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불발 전망…핵심증인 불출석·여야 대치만 강화

올여름 국회는 '제대로 된 휴가도 없이 공공의료와 국정원 국정조사라는 굵직한 이슈를 다룬다'고 자신했지만 요란만 떨었을 뿐 결과보고서 채택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머리는 있는데 꼬리가 없는 유두무미 꼴이다.

진주의료원 사태에서 촉발된 국정조사는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실태에 대해 짚어보는 계기였을 뿐 진주의료원 회생에는 실패했다. 국정원 국정조사 역시다. 두 건의 사례 이후 국정조사 무용론에 대한 비판이 다시 거세지게 됐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공공의료 정상화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검증을 다룬 국정원 대선 개입의혹 조사에 대한 결과보고서 채택 불발은 물론 여야 대립으로 정치력만 낭비한 사례로 남게 된 탓이다.

◇핵심 증인 불발은 닮은꼴 = 진주의료원 국정조사에서 홍준표 지사는 지방 사무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서는 김무성(부산 영도)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의 출석 여부가 관심을 끌었지만 사실상 불발됐다. 국정원 국조는 오는 23일까지 일정이 늘어났지만 김무성 의원이 개인 일정을 제시하며 20일 오전 중국으로 출국하면서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공공의료 국조에 이어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계속되는 셈이다.

◇단식에서 장외투쟁까지 = 두 건의 국정조사에서 여야의 기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먼저 시작된 진주의료원 국정조사는 민주당 김용익(비례대표) 의원의 단식농성 등이 이뤄졌다. 국정원 국정조사 시점에서는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시작하며 여야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다.

/연합뉴스

하지만, 내용은 빈약하다. 핵심 증인은 불출석하거나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원 국조에 출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증인 선서도 거부했고, 모르쇠로 단결하는 모습이다.

◇국조 열어봐야 답은 없고 =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나 IMF 구제금융 사태 등 정치적 성향의 굴곡이 적었던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조는 흐지부지 끝난 선례를 남겼다.

국정원을 대상으로 한 이번 국정조사 역시 '헌정 사상 처음'이라며 호기를 부렸지만 결과적으로 의혹만 증폭시키는 분위기다. 지난 18대 국회를 살펴보면 쌀 직불금 문제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 국민의 먹거리와 직결된 문제가 대상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전의 사례 역시 비슷하다. 지난 1987년 국회의 국정조사권이 부활한 이후 시행한 국정조사는 총 21건이지만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사례(13건)가 절반 이상이다.

◇이어지는 여야 대립구도 = 진주의료원 관련 국정조사의 결과 보고서는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국정원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 채택 역시 현재로서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성과 없는 국정조사로 남으면 '여야의 정쟁 도구 수준'이라는 비판 여론을 이어가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 기능이 상실됐음을 의미한다. 국회의 권위 실추도 문제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있었지만 사실 관계 파악은 뒷전으로 밀렸고 흐지부지 넘어갔다.

◇국조 이어 특검까지 가나 =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국조는 진실을 찾으려고 열린 청문회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면서 민주당은 '특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국조로 진상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고 당 지도부도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드러난다. 정치 공세 측면에서 민주당의 출발선이 새누리당에 비해 좋았다고 평가되는 상황에서 두 건의 국조 관련 결과 보고서조차 내놓지 못하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역풍'에 대한 입장도 나타낸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9월 국회에서 예산 등에 대한 논의를 원만하게 진행할 수 없다면 그 책임은 민주당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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