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첨단시설로 더욱 신뢰받는 기업으로

창원 광장 원을 따라 깃발들이 나부낀다. 창원시가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 ‘덴소(DENSO) 기업의 날’로 지정해서 홍보 깃발을 꽂은 것이다. 창원시와 덴소 깃발이 함께 있다. 창원시청 현판에도 덴소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청 전광판에도 30초짜리 덴소 홍보 동영상이 돌아간다. 창원시는 지난 7월 1일 가토 노부아키 덴소그룹 사장에게 명예시민증도 줬다. 창원시는 통합 이후 ㈜노키아티엠씨 띠모 엘로넨 사장에 이어 외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덴소그룹 사장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창원시가 덴소 기업을 이처럼 극진하게 대접하는 이유는? 바로 창원시 부지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덴소는 2012년 포춘지 500대 기업 중 매출 기준 259위(약 50조 4000억 원), 2012년 매출 기준 세계 2위 자동차 부품회사다. 국내에 덴소 기업은 덴소풍성전자(주) 창원 본사·공장, 덴소풍성(주) 창원 본사·공장, 덴소풍성(주) 화성·홍성공장, 한국덴소판매(주) 및 의왕연구소가 있다. 덴소 그룹의 거점회사 가운데 하나인 덴소풍성전자는 지난 1976년부터 40년 가까이 창원시 성산구 외동에 터를 잡고 있었다. 사업 확장을 꾀하던 덴소풍성전자가 부지를 찾다 마산합포구 우산동 도시첨단산업단지에 새 둥지를 틀기로 했다. 이곳에 덴소풍성전자와 덴소그룹이 2020년까지 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창원시는 대규모 외자 유치 성공 사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오후 덴소풍성전자 본사에서 김경섭(50) 덴소풍성전자 대표이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덴소 공장 신축 기공식./김구연 기자

2020년까지 4000억 원 투자해 공장 이전

김경섭 대표이사와 공장 제품 생산 라인을 함께 둘러봤다. 덴소풍성전자는 자동차 계기판, 헤드업 디스플레이, 스마트키를 주력 상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 들어서자 ‘불량박멸’ 문구가 눈에 쏙 들어왔다.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한 문구가 공장 곳곳에 적혀있다. 아침 작업을 시작하기 전 전날 문제점 등을 서로 논의하는 자리도 눈에 띄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곳인 만큼 불량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자회로기판을 만드는 곳은 방전복에 에어 샤워를 한 후에야 들어갈 볼 수 있었다. 먼지, 정전기 등을 없애기 위해서다. 품질 관리에 여념이 없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생산한 계기판, 스마트키 등을 사용한다고 했다. 공장을 둘러보는 내내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공장 확대를 추진하던 덴소풍성전자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우산동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이전하게 된 이유를 먼저 물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우산동-가포 검문소 옆 덴소 공장 신축 부지./김구연 기자

김경섭 대표이사는 “처음에 우산동 첨단 산단 뿐만 아니라 서너 군데 다른 곳도 후보지로 검토했다. 창원공단 내 부지는 좁았고,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용지는 넓지만 직원들이 이동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우산동 부지는 무엇보다 이동이 쉽다는 게 장점이다. 공단이 이미 조성돼 있고, 회사 주변 환경이 우수한 것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덴소 공장 신축 기공식에 연설 중인 일본 덴소그룹 가토 노부아키 사장./김구연 기자

덴소풍성전자는 새 공장 부지에 2020년까지 4000억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연구동, 공장 등을 짓는 공장 건설투자에 1005억 원, 생산설비 투자에 매년 300억 원씩 해서 2995억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덴소풍성전자 자체 비용과 본사 투자비용이 절반가량씩 된다고 밝혔다.

새로 이전할 공장은 기존 공장보다 규모가 4배가량 커진다. 대지면적 8만 2803㎡, 건축면적 4만 5723.72㎡, 연면적 5만 8646.96㎡다. 공장동 지상 3층, 시험연구동 지상 6층, 유틸리티동 지상 1층, 공정수조 지상 1층, 경비동 지상 1층으로 계획됐다. 내년 6월까지 공장 신축을 마치고 내년 7월부터 5∼6개월가량 이전 작업을 해 내년 말까지 외동 공장을 모두 비우고 우산동에서 모든 공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김경섭 덴소풍성전자(주)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그는 지난 7월 1일 덴소 전용도시첨단산업단지 공장 건축 기공식에서 “덴소그룹의 최고 기술력을 보여주는 최첨단 공장을 만들겠다.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넘버원 회사가 되고자 노력하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공장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큰 공헌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덴소풍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까. 김 대표이사는 ‘소비자 신뢰’를 언급했다. 그는 “새 공장으로 가면 더욱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제대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자공장은 먼지나 정전기에 굉장히 민감하다. 지금 공장은 조금 낡았다. 새 첨단 공장을 지어서 더욱 신뢰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로 매출도 지난해 4423억 원에서 10∼15%가량 늘 것으로 내다봤다. 해마다 덴소풍성전자는 10∼15%씩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직원 규모도 현재 750여 명에서 500여 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경섭 덴소풍성전자(주)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보디컨트롤 유닛 등 신규 사업 시작

