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흑돼지 개념은 모호하다. 고구려 시대부터 이어진 재래종, 이후 서양에서 들어온 버크셔종, 그리고 똥돼지·토종돼지 같은 것들이 혼재해 있다. 사실 흑돼지를 취급하는 이들조차도 이에 대해 속 시원한 설명을 못 하는 눈치다.

중국 북부지역에서 들어온 재래종은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자연적으로 그 형태도 조금은 변했다. 한편으로는 키우는 방식 때문에 똥돼지라는 말도 함께 덧붙었다. 하지만 이후 서양 품종인 버크셔가 들어왔다. 이 버크셔 가운데도 역시 인분을 먹고 자란 놈들도 있었으니 마찬가지로 똥돼지이기도 했다.

   

최근에 와서는 품종 개량을 통해 좀 더 건강한 흑돼지를 만드는 노력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버크셔와 재래종 간 교배도 있다. 물론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순수 버크셔도 있고, 재래종 가운데 우수한 놈끼리 교배해 순수 혈통을 이어가기도 한다. 포괄적인 개념에서 이러한 모든 것들이 흑돼지인 셈이다. 다만 '흑돼지는 곧 토종돼지'라는 등식은 그리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얘기를 하자면, 흑돼지 삼겹살에는 까만 털이 듬성듬성 붙어있다. 도살 과정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남녀노소 흑돼지 고기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시각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까만털이 박혀 있어야만 흑돼지라 믿고 먹던 시절이 있었다. 일종의 보증수표 같은 것이다. 지금도 그러한 인식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흑돼지 취급하는 이들은 여전히 이 털을 증표로 남겨둬 흑돼지 마니아들에게 좀 더 신경 쓰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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