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매, 이기 머시라예?
김옥례(80) 아지매
노점이 줄을 선 시장 길을 따라 가다가 처음 보는 것을 발견했다. 펼쳐놓은 네 개의 상자에는 잘 키워 엄청 튼실한 다육식물 같기도 하다. 또 어찌보면 선인장 종류 같기도 하다.
“아지매, 이기 머시라예? 생전 처음 보는 긴데.”
우두커니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던 인동띠기 김옥례(80·대지면 학동마을)아지매는 말을 건네는 게 반가운 얼굴이다.
“몸에 참 좋은 기다. 와송이라꼬.”
“와송예? 먹는 기라예? 다육이처럼 화분에 키우는 긴 줄 알았다아입니꺼.”
“아이다, 이기 알로에처럼 갈아묵으모는 참말 좋다. 암에 좋다 안쿠나.”
“이거는 키우는 겁니꺼? 산에 가서 캐오는 깁니꺼?”
“가실에 산에 가서 쪼게헌 걸 캐와가꼬 키우모는 넉 달 지나면 굵어지면서 이리 잘 자란다아이가. 이거는 청석에 마이 있어서 내가 기어다니며 캔다아이가.”
인동띠기 아지매 말이 맞았다. 와송은 바위솔이라고도 하며, 옛날부터 민간요법, 한의학에서 널리 사용했다. 뛰어난 항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동의학사전>에는 열을 내리고 피를 멈추게 하고 악성종기(암)에 최고의 특효약으로 쓰였다는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찧거나 달여 먹었는데 요즘은 생와송을 요구르트와 같이 믹서기에 갈아먹는다고 한다. 봄~여름 시기의 것이 가장 약성이 뛰어나서 제법 찾는 사람이 많다.
와송!
아재, 이기 머시라예?
한병권(72) 아재
“이걸 달여 먹으면 기운이 난답니더. 노약자들이 마이 묵꼬 암세포를 억제하고 암환자들 기력을 돋까준다꼬 마이 묵습니더.”
“아재, 이것도 약이 된다꼬예?”
부처손 또는 바위손이라고 했다. 유어면 작달마을 한병권 아재는 수년 전 동의보감을 보고 부처손이 여러 병에 약효가 뛰어난 걸 알고는 험한 산 속을 다니며 조금씩 채취를 한다고 했다.
“물이 없는 절벽 바구에서도 잘 자라는데 겨울이나 가뭄에는 누런 빛으로 오그라져 있다가도 물만 있으면 새파랗게 잎을 좌악 펴는 기라예. 참 신기하지예. 몇 년이 가도 절대 잘 안 죽습니더.”
한 뿌리에서 새파랗게 자라난 잎들이 하도 무성해서 큰 나무 한 그루를 보는 듯했다. 부처손은 항암, 불임 치료에 효과가 있고 어혈을 풀거나 정신 안정에도 좋다고 한다. 부처손은 달여 먹거나 술로 담가 약술로 먹기도 하고 그늘에서 말린 후 볶아 가루를 내어 꿀에 재어 먹는 방법도 있었다.
“이기 약도 되고 또 화초처럼 키워도 됩니더. 덜 자랐을 때 채취해가꼬 와서 잘 키웁니더. 집에서 내가 약초를 좀 마이 키웁니더. 암에 좋은 와송도 키우고예. 우리 동네 찾아와 이름만 대면 잘 알려줄 겁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