 안타깝습니다. 물건을 사간 곳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내년부터는 꼭 처음부터 재배 농가를 키우라고 말했습니다.”

약초 메카 산청 대표 기업을 향해서

김 대표는 처음 외송리에 5600㎡(1697평)를 사서 터를 잡았다. 사무실과 공장, 창고로만 쓰기에는 넓다. 그래서 식당과 전시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터 한쪽 사무실은 레포츠 관련 업체에 임대했다. 식당은 2곳을 운영하는데 일반 식당은 김 대표의 여동생이, 홍화 관련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은 처제가 운영 중이다.

특히 대형 주차장을 조성해 산청을 방문하는 단체 관광객 등이 편하게 주차해 전시장을 둘러보고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수한 산청 홍화원 대표./이원정 기자

“주차장을 조성하면서 힘들었습니다. 혹시 도시에서 온 사람이 땅 투기를 하려고 건물을 짓지 않고 터를 닦아 주차장으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습니다. 이 시골에서 넓은 주차장이 뭐가 필요하냐고 주위 의심이 심했죠. 그래서 만약 투기라면 모든 걸 깨끗이 내어 놓겠다고 했습니다.”

힘든 순간은 그 외에도 많았다.

“홍화씨를 분말로 만드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특수 분쇄기가 있어야 하거든요. 아까 설명한 물량 가로채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고요.”
한편으로 김 대표는 산청군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군과 연계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홍화 농사에 지원을 받고 있죠. 산청군이 약초 특구가 되다보니 큰 도움을 받습니다. 약초축제에도 1회부터 참여해 군과 윈윈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 9월 열리는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에도 김 대표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엑스포를 겨냥해 홍화씨를 이용한 홍화차를 개발했다.

홍화의 좋은 점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약초 고장 산청을 홍보하기 위해 신상품을 출시했다.

“행사장 등에서 방문객들이 물처럼 들고 다니며 마실 수 있도록 작은 페트병에 든 음료수를 개발했습니다. 정말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번 만들 때 15만 병을 한꺼번에 생산해야 합니다. 또 식품이란 게 유통기한이 있잖습니까. 그래서 열심히 판매하러 다녔습니다. 지역 유통매장이나 기관, 단체에 넥타이를 매고 음료수를 들고 영업하러 다녔습니다. 아내가 뭐 하러 그렇게까지 하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안하면 어떡합니까. 사람을 사서 할 수도 없죠.”

그런데 유통망을 구축한다는 것이 힘겨웠다. 음료수 시장은 대기업들이 ‘밀어내기’ 등 이미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처제가 운영하는 홍화원 매점에 이 음료수를 들여놨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갔더니 이게 없는 겁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처제가 그럴 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찾아보니 냉장고 제일 안에 밀려들어가 웬만해선 보이지 않더군요. 알고 보니 제가 가기 30분 전에 대기업 영업사원이 다녀갔답니다. 그 사람이 자기들 물건을 앞에 배치하고 우리 것을 뒤에 숨겨놓은 거죠. 우리 가게에서조차 이런데 다른 곳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김수한 산청 홍화원 대표./이원정 기자

다행히 김 대표와 친분 있는 단체들이 행사용 등으로 ‘홍화차’ 음료수를 많이 사가서 현재 15만 병을 판매·예약하는 성과를 이뤘다. 얼마 후부터는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입점하기로 했다.

홍화원의 연 매출은 5억~6억 원. 전부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홍화원이라는 업체명과는 별도로 ‘동의향’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재작년 말 상표등록했다.

“꿈은 특별히 없습니다. 산청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일익을 담당해 산청과 약초, 홍화를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제품을 정말 잘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제품문의 www.honghwawon.co.kr, 전화 055-973-8880.

<추천이유>

◇이승환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소득생활자원과 농촌지도사 =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는 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김수한 홍화원 대표는 17년간 산청지역 홍화씨를 100% 전량매수 해 농업인들의 신바람 나는 재배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또 지역사회 우수한 인재육성을 위해 향토장학금을 3회에 걸쳐 3000만 원을 기탁하는 등 누구보다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농촌의 CEO입니다. 홍화원은 엄격한 기준의 HACCP시설로 우리 먹거리에 안전성을 부여하였으며, 김 대표는 이번에 열리는 2013산청세계전통의학엑스포 이사를 맡아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알찬 강소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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