규모가 커지는 만큼 생산하는 제품에는 변화가 없을까. 그는 신규 사업 확대를 위해 이번 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경섭 대표이사는 “지금 자동차 업계가 전 세계적으로 판매 수량이 많이 안 늘고 있다. 중국, 인도, 브라질은 늘고 있지만, 한국, 일본은 수량이 안 는다. 덴소풍성전자의 투자 계기도 여기에 있다. 덴소풍성전자가 한국 현대, 기아차의 부품으로 클러스터(계기판), 헤드업 디스플레이, 스마트키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차량 대수는 늘지 않지만, 편의성이 늘고 있다. 기존 주력 상품은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전자회로가 집약된 보디 컨트롤 유닛, 자동차 내 컴퓨터 등의 신규 사업에 뛰어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경섭 덴소풍성전자(주)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덴소 그룹에서 한국 덴소풍성전자에 대한 기대치는 어느 정도일까. 그는 “본사에서 도요타 자동차 비중이 제일 높다. 그다음이 미국, 유럽 등의 순서였다. 그런데 최근 한국 비중이 3위로 올랐다. 도요타, GM, 현대기아자동차 순으로 바뀌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3∼4년 사이 세계 10위에서 세계 5위까지 도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현대기아자동차에 부품을 판매하는 덴소풍성전자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기대도 크다”고 전했다.

덴소풍성전자는 국내 사업 확대 이전에 해외 투자를 먼저 진행한 상태였다. 8년 전에 중국에 ‘천진풍성전자’ 자회사를 설립해 지난해 연매출 1500억 원 수준으로 성과를 냈다. 올해 5월에는 폴란드에 ‘덴소폴란드’라는 자회사를 세웠다.

김 대표이사는 국내 자동차 수량이 크게 늘지 않는 만큼 해외 시장 확대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 동남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자동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이들 나라에 대한 진출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FTA, 환율 등의 외부환경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물었다. 그는 “자동차 부품은 이미 관세가 없는 것도 많고 해서 미국 영향은 거의 없다. 일본 엔화 엔저로 일본 본사는 혜택을 보고 있다. 우리는 생산해서 수출하는 제품은 손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이 엔화가 싸져서 혜택이 있다. 플러스, 마이너스 계산하면 환율 영향도 적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수출은 불리하고, 수입은 유리하다. 수출과 수입이 비슷해서 큰 영향은 없다”고 했다.

김경섭 덴소풍성전자(주)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지난해 7월 공장 확대를 추진하던 시기에 외국인 투자 기업들의 어려움을 시와 협의하는 창원시 외국인 투자기업 협의회(CAFIC·Changwon Association of Foreign Investment Companies)가 설립됐다. 김경섭 대표이사는 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협의회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모임을 하고 있다. 창원시 시책에 따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메세 나고야’를 벤치마킹한 ‘메세 창원’을 열었다. 창원시에서 며칠간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서 투자활동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역 인재 채용으로 지역 사회 공헌할 것

덴소풍성전자의 지역 사회 공헌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

김 대표이사는 “지역사회 공헌 부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지역 일자리에서 지역 인재가 일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지역 대학 출신의 인재를 많이 뽑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작년에 창원시에서 표창도 받았다. 경남대, 창원대와 협약을 해서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고도 있다. 공장 확대 이전을 앞두고 지난해에만 100여 명을 채용했다. 현장직원 45%, 연구소, 관리직 직원이 55%가량 된다. 하천 청소와 기부 활동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경섭 대표이사는 지난 1986년 12월 덴소풍성전자(과거 풍성정밀주식회사) 사원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30여 년간 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1년 7월 최연소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길지 않은 시기에 폴란드 해외공장을 설립했고, 새로운 공장 이전까지 추진하는 큰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국내·외로 바쁘게 움직이는 그만의 건강 비결이 있을까. 그는 사장실 한편에 걸어둔 배드민턴 채를 들어 보였다.

김경섭 덴소풍성전자(주)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그는 “꾸준히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나서 인근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한다. ‘스마일 배드민턴’ 소속이다(웃음). 처음엔 몸무게가 10㎏나 빠졌는데, 지금은 다시 조금 쪘다. 출장이나 일 때문에 못 갈 때를 빼고 주 3, 4회는 나간다”고 말했다.

직원들과의 소통 방법도 소개했다. 그는 “직원들과 재밌고 즐거운 자리를 만들려고 영화 번개 모임도 한다.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NC 야구 경기도 함께 보러 간다.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사장이, 우리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공유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아침에 운동할 때, 가족과 식사할 때, 직원들과 술자리 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경계 없는 발상을 하자’ 슬로건으로

김경섭 대표이사는 “우리 직원들이 진정으로 우리 회사를 사랑할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런 마음을 가지는 직원들로 육성하고 싶다. 우리 직원 자녀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회사가 됐으면 한다. 지금 많이 가까워졌다. 최근 4∼5년간 회사 매출도 늘고 몸집이 늘었다. 체격에 맞는 체력을 기르려면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구성원이 회사 규모에 맞는 질 높은 업무를 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 슬로건을 ‘경계 없는 발상을 하자’로 정했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아는, 보는 게 전부라 생각했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발전하자는 취지다”라고 그의 생각을 밝혔다.

김경섭 덴소풍성전자(주)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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