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며칠 앞두고 빨간 날 유급 휴일 캠페인을 했다. 오가는 시민에게 설, 추석, 석가탄신일, 성탄절, 어린이날 등이 법정 유급휴일 맞다, 아니다 스티커 설문조사까지 겸했는데 법정 유급휴일이 맞다는 응답이 아니다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대다수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법치가 유난히 강조되는 한국사회에 '빨간 날'은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빨간 날인가?

공무원의 연간 유급휴일은 '임기 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을 제외하고 119일이다. 공무원의 유급휴일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주6일제 근무제도가 주5일제로 바뀌면서 토요일도 사실상의 휴일로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공무원이 아닌 노동자에게 보장되는 연간 법정휴일은 어떻게 될까.

공무원과 똑같이 휴일 수에서 선거일을 제외하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연간 법정 유급 휴일은 일요일과 노동절을 포함해 53일에 불과하다. 물론 노사 간에 체결한 단체협약이나 기업의 취업규칙으로 법정공휴일과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일부 노동자에게는 공무원과 비슷한 유급 휴일이 보장된다. 하지만 대다수 노동자는 법정휴일조차도 유급휴일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가?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은 주휴일인 일요일과 노동절(근로자의 날)뿐이다. 이렇듯 어린이날처럼 유급휴일이 아니지만, 달력에는 빨간 날로 표시된 날은 1월 1일부터 설, 추석 연휴, 현충일, 석가탄신일, 광복절, 성탄일 등 16일이며 이날은 모두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공무원의 휴일을 정한 규칙(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공무원에 한해서만 유급휴일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수 노동자가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길다.

2011년 한국의 노동시간은 1인당 연간 평균 2090시간으로 OECD 36개국 중 35위다. OECD 평균(1765시간)에 비해 300시간 이상 길고, 북유럽국가(1400시간 내외)에 비해서는 600~700시간 길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가장 대표적 방법은 법정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시간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대다수 국가가 이용하고 있는 정책 수단이지만, 이 정책 수단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2000년 오브리법을 통해 주 35시간제를 적극 도입했고, 엄격한 노동시간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법정 노동시간이 2000년을 전후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고, 연장노동을 주당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법정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제도 도입 이후 연간 노동시간이 2400시간대에서 2100시간대까지 단축된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 40시간을 채택한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높은 노동시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연장 노동에 대한 규제가 매우 미약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연장 노동 없이는 생계유지가 어려운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정부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을 통해 대체휴일제(설날 연휴와 추석 연휴가 다른 공휴일과 겹치는 경우 그날 다음의 첫 번째 비공휴일을 공휴일로 하고, 어린이날이 토요일 또는 다른 공휴일과 겹치는 경우 그날 다음의 첫 번째 비공휴일을 공휴일로 함)를 도입하기로 확정하였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대체휴일제의 도입은 실제로 유급휴일을 늘려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지만, 공휴일이 모든 국민에게 유급휴일로 보장되어 있지 않으면 대체휴일제의 효과는 반감할 것이고, 나아가 휴가/휴일 양극화를 더욱 확대시킬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미 공휴일 유급휴일을 법적이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으로 보장받는 노동자의 경우는 대체휴일제 시행으로 휴일이 늘어나지만, 공휴일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대다수 노동자에게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고용과 소득 양극화가 벌어질 만큼 벌어진 속에서 휴가/휴일 양극화마저 확대시켜서 되겠는가?

   

다수의 노동자가 시급, 일급제 노동하는 현실에서 법정공휴일 유급휴일은 가뭄에 단비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굴레처럼 되어버린 차별을 조금이나마 줄여나감은 물론이고 노동시간 단축과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빨간 날 유급휴일 법제화는 반드시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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